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한 모든 것

환경부가 지난 5월 20일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6개월 뒤인 12월 1일로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도 시행을 고작 3주 앞둔 유예 발표였다. 올해 처음 있는 규제 유예도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1일에는 매장 내 1회용 컵 사용 단속도 유예했다. 1회용품 규제가 줄줄이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1회용 컵 보증금제’ 유예를 두고 시민들은 이 제도가 무엇이며 왜 유예되었는지 의아한 상황이고, 반면에 카페 가맹점주들은 제도 시행에 따른 부담으로 분노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런 간극이 발생한 까닭은 무엇일까? ‘1회용 컵 보증금제’에 관한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 소비자와 점주들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일한 입장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앞으로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어떻게 이루어가야 할지 살펴보자. 



지난 6월 10일 서울 종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열린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행해진
<컵가디언즈>와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회원들의 퍼포먼스 ⓒ서울환경연합


1회용컵 보증금제, 어떤 제도인가요?

‘1회용컵 보증금제’는 스타벅스·이디야·파리바게트·롯데리아 등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105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1회용 컵에 보증금 300원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왜 만들어졌고 왜 시행되어야 할까? 막대한 사용량, 그러나 매우 낮은 재활용률이 그 답이다. 

전국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사용되는 1회용 컵은 연간 28억 개(국민 1인당 56개)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1회용 컵은 무단투기 되는 양이 굉장히 많고, 재질도 다르고, 투명한 컵에 인쇄된 로고로 인해 재활용률이 고작 5%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실시의 기대효과는 크게 3가지이다. 

①길거리 투기가 줄어들고, ②판매점으로 1회용 컵을 모으기에 선별이 가능해져 재활용도 가능해진다. 이에 더해, 1회용 컵 사용 비용의 증가로 다회용 컵 사용의 상대적 유인이 커져 ③소비자가 다회용 컵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1회용 컵 어디에, 어떻게 반납하면 되나요?

모든 컵을 반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보증금제 컵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라벨이 붙어있어야 한다. 이 라벨 붙은 컵은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모든 카페 프랜차이즈나 패스트푸드점에 반납할 수 있다. 대신 한 번에 많은 컵을 반납하면 매장에서 관리하기 어려워 한 카페에 반납할 수 있는 컵은 30개까지다. 반납할 때는 빨대와 뚜껑, 컵홀더를 제거하고, 한번 씻어서 컵만 반납한다. 


그런데 왜 시민이 보증금 부담하나요?

‘오염자부담원칙’에 의해서다. ‘오염자부담원칙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이행 또는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비용을 오염을 발생시킨 당사자, 즉 오염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이 제도에 대한 비용을 시민만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1회용 컵을 사용·판매하는 카페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점은 컵의 회수·재활용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소비자인 우리는 보증금을 통해 1회용 컵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며, 이 보증금은 1회용 컵을 반납할 때 다시 돌려받는다.


왜 카페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점만 시행하나요?

1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은 카페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점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 프랜차이즈와 패스트푸드점, 이 둘에게만 ‘1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그러나 ‘1회용 컵 보증금제’의 전면적인 확대를 설정하고 만들어졌다. 즉, 가장 많은 규모의 프렌차이즈 브랜드로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향후 모든 카페와 1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을 모두 포함시킬 예정이다. 

다만 무인카페는 법적으로 자판기업에 해당되고, 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얼음컵의 경우에는 G-PET라는 별도의 재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1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에는 포함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형평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든 1회용 컵 사업자를 보증금제에 포함시키기 위한 환경부의 로드맵 발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환경연합


이렇게 좋은 제도가 왜 유예되었나요?

6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환경부의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처, 카페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책임 회피로 인해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이 쏠려 분노가 터지면서 유예되었다. 가맹점주들은 컵 매장 내 반환에 따른 어려움, 라벨 등 다양한 이유와 오해로 크게 분노했다. 어떤 지점들이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로 ‘더러운 컵을 반납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날 텐데 그걸 매장에서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일단 이물질이 묻어있는 더러운 컵은 재활용도, 매장에서 보관도 어려우니 매장에서 반납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물론 그럼에도 매장에서 거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현장에서 자잘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환경부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컵을 깨끗하게 반환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하고, 세척되지 않은 컵의 경우 매장이 반환 거부를 할 수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이 세척에 대한 부담을 시민의 몫으로만 떠넘기지 말고, ‘미반환보증금’으로 세척 인프라를 지원해주는 방법도 있다.

두 번째, 매장에 반환된 1회용 컵을 둘 공간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확실히 모든 1회용 컵을 매장에서 다 반환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 ‘1회용 컵 보증금제’의 핵심은 소비자도 반환이 쉽고, 매장도 반환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 설치가 중요한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무인회수기에 설치 준비는 아주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 세종시 시범사업의 경우 셀프반납기(무인회수기)가 운영되었는데 이 기계의 경우는 1회용 컵을 반환하지 않고 라벨만 찍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로 음료를 구매하자마자 바로 라벨을 인식시킨 뒤 나가버리는 식으로 반환과 회수를 무력화시켜 결과적으로 보증금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도 컵이 반납된 후에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대로 된 무인회수기 설치 계획 및 집행이 필요하다. 

세 번째, 라벨을 가맹점주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라벨은 ‘1회용 컵 보증금제’에 대한 분노를 가장 키운 원인 중 하나다. 컵 보증금제 시행을 3주 앞두고 몇몇 가맹점주들이 당장 라벨을 구매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될 것이라는 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시스템에 가입해, 신청한 뒤 1회용 컵에 라벨을 하나하나 붙이는 것은 쉽지 않다. 원래 제도는 프랜차이즈 본사에게서 원두는 물론 브랜드 로고가 박힌 컵, 빨대, 냅킨을 모두 구입하듯, 라벨 또한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보증금제를 준비하는 2년 동안 프랜차이즈 본사는 시스템 마련도 하지 않고 있다가 환경부가 가맹점주들이 직접 라벨을 구매할 수 있게 하자 바로 가맹점주들에게 ‘라벨 알아서 붙이라’고 통보했다. 의무와 비용을 가맹점에게 떠넘기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게 라벨이 붙은 일회용 컵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라벨에 대한 부담을 프랜차이즈 본사가 맡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현행 1회용컵 보증금제는 라벨이 붙은 컵만 보증금 지급이 되는 불완전한 형태의 반환제다.
라벨 제작 비용 부담 주체의 문제, 비 라벨 1회용 컵의 수거 어려움 등 해결할 과제가 있다 ⓒ환경부


이제는 함께 1회용 컵을 책임져야 할 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예정되어 있던 1회용품 규제들이 줄줄이 유예되고 있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12월에 다시 시행될 예정이지만 환경부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6개월 뒤에도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제대로 시행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1회용품 규제 유예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시행이 미뤄진 만큼 더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1회용컵 보증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의 모임-컵가디언즈’는 현재 빠띠 캠페인즈(https://campaigns.kr/campaigns/654)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환경부에 ‘1회용 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에 참여하면 105개의 프랜차이즈 카페 본부와 환경부에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요구한다는 메일이 전달된다. 

매년 여름 수많은 1회용 컵을 길거리에 버려진다. 자원으로 재활용되어야 할 1회용 컵이 길거리에 버려지지 않도록 1회용 컵 생산, 유통, 소비의 체인에 관계된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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