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알루미늄 캔의 무한 재활용을 위한 과제

알루미늄은 산소와 규소 다음으로 지표에 가장 흔하게 존재하는 원소이지만, 산소와 워낙 강하게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사용할 수 없었다. 알루미늄이 처음으로 금속으로 추출된 때는 1825년으로 200년이 채 되지 않고, 대량생산 체제가 확립되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20세기 이후다. 그렇지만 알루미늄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이후 가볍고 단단하고 안정적인 장점 때문에 기적의 금속으로 불리며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은 비중이 철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항공기나 자동차 소재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재활용품으로 수거되는 캔 ⓒ이상윤


알루미늄 재활용에도 등급이 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알루미늄이 단일 소재 알루미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알루미늄 합금이 사용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알루미늄에 첨가하는 금속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재질의 알루미늄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가공하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부드러운 성질 때문에 상처도 쉽게 나고 강도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금속을 혼합하여 더 강하면서 더 가벼운 재질로 변형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합금용으로 첨가되는 금속은 구리, 망간, 마그네슘, 규소, 아연, 크롬 등 정말 다양하다. 항공기 소재로 사용되는 알루미늄인 두랄루민에는 강도 향상을 위해서 구리가 사용된다. 알루미늄 캔에는 강도를 높이면서도 부식방지를 위해서 망간과 마그네슘이 사용된다. 자동차 부품용 알루미늄에는 강도뿐만 아니라 마모방지를 위해서 구리나 마그네슘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규소가 사용된다. 음료캔, 항공기 소재, 자동차 부품, 자동차 바퀴, 자전거 프레임, 창문새시, 알루미늄 포일은 엄밀하게 말하면 서로 다른 알루미늄 합금이다. 알루미늄 포일인 순수 알루미늄에 가깝다면 자동차 부품은 상대적으로 알루미늄 비율이 가장 낮은 알루미늄 합금이다. 

알루미늄의 미세 합금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알루미늄을 한꺼번에 녹이게 되면 당연히 알루미늄 품질의 문제가 발생한다. 알루미늄 합금별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알루미늄이 섞이게 되면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통상 다운사이클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여러 종류의 알루미늄을 혼합하여 재활용할 경우 자동차 부품용으로밖에 사용을 못한다고 한다. 자동차 부품용 알루미늄의 알루미늄 비율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고 규소의 첨가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여러 알루미늄 합금이 섞이더라도 품질을 조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대부분 탈산제로 전락

따라서 알루미늄을 무한 반복적으로 사용하려면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알루미늄만을 따로 모아서 재활용하는 ‘닫힌 고리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서로 섞이다보면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캔 역시 다시 캔으로 순환시키는 캔 투 캔 재활용이 가장 바람직하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따로 모으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캔 투 캔 재활용 비율이 매우 저조한 편이다. 알루미늄 캔 재활용 비율은 80% 내외지만(실제 재활용이 되고 있지만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양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일 것으로 추정) 다시 캔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왜 그런 것일까? 



음료수를 생산하는 공장의 알루미늄 캔제품 ⓒ이상윤


가정에서 배출된 알루미늄 캔은 선별장에서 

1차 선별된 후 캔 전문 선별업체에서 철 캔과 알루미늄 캔으로 최종 선별된 후 각각 재활용업체로 공급된다. 지역에 따라서 아파트에서 배출된 캔은 최종 선별업체로 바로 반입되기도 한다. 최종 선별업체에서 선별된 알루미늄 캔은 알루미늄 캔, 자동차 부품, 탈산제(제철소에서 철강 내 산소제거용도로 사용) 용도로 재활용되는데, 시장상황에 따라 용도별 비율은 달라진다. 알루미늄 캔 용도로 재활용되려면 알루미늄 캔 이외의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수분 등 이물질을 잘 제거해야 한다. 즉 선별품질이 다른 용도에 비해 높아야하기 때문에 선별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알루미늄 캔 선별업체 입장에서는 선별품질을 높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만큼 단가가 높으면 알루미늄 캔용으로 철저하게 선별하려고 할 테지만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탈산제 등의 용도로 공급할 것이다. 즉 시장상황에 따라 어떤 수준으로 선별해서 재활용을 할 것인지 조정된다. 

우리나라는 제철소용 탈산제 수요도 높고 자동차 부품용 수요도 높기 때문에 시장상황에만 맡겨두면 알루미늄 캔이 탈산제 등의 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만약 알루미늄 캔 용도로 우선 재활용이 되도록 하려면 정책적 노력이 개입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노력이 전무하다. 음료용 알루미늄 캔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제도) 대상품목으로 생산자가 재활용 비용을 알루미늄 캔 최종선별업체에게 지원하고 있다. 2022년도에는 킬로그램당 125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연간 지원금액은 100억 원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지원금을 지원할까? 알루미늄 캔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을 독려하는 지원책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알루미늄 캔 EPR제도에서는 어떤 용도든 관계없이 법률에 정해진 재활용 용도에만 맞으면 재활용지원금을 지원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에는 알루미늄 캔의 재활용 기준으로 “폐금속캔을 압축하거나 파쇄하여 금속원료를 제조하거나 재활용을 목적으로 수출한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EPR 재활용 지원금 단가를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공동운영위원회(환경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기타 전문가)에서도 알루미늄 캔의 재활용 용도에 따른 차등단가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함께 수거된 철과 알루미늄 캔을 재질별 무게를 통해 선별하고 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유한한 자원의 무한한 사용을 위해

알루미늄 캔을 다시 알루미늄 캔으로 우선 재활용한다는 정책적 목표가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캔 투 캔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아무런 정책적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재활용 시장 여건에만 맡겨두고 있기 때문에 알루미늄 캔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선별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캔 투 캔 재활용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활용률 외형은 높지만 내용은 별 볼일 없는 속빈 강정이 되어 버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캔 투 캔 우선 재활용 정책목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순환경제로 가기 위해서 같은 용도로 반복 순환되는 재활용 체계를 마련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재활용 지원금 차등지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알루미늄 캔 선별품질을 평가해서 품질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를 구분해서 재활용 지원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분리배출 및 선별 전 과정 관리를 위해서 독일처럼 음료용 알루미늄 캔에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여 판매점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분리배출 관련 소비자 홍보 및 캠페인도 당연히 필요하다. 캔 안에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넣은 후 배출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루미늄 캔 재활용 시 수분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음료 내용물은 반드시 비우고 입구부분은 잘 밟아서 수분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플라스틱 등 이물질은 당연히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 

우리는 고철이나 알루미늄 등은 당연히 재활용이 잘 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재활용이 되는 것과 재활용이 가치 있게 잘 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양적으로 재활용이 많이 되기만 하면 재활용이 잘 되는 것으로 평가했다면 앞으로는 재활용의 양뿐만 아니라 재활용의 내용과 질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지구상의 유한한 자원이 반복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재활용 체계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 순환경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알루미늄 캔의 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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