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을 원하세요? ‘화원’으로 놀러오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에 잠들 때까지 일상을 떠올려 보자. 치약을 짜서 양치를 하고 샴푸와 트리트먼트로 머리를 감고 헹구고 바디클렌저로 거품을 내서 샤워를 한 후에 세제와 섬유유연제로 세탁기를 돌리고 주방세제로 닦은 그릇으로 밥을 먹는다. 기본적인 생활만으로도 벌써 7가지의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했다. 이 외에도 스프레이, 방향제, 탈취제 등등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이들 제품은 과연 안전할까.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케미포비아’란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지만 정작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을 원하는 시민들을 위한 ‘기지’가 만들어졌다. ‘투명한 생활화학제품을 원할 때, 화원’(www.hwawon.net)이 그것이다. 환경연합 생활환경팀이 지난 3년의 활동을 통해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로 여는 사이트다. 정미란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화원’이 뭔가?

‘투명한 생활화학제품을 원할 때’의 약자다. 검색창에 생활화학제품명이나 기업명을 입력하면 제품성분과 안전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다. 현재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통해 제품의 전 성분 공개를 하고 있는 17개 기업 1300개 제품과 환경연합이 ‘생활화학제품 팩트체크’ 캠페인을 통해 확보한 제품 500개에 대한 성분과 안전정보를 확보해 공개하고 있다. 환경부보다 많은 수다. 또한 제품 정보 투명지수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제품의 정보공개 수준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화원이 전문가와 함께 마련한 지수로 총 4등급으로 나뉜다. 기업이 해당 제품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제공할수록 높게 평가된다. 


환경부에서도 비슷한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화원의 강점은?

환경부는 화학제품과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이트가 각각 분리되어 있어 제품과 화학물질의 연결이 쉽지 않다. 이에 반해 화원은 전 성분 공개와 함께 그 성분에 대한 물질정보까지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정부가 고시를 통해 규제하는 위험한 물질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또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그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생활화학제품의 알레르기 물질을 26종을 표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권고이다 보니 기업에서는 굳이 표시하지 않는다. 화원에서는 해당 제품에 알레르기 물질 26종에 대해 표시하고 있다.   


화원에서 제공하는 물질정보는?

살생물물질, 중점관리물질, 나노물질, 알레르기 물질 4가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중점관리물질은 정부가 최근에 만든 문구이다. 발암물질, 환경호르몬물질 등 인체 유해성 물질 목록이다. 법 규제로 되어 있어서 표기하라고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살생물물질이나 나노물질은 정확히 법 고시가 되어 있지 않다. 이제 막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소한 연구용역을 해서 나노물질이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면 규제 직전에도 시민들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원에서는 그 물질까지도 표기하려고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계기로 생활 속 화학제품의 전 성분을 공개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성분만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전 성분 공개가 안전을 보장하는가.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5만여 종. 하지만 유해성 정보가 확인된 물질은 약 24퍼센트에 불과하다. 75퍼센트 이상의 화학물질은 안전 정보 없이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생활화학제품들 대부분은 성분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안전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한 화학제품은 안전하지 않으며 시장에 나오면 안 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대표적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정부조차 가습기 살균제에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몰랐다.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 추적 조사를 진행, 원인 물질을 밝혀냈다. 당시 시민사회는 정부가 기업에게 생활화학제품 전성분과 함량을 신고 받고 관리할 것을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는 화학물질법에 반영돼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전 성분 공개는 최소한의 정보다. 전 성분 공개만이 아니라 각각의 성분에 대해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성분이 흡입테스트나 피부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을 확보했느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원을 통해 소비자들이 전성분 뿐만 아니라 성분에 대한 테스트 유무를 확인하고 기업에게 그 물질에 대한 테스트 결과와 테스트를 요구했으면 한다.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점수는?

정부의 의지는 70~80점 주고 싶다. 하지만 기업의 반발로 30퍼센트도 못하고 있다. 규제는 강하게 만들어졌지만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경제단체는 일본 수출 규제를 핑계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망스럽다. 갑자기 법이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5년 동안 정부와 함께 협의를 해서 진행해온 것들을 올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5년 동안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이제와 힘들다는 말만 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화학물질 예산에서 70~80퍼센트를 중소기업들의 화평법 대비를 위해 지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법 규제에 맞춰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큰 기업들은 더더욱 할 말이 없다. 큰 기업들은 이미 유럽에 제품을 수출해왔다. 우리 화평법은 유럽 것을 그대로 가져왔고 유럽이 우리보다 더 요구하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왜 유독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화원에 놀러오세요.” 정미란 환경연합 생활환경팀 팀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안전한 생활화학제품을 위해 시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화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소비자는 그 제품에 대해 얼마든지 질문할 권리가 있다.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다. 기업은 답변해줄 의무가 있다. 전 성분 공개는 최소한의 정보다. 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이 제품이 피부에 묻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꼼꼼히 물어봐야 한다. 기업은 그에 대해 답해줄 그런 의무가 있다. 화원이 그런 통로가 되고자 한다. 한편으론 우리가 캠페인을 해도 요구만 했을 뿐 정보를 담을 그릇이 없었다. 화원이 시민사회의 기지이자 그릇이 되고자 한다. 또한 시민들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고 성장할 것이다.   

 

글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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