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중대재해법 더 강화할 때

“노동자가 편의상 안전장치를 풀고 작업을 해. 그러다가 사고가 나버린다. 공장은 생각보다 넓고 일일이 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 그런데 CEO가 그것까지 다 책임져야 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과연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해법일까?”

어느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인이기도 했던 그의 입에서조차 이런 볼멘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지난 1월 27일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시행된 지 첫돌을 맞은 법률인데 관심이 뜨겁다. 뜨겁다 못해 지나칠 정도다.

일부 언론들은 시행 1년이 되도록 중대재해가 줄지 않았다며 무용론을 퍼뜨리고 있다. 하지만 절반의 사실이다. 법안 시행 이후 중소기업에서 안전관리가 개선된 사례들도 존재한다. 명확성이나 책임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절반의 사실에 그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고, 향후 법원 판결에 의해 구체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안 된다고 한다. 모호하다. 처벌이 과하다는 말만 무성하다.


사건 발생 500건 넘지만 기소는 11건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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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대한민국 대통령실


중대재해법은 사람의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소중하다는 상식을 회복하고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한 해 2000명이 일터에서 사망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처럼 기업에 의해 시민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반복되어왔다. 이런 현실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 조직문화를 바꿀 수 없겠다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이런 문제의식에 10만 명의 시민들이 국회 입법청원에 동의했고,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규제 완화를 고집했다. 기업에 대한 형벌 규정을 완화하겠다고도 말했다. 중대재해법 개정을 우선 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방향성 아래 기재부의 용역보고서는 ‘처벌이 아닌 예방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전을 위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하고, 생산성이 안전보다 먼저였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태산명동 서일필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고만 말하는 격이다.

중대재해법을 만든 목적은 위험과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안전관리에 힘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업들은 법안이 만들어진 이후 안전에 투자하기보다는 법률자문에 더 신경을 써왔다. 게다가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경영자 처벌조항을 문제 삼으며 사실상 법안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자율에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아쉽게도 중대재해법의 적용 과정은 지지부진한 면이 있다. 지난해 5월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외국계기업 1호 중대재해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에 송치조차 되지 않았다. 이 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담당하는데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법안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 사건은 최소 500건이 넘지만 실제 기소가 이뤄진 건 11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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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두성산업은 2022년 10월에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 업체에서는 16명의 노동자가 유해화학물질 독성중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면, 이를 이유로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이 당분간 올스톱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의 해법은 산으로 가고 있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규제 완화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세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자율규제’로 중대재해를 감축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3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TF를 만들어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나올 때면 로벤스보고서가 단골로 나온다. 약 50년 전인 1966년 영국의 한 탄광마을에서 폐기물이 초등학교를 덮쳤고, 150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참사를 계기로 구성된 위원회의 해법은 더 효과적인 자율규제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내용 어디에도 기업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책임을 강제하는 법을 없애자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영국에는 기업살인법(기업과실치사법 및 기업살인법)도 존재한다. 이 법안은 기업의 책임강화를 위해 2007년에 제정되었다.

정부는 자율이라는 글자에만 방점을 찍은 것 같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저 방임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제도개선이라는 명분을 그대로 관철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CEO에 대한 처벌조항이나 5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적용유예를 연장하는 게 입법 취지 실현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최고경영자 처벌조항 없애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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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월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SK, 애경, 신세계 이마트 등 cmit/mit살균성분제품 제조판매사의 형사처벌을 위한 항소심 유죄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정부는 6월에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에 고용노동부의 TF가 출범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최고경영자 처벌조항을 없애자는 논의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바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TF 출범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권기섭 차관의 인사말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개과불린(改過不吝)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허물이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고치라는 뜻이라고 한다. 개정안을 내놓은 6월에도 이미 한 말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법안이 규정한 중대시민재해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입법 과정에서 김용균 씨로 상징되는 산업현장의 이슈들이 강조되었던 영향도 있었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심도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10.29참사를 거치며,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제시되고 있다. ‘만약에’라는 가정은 의미 없다지만, 중대재해법이 일찍 자리를 잡았다면 어땠을까 입맛이 씁쓸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다. CMIT/MIT 원료로 제품을 판매한 SK케미칼와 애경산업, 이마트 등에게 적용된 법률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 원심재판부는 2021년 초에 전부 무죄 판결을 통해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항소심 재판에서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 검찰은 여전히 인과관계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옥시RB 또한 신현우 전 사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징역 6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안전사회 위한 법 지켜내야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비판을 보면 기시감이 든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어내며 강화된 화학안전 3법, 특히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쟁의 양상도 비슷했다. 참사의 충격은 잊혀가고, 경제가 어렵다느니 비용 절감과 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슬며시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한다. 우리 사회의 최고규범으로 여기는 것 같다.

법학자 알렌 쉬피오는 “참극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새로 모습을 바꿀 뿐이다. 과거의 기억이라는 저지선을 믿는 것으로 재발을 막을 수 없으며, 법적 장치를 굳건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도 사회도 바로 서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번에는 바로 설 수 있을까? 안전이라는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안전사회를 위한 법안의 필요성은 그대로 남아있다. 상반기 뜨거운 감자가 될 중대재해법의 향방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 같다.



글 |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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