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이 도시문제의 핵심 해법은 자전거

2024-01-02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커져서 2021년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률이 전년 대비 24%나 올라갔다. 동시에 서울시 개별통행 수단분담률 중 승용차의 비율이 2019년 24.5%에서 2021년 38%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서울시 자전거 수단분담률이 2%가 채 되지 않고 따릉이 이용은 그 중 일부인 것을 고려하면 자전거 이용률에 비해 자동차 이용률은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빠지면서 늘어난 것이라 서울시 자동차 통행량으로 인한 도시문제는 더 극심해졌다.


안전한 생활도로 확보가 핵심

출근길 자전거 이용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 떼빙


만약 자전거 타기에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에 살고 있었다면 자전거 이용률이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2023년 현재 우리에게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매일 목숨을 거는 일이다. 법규를 지키려면 차도를 이용해야 하지만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아무리 작아도 1톤이 넘는 육중한 자동차가 서너 배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자전거를 도로 끝으로 내몰기 때문에 자전거는 그야말로 갈 곳이 없다. 할 수 없이 인도로 올라가면 걷는 사람들이 위험해지고 사람을 피하고 보도 위에 있는 각종 기물을 피하다 보면 자전거의 편리성은 반감이 아니라 반의 반의 반감이 되고 만다. 자전거는 시속 15km 정도의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는 도시 내 최고의 교통수단임에도 기능을 제대로 낼만한 도로가 없어서 그 유용함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성화한 나라들은 대체 어떤 환경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핵심은 먼저 ‘안전한 도로환경’에 있다. 보행자, 자전거와 같은 생태교통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각자의 길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걷는 사람은 보도(인도), 자전거 타는 사람은 자전거길로만 다닌다. 물론 자동차는 찻길로만 다닐 수 있다. 세 개의 교통주체가 섞이지 않고 각자의 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각자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보장하는 길이다. 또한 몸집이 더 작고 속도가 느린 생태교통들이 영역 확보 측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충분한 넓이와 연결성을 확보하여 설계해야 한다. 자동차 한 차로 넓이만큼의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확보해 주어야 하는데 한정된 공간을 어떻게 내주어야 하냐는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자동차 보유와 통행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스위스 베른의 차량 제한 표지판


이 때 필요한 것이 사회의 합의와 결단이다. 정책의 무게와 우선권을 자전거에 줄 것이냐, 자동차에 줄 것이냐는 물음에 유럽 자전거 친화 도시들은 자전거의 손을 들어주었다. 자전거에게 안전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자동차 보유와  통행을 억제하는 정책을 함께 쓴 도시들이 높은 자전거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와 암스테르담 등을 들 수 있다.

여기까지는 자전거정책을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꾸준히 주장했고 먼저 실천한 도시들이 증명한 내용이다. 글쓴이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더 적극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는데 자동차가 보도와 자전거도로 위로 주행하거나 주정차하는 일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동차가 자전거도로를 침범하거나 인도 위에 주차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도 마음껏 침범하는 자동차가 자전거도로쯤 넘어가는 것은 별 일도 아닌 것이다. 이렇게 자동차가 아무 곳이나 활보할 수 있는 상태를 내버려둔 채 보도를 넓히고 자전거도로를 확충해봐야 자동차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자동차가 영역을 벗어나는 것에 확실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자동차의 절대량과 통행량이 많으면서 걷기 안전하고 자전거 타기에 편리한 도시는 아직까지 없다. 자동차에게 우선권을 주었던 도시들조차 교통안전과 주차문제, 교통체증, 대기오염 등 갖가지 자동차로 인한 도시문제들을 앓으면서 다시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을 보더라도 자동차에게만 편리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우리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전거로 안전하게 통학, 출근하고 어디든 걸어 다니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 도시를 우리도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는 유럽의 자전거 친화 도시의 모습을 더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 구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자동차 중심 정책을 벗어나 생태교통을 진흥해야 할 때다. 안전한 생활형 자전거도로를 확보하고 자전거를 우선하는 정책과 문화로 전환하기를 주저하지 말자.


글∙사진 | 김윤정 싸이클러블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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