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민지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 활동가
우리는 쓰레기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위기 탈출의 최우선 필수 과제는 1회용품을 줄이는 것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1회용품을 줄이고 규제하기는커녕 기업의 입맛에 맞춰 1회용품 규제를 계속 후퇴시키고 유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20일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며 다회용기 사용을 늘리고 일회용품 감량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책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앞뒤가 다르다.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다회용기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전반적으로 추가적인 선택지를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탈플라스틱 대책은 일회용품 규제가 가장 핵심이다. 또한 다회용기로의 전환은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와 사용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발표에서 환경부가 일회용품 감량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드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미루더니 결국 발표한 내용은 반쪽짜리
2019년 11월 환경부는 2022년까지 1회용품을 35% 줄이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4월 1일부터 카페, 식당 등 식품접객업 내 일회용 컵 및 일회용 수저, 접시 등 1회용품 사용금지를 시작하고 이후 6월 10일부터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11월 24일부터는 종이 일회용 컵 및 1회용 빨대 사용금지를 단계적으로 시행하여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먼저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없애고, 보증금제로 바깥의 1회용 컵을 회수하며 마지막으로 종이 일회용품까지 사용하지 않도록 짜인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개인위생 문제가 최우선으로 여겨지며 1회용품에 대한 규제 및 사용 금지가 무기한 미뤄졌다. 그렇지만 일회용품이 다회용기보다 방역면에서 안전하다는 근거는 없다. 다회용기는 깨끗이 세척해서 쓰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2022년 3월 28일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해당 규제를 유예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이에 환경부는 매장 내 일회용 컵 및 1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는 시행하지만 단속이나 과태료 부과는 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사실상 규제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또한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1회용 컵을 요구하는 손님들과 과태료가 무서운 사장님들 간 실랑이가 벌어질 게 뻔하다.”며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핑계로 관련 정책을 후퇴시켰다. 그러나 당시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1.3%의 시민이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의 증가를 체감했으며 87.1%의 시민이 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1회용품 줄이기 로드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즉 정부와 환경부의 1회용품 대응이 시민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회용 컵에 음료를 살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환하면 돌려주는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원래 시행 예정일인 6월 10일을 불과 3주 앞둔 5월 20일 환경부가 돌연 12월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1회용품 사용 규제 로드맵이 일그러진 상황이었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컵 보증금제 역시 온전하지 않다. 환경부는 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전국 시행, 브랜드 교차반납 내용은 빼버리고 제주와 세종시에서만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맞춰 준비 중이던 카페 운영자들과 수거업체, 다회용기 제공 업체 등은 큰 차질이 생겼다고 10월 18일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다. 또한 전국 시행과 브랜드별 교차 반납을 언제 시행할 예정인지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환경부가 이 보증금제를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환경부는 1회용 컵 보증금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는 200여 차례 간담회를 열었지만, 가맹점주들과는 올해 5월부터 18번밖에 만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환경부와 정부가 기업의 편의만 봐주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실질적인 1회용품 규제 시행해야

지난 10월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환경연합, 쓰줍인, 알맹상점,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80여 개 시민단체는기자회견을 열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후퇴시킨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서울환경연합
1회용컵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 시행된 식품접객업 업장 내 1회용품 사용금지가 확대되어 11월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등의 사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이번 시행규칙에서 일회용 물티슈는 제외되었다. 앞서 환경부는 1월 25일 식품접객업소에서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일회용 물티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환경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시행) 3년 유예 등 업계 요구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용 물티슈 사용금지 조처를 3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1회용품 규제를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환경부와 정부는 일회용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반쪽짜리 탈플라스틱 대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1회용 컵 보증금제와 일회용품 규제부터 제대로 시행하기를 바란다.
글 김민지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 활동가
우리는 쓰레기 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위기 탈출의 최우선 필수 과제는 1회용품을 줄이는 것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1회용품을 줄이고 규제하기는커녕 기업의 입맛에 맞춰 1회용품 규제를 계속 후퇴시키고 유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월 20일 환경부는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며 다회용기 사용을 늘리고 일회용품 감량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책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앞뒤가 다르다.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다회용기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전반적으로 추가적인 선택지를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탈플라스틱 대책은 일회용품 규제가 가장 핵심이다. 또한 다회용기로의 전환은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와 사용금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발표에서 환경부가 일회용품 감량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드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미루더니 결국 발표한 내용은 반쪽짜리
2019년 11월 환경부는 2022년까지 1회용품을 35% 줄이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4월 1일부터 카페, 식당 등 식품접객업 내 일회용 컵 및 일회용 수저, 접시 등 1회용품 사용금지를 시작하고 이후 6월 10일부터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11월 24일부터는 종이 일회용 컵 및 1회용 빨대 사용금지를 단계적으로 시행하여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먼저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없애고, 보증금제로 바깥의 1회용 컵을 회수하며 마지막으로 종이 일회용품까지 사용하지 않도록 짜인 로드맵이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개인위생 문제가 최우선으로 여겨지며 1회용품에 대한 규제 및 사용 금지가 무기한 미뤄졌다. 그렇지만 일회용품이 다회용기보다 방역면에서 안전하다는 근거는 없다. 다회용기는 깨끗이 세척해서 쓰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2022년 3월 28일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해당 규제를 유예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이에 환경부는 매장 내 일회용 컵 및 1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는 시행하지만 단속이나 과태료 부과는 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사실상 규제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또한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1회용 컵을 요구하는 손님들과 과태료가 무서운 사장님들 간 실랑이가 벌어질 게 뻔하다.”며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핑계로 관련 정책을 후퇴시켰다. 그러나 당시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1.3%의 시민이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의 증가를 체감했으며 87.1%의 시민이 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1회용품 줄이기 로드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즉 정부와 환경부의 1회용품 대응이 시민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회용 컵에 음료를 살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환하면 돌려주는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원래 시행 예정일인 6월 10일을 불과 3주 앞둔 5월 20일 환경부가 돌연 12월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1회용품 사용 규제 로드맵이 일그러진 상황이었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컵 보증금제 역시 온전하지 않다. 환경부는 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전국 시행, 브랜드 교차반납 내용은 빼버리고 제주와 세종시에서만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맞춰 준비 중이던 카페 운영자들과 수거업체, 다회용기 제공 업체 등은 큰 차질이 생겼다고 10월 18일 기자회견까지 진행했다. 또한 전국 시행과 브랜드별 교차 반납을 언제 시행할 예정인지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환경부가 이 보증금제를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환경부는 1회용 컵 보증금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는 200여 차례 간담회를 열었지만, 가맹점주들과는 올해 5월부터 18번밖에 만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환경부와 정부가 기업의 편의만 봐주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실질적인 1회용품 규제 시행해야
지난 10월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환경연합, 쓰줍인, 알맹상점,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80여 개 시민단체는기자회견을 열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후퇴시킨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서울환경연합
1회용컵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 시행된 식품접객업 업장 내 1회용품 사용금지가 확대되어 11월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등의 사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이번 시행규칙에서 일회용 물티슈는 제외되었다. 앞서 환경부는 1월 25일 식품접객업소에서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일회용 물티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환경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된 (시행) 3년 유예 등 업계 요구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용 물티슈 사용금지 조처를 3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1회용품 규제를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환경부와 정부는 일회용품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반쪽짜리 탈플라스틱 대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1회용 컵 보증금제와 일회용품 규제부터 제대로 시행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