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아프리카 가나의 아크라(Accra)에 있는 아그보블로시(Agbogbloshie) 지역은 지난 10여 년간 국제 언론매체들이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무덤이자 최악의 환경오염지역’으로 보도해온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다이옥신을 내뿜는 타이어가 불타오르고 구리를 얻기 위해 전선 피복을 불태우는 연기가 매일 같이 뿜어져 나온다. 해변과 가깝고 인근에 ‘오도’강이 있어 아그보블로시 지역의 전자폐기물 야적장은 진창이다. 거기에 수많은 전자폐기물이 야적돼 있고 인근에는 주민들 스스로 ‘소돔과 고모라’라고 부르는 극악한 주거환경의 마을이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전자폐기물 야적장에서 일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조사(2007)와 그린피스의 조사(2008)에 따르면 이 지역의 토양 중금속 오염농도는 자연 상태의 100배 이상이며 이 지역 사람들의 혈중중금속농도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

유독물질의 국경을 넘는 이동을 금하는 바젤협약에도 불구하고 미국, 호주, 유럽, 아시아 여러 나라로부터 중고 전자제품과 전자폐기물이 뒤섞여 가나로 수입됐고 아그보블로시에서는 유해화학물질이 섞인 연무 발생과 중금속 오염이 가중됐다. 그러나 중고 수입품 재활용과 전자폐기물 해체 역사가 길어지면서 자원 해체와 수집, 이를 이용한 중고 전자제품 수리, 유통구조가 확실한 산업체계를 이루게 됐다. UNEP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 전자폐기물의 60~90퍼센트가 불법적으로 폐기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연간 4200만 톤에 달한다.
가나는 연간 4만 톤의 중고 전자제품을 수입하고 그중 반은 작동이 안 되는 폐기물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아그보블로시에서 해체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제 선진국의 전자폐기물 덤핑이 중단돼도 정상적인 중고품 수입과 재활용 과정을 통해 아그로블로시의 불길이 계속 타오를 수밖에 없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아그로블로시의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전자폐기물 재활용 산업으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은 계속 심각한 환경보건상의 위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답답한 상황을 풀 해법을 제안하고 실천하는 단체가 <아그로블로시 생산자 공간 플랫폼>(Agbogbloshie Makerspace Platform, AMP)이다. 미국과 가나 건축학계에서 활동하는 오세오 아사르(D.K. Osseo-Asare. 가나 Ashesi 대학 건축공학과 교수, 건축공학자)는 이 단체의 창설자이자 공동대표이다. 그는 AMP를 ‘아그로블로시의 재활용산업을 환경보건상 안전한 방법으로 작동시키려면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MP는 그 방법을 이 지역 재활용 생태계의 생산자들이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작업도구를 제공하고, 그들의 생산품을 판매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공간(AMP Spacecraft)’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에서 찾았다. 그것을 위해 AMP는 큐브 형태의 철강과 강판을 이용한 공간을 조립한 뒤 거기에 재활용과 해체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장착하고 이 공간에서 생산자와 지원자들이 교육훈련을 하고 생산도 하며 생산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AMP는 이 ‘공간’을 이용해 아그로블로시의 청소년들이 ‘풀뿌리 재활용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전자폐기물의 국경 이동을 허용하는 그 어떤 나라도 아그로블로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세계 전자산업계의 큰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한국이 AMP의 도전을 응원해야 할 이유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사진 제공 | Agbogbloshie Makerspace Platform
서아프리카 가나의 아크라(Accra)에 있는 아그보블로시(Agbogbloshie) 지역은 지난 10여 년간 국제 언론매체들이 ‘전 세계 전자폐기물의 무덤이자 최악의 환경오염지역’으로 보도해온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다이옥신을 내뿜는 타이어가 불타오르고 구리를 얻기 위해 전선 피복을 불태우는 연기가 매일 같이 뿜어져 나온다. 해변과 가깝고 인근에 ‘오도’강이 있어 아그보블로시 지역의 전자폐기물 야적장은 진창이다. 거기에 수많은 전자폐기물이 야적돼 있고 인근에는 주민들 스스로 ‘소돔과 고모라’라고 부르는 극악한 주거환경의 마을이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전자폐기물 야적장에서 일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조사(2007)와 그린피스의 조사(2008)에 따르면 이 지역의 토양 중금속 오염농도는 자연 상태의 100배 이상이며 이 지역 사람들의 혈중중금속농도는 더 심각한 실정이다.
유독물질의 국경을 넘는 이동을 금하는 바젤협약에도 불구하고 미국, 호주, 유럽, 아시아 여러 나라로부터 중고 전자제품과 전자폐기물이 뒤섞여 가나로 수입됐고 아그보블로시에서는 유해화학물질이 섞인 연무 발생과 중금속 오염이 가중됐다. 그러나 중고 수입품 재활용과 전자폐기물 해체 역사가 길어지면서 자원 해체와 수집, 이를 이용한 중고 전자제품 수리, 유통구조가 확실한 산업체계를 이루게 됐다. UNEP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 전자폐기물의 60~90퍼센트가 불법적으로 폐기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연간 4200만 톤에 달한다.
가나는 연간 4만 톤의 중고 전자제품을 수입하고 그중 반은 작동이 안 되는 폐기물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아그보블로시에서 해체된다. 더 심각한 것은 이제 선진국의 전자폐기물 덤핑이 중단돼도 정상적인 중고품 수입과 재활용 과정을 통해 아그로블로시의 불길이 계속 타오를 수밖에 없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아그로블로시의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전자폐기물 재활용 산업으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은 계속 심각한 환경보건상의 위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답답한 상황을 풀 해법을 제안하고 실천하는 단체가 <아그로블로시 생산자 공간 플랫폼>(Agbogbloshie Makerspace Platform, AMP)이다. 미국과 가나 건축학계에서 활동하는 오세오 아사르(D.K. Osseo-Asare. 가나 Ashesi 대학 건축공학과 교수, 건축공학자)는 이 단체의 창설자이자 공동대표이다. 그는 AMP를 ‘아그로블로시의 재활용산업을 환경보건상 안전한 방법으로 작동시키려면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MP는 그 방법을 이 지역 재활용 생태계의 생산자들이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작업도구를 제공하고, 그들의 생산품을 판매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공간(AMP Spacecraft)’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에서 찾았다. 그것을 위해 AMP는 큐브 형태의 철강과 강판을 이용한 공간을 조립한 뒤 거기에 재활용과 해체작업에 필요한 도구를 장착하고 이 공간에서 생산자와 지원자들이 교육훈련을 하고 생산도 하며 생산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AMP는 이 ‘공간’을 이용해 아그로블로시의 청소년들이 ‘풀뿌리 재활용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전자폐기물의 국경 이동을 허용하는 그 어떤 나라도 아그로블로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세계 전자산업계의 큰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한국이 AMP의 도전을 응원해야 할 이유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사진 제공 | Agbogbloshie Makerspace Plat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