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소독제 논란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통근시간 지하철은 언제나 승객들로 만원이다. 몸을 돌리기도 힘든 달리는 밀폐공간에서 종종 곤란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느 날과 같은 출근길, 두세 걸음 떨어진 곳의 승객 하나가 지난 밤의 증거물을 ‘갑자기’ 뿜었다. 알콜과 덜 소화된 음식물이 섞인 토사물 때문에 객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상태로 몇 정거장을 더 달리다 ‘민원사항을 처리하고 가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멈춘 역에서 노란조끼를 입은 청소방역 노동자 3명이 뛰어 들어와 순식간에 청소를 마치고 퇴장했다. 평화를 되찾은 지하철 속에서 나는 우리 사회 공공지대 보건위생과 관련된 작업을 전담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그들이 작업현장에서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토사물 정도야 안전을 위협할 리 없지만 최근의 염화벤잘코늄(BKC)를 비롯한 4급암모늄류 방역소독제 논란을 기억한다면 방역노동자들의 건강 위해성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논란의 핵심은 해당 소독제들이 일선 현장에서 금지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방역 일선을 책임져 온 방역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된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환경부, 지자체, 고용노동부의 책임

지난 5월 26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서울교통공사 방화 차량기지를 방문해 방역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는 방역지침을 고지했지만 현장에서 작업편의상 이를 어기고 있어 문제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논란이 계속되자 환경부는 지난 5월 27일, 기존의 고시를 개정하여 방역 소독제 겉면에 ‘공기 소독 금지’ 문구를 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화진 장관이 직접 서울교통공사 방화차량기지에서 현장 점검을 하며 내놓은 대책이었다. 하지만 5월 17일 언론보도 이후 10여 일이 지난 상황에서 나온 대책치고는 별다른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환경부의 안이한 대책을 규탄했다. 환경부가 이 사안을 공기 중에 분사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지 않은, 방역현장의 과실 정도로만 치부하는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환경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언론보도 다음날인 18일에 설명자료를 낼 때도 방역현장에서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해 공기 중에 분사하여 소독한 것이지, 환경부는 적법하고 안전한 소독 방법을 안내·홍보해 왔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연구보고서의 존재에 대한 언론과의 진실공방에 가려진 면이 있지만 이러한 면피성 해명에도 문제가 있었다. 


*출처: “공기소독금지” 추가표기 의무화(안) 안내(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5.26.)


현행법령에 따라 조치했다고 안주할 일이 아니었다. 문제의 본질을 고민해야 했다. 논란이 된 소독제품에 대한 관리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부터 따져봤어야 했다. 단순히 고시를 개정하여 특정용도 금지표시를 붙이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환경부가 강조한 대로라면 설명을 했는데, 왜 현장 일선에는 실행되지 않는지 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했다.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방역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업체 전수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소독제가 분사되는지, 노동자와 시민이 위험에 노출되었는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주로 경쟁입찰을 통해 최저가에 낙찰되는 방식이다.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업체가 유리한데 피해는 사회의 약자들에게 전가된다. 방역업계의 하청구조, 노동자의 업무과중이라는 매커니즘 아래에 시민의 안전을 위한 방역이 되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의 현장이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 안전에 관한 제1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책임 또한 무겁다.

고용노동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장의 안전보건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방·지원하는 것도 해당 부처의 중요한 업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화재가 발생하고 사이렌이 울리는데, 정작 현장에 있던 이들은 사고의 징후를 감지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설정하고 안전정책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기회에 방역현장의 안전보건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면밀하게 점검하고, 건강피해 실태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또한 작업 여건에 대한 업체들의 안전·보건 조치 이행 여부, 불법적인 재하도급 실태를 비롯한 전반적인 환경점검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 진단에 준하는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사용물질은 어떻게 관리할 건가

이 논란에서 언급된 제품의 물질들, 특히 염화벤잘코늄(BKC)의 유해성과 위해성은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우리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 이 물질을 우리 곁에 남겨두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표면소독용으로는 안전하다는 소극적 지침으로는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 제품의 안전정보를 하위 사용자에게까지 제대로 전달하고,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독제만 문제일까? 생각해보면 이는 분사형 제형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2019년 1월부터 시행중인 생활화학제품법은 살생물제품과 생활화학제품을 관할하고 있다. 2030년까지 품목별로 살생물질과 제품승인절차가 진행중인데 이러한 과도기에는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관리된다.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은 신고제를 원칙으로 하고 살균제 등 예외적인 품목들은 승인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살생물질이 들어가 있는 탈취제, 방향제 같은 이른바 “처리제품”의 경우에는 관리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제정했던 위해우려제품 고시에는 사용가능 물질목록을 운영했다.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물질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심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고시는 2019년 초에 폐지되었다. 이를 대체한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 고시에 사용가능 물질목록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용금지물질과 제한물질이 도입된 정도다.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밴치마킹해 위해성 중심으로 제도를 전환하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사각지대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게다가 모법은 처리제품 안전관리에 관한 내용을 환경부령으로 위임하고 있으나, 환경부는 법안 시행 3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내용을 특정하는 작업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교훈, 방역 및 화학제품 관리정책에 전면 수용해야 

지난 3년 코로나 시국에서 사용된 염화벤잘코늄(BKC)을 비롯한 4급암모늄류 방역소독제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부른 화학물질은 동종 물질이다. 공기 중 분사 방식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같다. 방역 장소를 이용한 시민과 방역을 담당한 노동자 건강 위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지난 3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었다. 보건의료 종사자들과 더불어 방역현장의 최전선에 있던 이들이 방역·미화 노동자들이다. 우리사회는 이들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위험도 감수한 이들 개개인이 피해마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환경운동연합이 관련 부처에 이에 대해 지적하는 질의를 하자, 환경부는 ‘정부합동으로 대책을 논의 중이며, 7월 말에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면피가 아닌 현장 노동자와 시민 건강을 위한 통찰이 잠긴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글 | 강홍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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