쓰레기로 뒤덮인 발칸반도의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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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남서부 도시 프리보이 인근 림 강의 포트페코 호수(수력댐 저류지)에 모인 부유 쓰레기 ⒸAP Photo/Darko Vojinovic


유럽대륙 동남부 발칸반도의 연안바다는 몇몇 지역명으로 불린다. 마주 보는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반도를 가르는 바다는 아드리아 해다. 아드리아 해는 반도 남단 그리스를 기점으로 서쪽 이오니아 해와 동쪽 에게 해로 나뉘고 에게 해는 마르마라 해로 이어지다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을 경계로 흑해와 나뉜다. 발칸반도에 속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등은 과거 유고슬로비아연방(이하 연방)의 일원이었거나 연방의 영향 아래 있었던 나라들이다.

연방 건국의 주역이었던 요시프 브로즈 티토 대통령은 연방의 처음과 끝을 철권으로 통치했던 인물로 1980년 그가 사망한 뒤 연방은 10여 년의 혹독한 분열기를 보냈다. 분열은 1990년대 들어 이슬람과 동방정교, 가톨릭, 유대교 등 종교분쟁과 민족주의의 충돌로 적대적 대학살이 동반된 내전으로 이어졌다. 연방은 6개 나라도 쪼개졌고 발칸반도라는 하나의 지역생태계에 그어진 복잡한 국경선 안에 갇혀 각국은 자국 안에만 행정력을 투사했을 뿐 국경을 넘나들며 사행하는 국제하천이자 국경과도 겹치는 강들을 지킬 정책과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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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9일 촬영한 드리나 강 협곡지대. 석회암이 녹아 초록빛을 띠는 발칸반도 강들의 전형적인 물빛을 보여준다 출처 위키트리


발칸반도는 많은 지류를 거느린 강들이 산악과 협곡 사이를 국경을 넘어 흐르는 땅이다. 석회암이 기반암인 지대여서 석회암을 녹이며 흐르는 발칸의 강들은 햇살 아래에서 밝은 초록이나 짙은 청색의 보석빛으로 반짝인다. 림 강은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를 건너 흐르는 강으로 드리나 강의 가장 큰 지류다. 드리나 강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세르비아를 거쳐 흐르다가 사바 강에 합류한다. 사바 강은 다시 유럽 최대 강인 도나우 강에 합쳐져 흐르다 흑해로 들어간다.

발칸반도의 우기는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시기다. 여러 곳에서 국경선이기도 한 림 강과 드리나 강, 사바 강으로 빗물이 온갖 쓰레기를 끌어안고 유입된다. 전쟁 이후 계속돼 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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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프리보이 근처 림 강에 떠다니는 폐기물을 방지망으로 모아두었다. 플라스틱 병, 나무판자, 녹슨 통, 전자제품 폐기물 등이 규제 없이 강변 매립지에 버려지고 우기에 빗물에 쓸려 강에 들어간다. 우기를 틈타 강에 쓰레기를 직접 투기하는 경우도 잦다 ⒸAP Photo/Armin Durg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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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림 강 드림스콜림스크 수력발전댐 저류지에 유입된 부유 쓰레기를 크레인을 이용해 치우고 있다 ⒸAP Photo/Marjan Vucetic


강에서 우기마다 벌어지는 쓰레기 범람 사태는, 티토가 1960년대부터 강 곳곳에 건설한 수력발전소 발전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림 강이 드리나 강과 만나는 부근의 세르비아 남서부 강변 도시 프리보이 인근에 드린스콜림스크 수력발전댐이 있다. 수력발전소를 가동시키기 위해 매년 우기에 강에 밀려드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들을 걷어내 태우거나 강변에 적치 수준의 재매립을 하고 있다. 거의 반년씩 걸리는 그 작업이 대략 마무리되고 수개월 지나면 여전히 부유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강에 다시 겨울비가 쏟아진다. 그리고 또다시 쓰레기들이 강으로 밀려 들어온다. 림 강이 드리나 강에 합류한 뒤 사행하던 드리나 강은 보스니아 서부의 중심도시 비셰그라드 인근에서 비셰그라드 수력발전댐과 만난다. 이 댐 저류소에서도 역시나 매년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다. 한편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에 걸쳐 자리한 스르프스카공화국(세르비아계)은 세르비아의 재정기술지원을 받아 ‘부크 비옐라 수력발전소’를 비롯한 3개 대형댐 건설을 드리나 강줄기에 추진하고 있다. 몬테네그로와 보스니아 정부, 그리고 이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대는 무시되고 있다. 이 댐들은 공사 과정에서 자연환경 훼손을 부를 것이 명백하고 또한 완공된다 해도 쓰레기 유입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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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남서부 도시 프리보이 인근 매립지에서 노동자가 재활용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매년 우기에 림 강에 유입된 부유 쓰레기를 강변 매립장에 끌어올리지만 쌓아둘 뿐 적절한 처리가 되지 않아 우기에 다시 강에 쓸려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AP Photo/Darko Vojinovic


악순환을 끊자면 림 강과 드리나 강을 공유하고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발칸 3국의 통합적 환경행정 협력체제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협력하자는 말뿐인 약속만 있지 실제 협력체제 건설을 위한 구체적 시도는 더디고 공동 재원 마련은 여전히 먼 길이다. 갖가지 오염물질을 끌어안은 플라스틱 폐기물, 전자제품 폐기물, 목재 쓰레기 등 부력이 있는 모든 쓰레기가 강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뒤틀린 과거와 현재의 정치적 대립, 경제개발에만 몰두하는 국가이기주의가 하나의 자연생태계인 발칸반도의 강산을 오염시키고 있다. 수력발전을 위한 불완전한 부유 쓰레기 수거만으로 매년 심화되는 강의 오염까지 막을 수 있을까.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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