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전쟁, 구제역&조류독감(AI)

과거 70년간 구제역 청정국가였던 한국은 이제 어디에? 구제역 방역훈련중인 관계자들 ⓒ농림축산식품부

 

지난해 1월 17일, 우리나라에 5번째로 발생한 조류독감(AI)은 이례적으로 1년 내내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모두 토착화가 기정사실화되는 것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 사계절을 쉬지 않고 발생한 AI로 인해 최근 전국의 가금류는 이동제한이 걸렸다. 또한, 가축시장으로 유명한 수도권의 모란시장은 개장 이래 50년 만에 폐쇄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2월에는 3년 만에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가축전염병이 동시에 우리나라 국토를 뒤덮고 있다. 각 지자체와 정부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전국의 사육농가들은 출하시기를 놓치며 생계위기에 봉착하고, 국민들은 고깃값 불안정으로 가정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공포와 고통은 언제 생매장될지 모른 채 좁디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갇힌 닭, 오리, 돼지, 소들의 몫이다. 

 

구제역 & AI 전쟁의 역사 

가축질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른 조류독감(AI)의 정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닭, 오리, 칠면조 등 조류에서 폐사율이 높은 가축전염병이며 안면부종, 벼슬 청색증을 나타내고 산란율 저하를 초래한다. 구제역은 소, 돼지 등 우제류 동물에 감염되는 가축전염병으로 입, 혀,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고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는 급성전염병이다. 주로 발굽이 2개로 갈라진 소나 돼지 같은 동물에게 발생하는 구제역은 통상 2~8일 정도의 잠복기간이 있으며,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최대 14일의 잠복기가 있다고 본다. 7개의 혈청형 바이러스 종류 중 A형 바이러스가 가장 치명적이고 우리나라는 현재 O형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다. 전염 뒤 24시간 정도면 감염증상을 보이고 치사율이 50퍼센트에 이를 정도이다. 

조류독감인 고병원성 AI는 급성 호흡기 증상을 보이며 100퍼센트에 가까운 폐사율을 나타낸다. 혈청형은 크게 3종(A, B, C형)으로 분류되며 혈청아형(subtype)이 135종에 달하여 매우 많고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잠복기는 수 시간에서 3일 정도이며 OIE는 최대 21일의 잠복기가 있다고 본다. 구제역과 달리 인체 감염이 될 수 있는 인수공통 전염병이기도 하다. 

구제역과 AI는 지난 2000년 이후 발생했다는 점과 그 양상에 공통점이 있다. 지난 70여 년간 구제역 청정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2000년 3~4월과 2002년 5~6월로 봄철이었다. 그리고 2010년에는 겨울철인 1월과 봄철 4~5월, 다시 가을철 11월 28일부터 다음 해 4월까지 발생했다. 이후 2014년 7~8월에 잠깐 발생하였다가 12월 다시 시작된 구제역은 현재진행형이다. AI 역시 2000년대 초반인 2003년 12월 발병해 다음 해 3월까지, 2006년에는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로 겨울철에서 봄철까지 발생하였다. 2008년에는 4~5월인 봄철에 발생하였으며 2010년에는 12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지속되었다. 201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AI은 1455만 마리를 살처분하며 사상 최악의 살처분 기록을 갱신하였다. 

 

2000년 이후 지속 발생하는 이유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증가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가축과 인간의 변종 바이러스와 전염병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남아와 중국 등 아시아 및 유럽에도 현재 심각한 조류독감(AI)이 일어나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산업혁명 후 꾸준히 기후변화가 진행되어 온 것을 살펴보면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의 창궐 원인을 지구온난화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외식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일명 ‘치느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치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에 따르면 치킨 판매점 수는 2002년 이후 매년 평균 2348개씩 증가하여 3만6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지상파 드라마에 나온 우리나라의 ‘치맥문화’가 해외로 알려지면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진출한 국가가 60여 개국 400여 개 매장에 육박한다. 서구화된 식습관 문화와 더불어 치킨 열풍이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급속한 축산업의 거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청난 수요에 발맞춰 축산업계는 2010년부터 대기업 형태로의 탈바꿈을 가속화하며 위탁사육계약으로 인한 위탁농의 문제를 심화시켰다. 기업에서 여러 농장에 더 많은 생산량을 요구하며 공장식 밀식사육이 횡행하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들은 면역력이 약해져 AI에 걸리지 않더라도 일정 정도의 폐사체가 발생한다. 

구제역의 경우는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최근에 구제역이 확산되는 것일까? 양돈농가의 농민으로부터 들은 얘기에 따르면, 몇몇 농가들은 백신 접종으로 인해 접종부위에 고름이 생겨 상품성이 떨어져 접종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해진 기간에 많은 양을 출하시키려다보니 성장촉진제와 각종 항생제를 먹이게 되고, 내성이 생긴 가축들은 더욱 새롭고 강해진 바이러스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2000년 이후 치킨 산업의 발달은 공장식 밀식 사육을 더욱 횡행하게 했다

 

사육 방식의 전환 필요해 

구제역과 조류독감(AI) 등 날로 늘어가는 가축전염병에 있어 공장식 밀식사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발생하는 구제역과 AI를 계속 살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동물복지농장 확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산란계 일반케이지 사육과 어미돼지의 스톨(길이 2미터 폭 60센티미터의 철장우리 금속 틀) 사육금지, 8시간 이상 동물운송에 이용되는 차량에 대한 공식인증 및 위성항법장치 설치 의무화 등 도축에서 운송에 이르기까지 동물복지를 위한 세부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동물복지 식품에 ‘Freedom Food’ 인증을, 프랑스는 가금류 및 계란에 대한 동물복지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거킹·맥도널드 등 주요 축산식품 업체가 자체적으로 동물복지기준을 제정해 이를 준수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역시 동물복지자문위를 운영, 차별화된 축산물 수출에 앞장서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 역시 2009년 돼지와 산란계 농장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2010년 젖소와 육계, 2011년 육우까지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는 △적정 사육밀도 유지 △조명, 깔짚 등 사양 환경 충족 △강제 환우, 발치 및 절치, 꼬리 자르기 등 인위적인 조치 제한 △홰 설치와 무리지어 사육 등 동물의 본성 유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2년 산란계,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에 순차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인증농장은 59곳에 불과하다. 

우리들은 성냥갑처럼 빽빽한 시멘트 덩어리 구조물보다 물소리와 맑은 공기 속 흙 내음을 맡으며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말한다. 하물며 동물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생명의 경중을 떠나 동물들도 쾌적한 삶 속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무엇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길인지 함께 고민하여야 할 때인 것 같다.


글 | 김현경 환경운동연합 생태사회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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