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옥시를 막아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시민들이 나섰다. 특히 검사 수사 결과 최대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가 제품의 독성을 미리 알고서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했고 연구결과까지 은폐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노는 극에 달했다. 

4월 25일 환경연합 등 37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제조기업 처벌촉구와 최악의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상품불매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불매운동에 나섰다.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많은 시민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전국적으로 옥시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5년 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품 매출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옥시는 뒤늦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피해자와 시민들은 받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불매운동의 불을 더 댕겼고 급기야 대형유통업체인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마저 옥시제품을 전점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비난은 옥시에만 향한 것은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 등 9명에 대해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한 현재 수사대상에서 빠진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기업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정부에도 향했다. 5월 19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운동연합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정부 및 각 부처의 법률적행정적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사망자와 피해자가 발생한 이 사건 전반, 피해 국민들에 대한 외면방치 문제, 이 사건의 진상규명 지연방해 과정 등에 있어서의 대한민국 정부와 각 부처공공기관들의 책임과 잘못이 명백하므로, 감사원이 신속하고 전면적인 감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시민사회는 국회에 가습기살균제 특위 구성과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고 여야는 청문회를 열겠다며 약속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월 20일 시민사회단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이날 네트워크에 참여한 단체는 200여 개가 넘는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옥시의 완전 퇴출 ▲가해기업 및 정부의 책임자 처벌 ▲옥시 재발방지법 제정(책임자 처벌, 피해 구제, 징벌적손해배상제집단소송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화학물질관련법 등 관련 예방법제의 제·개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우리 시민사회가 가진 모든 힘을 모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5년이 지났다. 5년 동안 신고한 피해자 수만 2336명, 사망자만도 462명이나 된다. 정부와 기업의 침묵 속에 피해자들에게 지난 5년은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더는 안 된다고,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그래야 제2의 옥시를 막을 수 있다고 시민들은 힘을 내 외치고 있다. 


글 / 함께사는길 hamgil@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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