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대비에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감사원과 환경부로 하달된 모양이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의 4대강 보 처리 방안의 결정적인 흠결을 찾지 못하자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었다. 환경부는 4대강 보에 대한 정책을 완전히 수정했다. 대통령 한 마디에 행정 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정치적 손익계산에 몰두하는 정치인처럼 또는 그야말로 소신 없는 기계처럼 입장을 달리했다.
가뭄이 이는 지역과 홍수가 나는 지역은 4대강 보가 있는 지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이 말이다. 국토교통부의 재해지도만 찾아봐도 누구나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인데 환경부 장관은 대놓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도대체 왜? 대통령은 에둘러 MB정부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그에 발맞춰 환경부는 손쉽게 자신들의 전문성과 신념을 팔아넘긴 것일까? 도대체 왜?
과거로 회귀한 물관리 정책
8월 25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 강행에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한 번 흐름을 살펴보자. 먼저 7월 20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이 발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공익감사 결과를 존중하며, 감사 결과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하천 정비를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향후 더 과학적인 평가를 하라는 감사원의 권고와 무관하게 앞뒤 없이 4대강 보 존치 결론을 내린 것이다. 환경부의 주장처럼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이 재심의되어야 한다면, 감사 결과 보 처리 방안 결정 과정의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었어야 한다. 감사원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주문했을 뿐, 4대강 보를 목적대로 활용하라는 조치를 권고한 바 없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권의 지원기관을 자초하는 감사원조차도 4대강사업을 정당화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8월 4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했던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스스로 취소했다. 아무런 과학적 연구와 근거 없이 근 보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또 3주 만인 8월 25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4대강사업의 재앙적인 후과를 반전시킬 기회를 공중분해 시키고 하천 관리 패러다임을 20년, 30년 전으로 후퇴시키겠다는 비뚤어진 포부 같았다. 요식행위로 전락한 공청회는 다행히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9월 5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용역들을 대동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5명의 환경활동가가 연행되었고 1명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기는 했지만, 구속영장 남발로 시민사회를 옥죄려는 이 정부의 속내를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였다. 여하간 다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불필요한 구조물 철거, 인간과 생태계 공존을 위한 하천 관리 필요’라는 명시적인 물관리 정책 방향을 없애는 변경안으로 공청회를 마쳤다. 그리고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던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도 삭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신구 대조 안으로 정리해보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농사와 공장 가동을 위해 대규모 수량관리가 필요했던 산업화 시기로의 완벽한 회귀라는 것이 명확하다.
9월 21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공청회를 통해 공언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누차 강조했던 절차적 정당성, 내용의 합당함 모두 결여된 변경안이다. 그 흔한 연구과제 하나 없었고, 왜 변경해야 하는지 단 한 줄의 설명도 없었다. 확정된 안은 처음 제시했던 변경안에서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강행했던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우려했던 것처럼 공청회는 요식행위로 치러졌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연행을 감수하며 지적했던 문제들은 당국자들의 귓등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 협잡꾼으로 전락한 환경부
낙동강에서 채수한 물. 태풍 ‘타눈’ 이후에도 낙동강에는 녹조가 번성했다 ⓒ환경운동연합
백번 양보해서 이수와 치수의 관점을 정책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변경안은 물관리 정책 실패로 내달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하천의 자연성 회복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선진국 등이 지향하고 또 추진하고 있는 전 지구적 정책 방향임에도, 우리나라는 전 정부 정책은 무조건 뒤집고 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병적인 억지로 역진하고 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도 하천의 자연성 회복과 수질, 수생태계 보전을 중심에 둔 물관리 정책으로의 변화는 시나브로 추진됐다. 간척지의 역간척, 하굿둑 개방 등이 그 산물들이다. 하물며 환경부로의 물관리 정책 일원화도 어제오늘의 논의와 결정이 아니라 20년 가깝게 숙의되어 온 의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정책적 일관성을 져버리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전문가들을 내세워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과거 패러다임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로써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사업의 후과에 눈을 돌리고 표류하던 윤석열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20~30년 뒤로 돌려세웠다.
변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하천의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킬 것이고 전국 곳곳에 민관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보 해체, 상시 개방 등 4대강 보 처리 방안 관련 과제들을 삭제한 것은 4대강사업의 재앙적인 후과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선언이다.
환경부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녹조 원인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적시했다. 녹조의 원인은 하천의 부영양화(오염 부하), 일조량, 유속 등이 대표적이다. 환경부도 밝히고 있는 바다. 이 중 일조량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인자다. 부영양화를 막기 위한 오염원 관리는 녹조 대책이 아니더라도 하천 관리에 필수적인 요소다. 지금껏 계속해 온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남는 것은 유속이다. 보 수문 개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지금 당장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효과성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문 개방을 제외하고 다른 요인들을 검토하고 그것에 기인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변죽을 울리는 짓이다. 실패한 4대강사업을 되살리려는 거짓 정치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우리 하천의 건강성이 아닌 모리배 정치를 위한 협잡에 끼어든 것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10년짜리 법정계획이다. 10년짜리 법정계획을 고작 1달 만에 과학적 검증과 검토 없이 삽시간에 바꿔버렸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정쟁거리에 머물러 있던 4대강사업을 현장에서 되살리겠다는 의도다. 홍수가 빈번한 곳에는 홍수 대책이 필요하다. 가뭄 피해가 심각한 곳에는 가뭄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16개 보가 있는 4대강 본류는 홍수나 가뭄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지경에 환경부는 ‘과학적’, ‘개괄적’, ‘합리적’ 같은 말들을 입에 담지 말라. 환경부의 앞잡이로 전락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규탄하며 스스로 존재 의무를 저버리고 정치 협잡꾼으로 전락한 환경부에 조의를 표한다.
윤 정부가 보에 집착하는 이유
이쯤 되면 도대체 왜 윤석열 정부가 보에 이다지도 집착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을까? 딱 두 가지다. 토건세력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했던 MB 시대로의 회귀와 전 정부 흔적 지우기다. 그 이상의 논리적 설명이나 과학적 검증은 이 정부와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적 철학이나 비전 없이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글 |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
홍수 대비에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감사원과 환경부로 하달된 모양이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의 4대강 보 처리 방안의 결정적인 흠결을 찾지 못하자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었다. 환경부는 4대강 보에 대한 정책을 완전히 수정했다. 대통령 한 마디에 행정 공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정치적 손익계산에 몰두하는 정치인처럼 또는 그야말로 소신 없는 기계처럼 입장을 달리했다.
가뭄이 이는 지역과 홍수가 나는 지역은 4대강 보가 있는 지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들이 말이다. 국토교통부의 재해지도만 찾아봐도 누구나 명확히 알 수 있는 사실인데 환경부 장관은 대놓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도대체 왜? 대통령은 에둘러 MB정부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그에 발맞춰 환경부는 손쉽게 자신들의 전문성과 신념을 팔아넘긴 것일까? 도대체 왜?
과거로 회귀한 물관리 정책
8월 25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 강행에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한 번 흐름을 살펴보자. 먼저 7월 20일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이 발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공익감사 결과를 존중하며, 감사 결과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하천 정비를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향후 더 과학적인 평가를 하라는 감사원의 권고와 무관하게 앞뒤 없이 4대강 보 존치 결론을 내린 것이다. 환경부의 주장처럼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이 재심의되어야 한다면, 감사 결과 보 처리 방안 결정 과정의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었어야 한다. 감사원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주문했을 뿐, 4대강 보를 목적대로 활용하라는 조치를 권고한 바 없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권의 지원기관을 자초하는 감사원조차도 4대강사업을 정당화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8월 4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했던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스스로 취소했다. 아무런 과학적 연구와 근거 없이 근 보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또 3주 만인 8월 25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4대강사업의 재앙적인 후과를 반전시킬 기회를 공중분해 시키고 하천 관리 패러다임을 20년, 30년 전으로 후퇴시키겠다는 비뚤어진 포부 같았다. 요식행위로 전락한 공청회는 다행히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9월 5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용역들을 대동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5명의 환경활동가가 연행되었고 1명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기는 했지만, 구속영장 남발로 시민사회를 옥죄려는 이 정부의 속내를 여실히 확인하는 계기였다. 여하간 다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불필요한 구조물 철거, 인간과 생태계 공존을 위한 하천 관리 필요’라는 명시적인 물관리 정책 방향을 없애는 변경안으로 공청회를 마쳤다. 그리고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던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도 삭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신구 대조 안으로 정리해보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은 농사와 공장 가동을 위해 대규모 수량관리가 필요했던 산업화 시기로의 완벽한 회귀라는 것이 명확하다.
9월 21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공청회를 통해 공언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누차 강조했던 절차적 정당성, 내용의 합당함 모두 결여된 변경안이다. 그 흔한 연구과제 하나 없었고, 왜 변경해야 하는지 단 한 줄의 설명도 없었다. 확정된 안은 처음 제시했던 변경안에서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강행했던 공청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우려했던 것처럼 공청회는 요식행위로 치러졌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연행을 감수하며 지적했던 문제들은 당국자들의 귓등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치 협잡꾼으로 전락한 환경부
낙동강에서 채수한 물. 태풍 ‘타눈’ 이후에도 낙동강에는 녹조가 번성했다 ⓒ환경운동연합
백번 양보해서 이수와 치수의 관점을 정책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변경안은 물관리 정책 실패로 내달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하천의 자연성 회복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선진국 등이 지향하고 또 추진하고 있는 전 지구적 정책 방향임에도, 우리나라는 전 정부 정책은 무조건 뒤집고 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병적인 억지로 역진하고 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도 하천의 자연성 회복과 수질, 수생태계 보전을 중심에 둔 물관리 정책으로의 변화는 시나브로 추진됐다. 간척지의 역간척, 하굿둑 개방 등이 그 산물들이다. 하물며 환경부로의 물관리 정책 일원화도 어제오늘의 논의와 결정이 아니라 20년 가깝게 숙의되어 온 의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정책적 일관성을 져버리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전문가들을 내세워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과거 패러다임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로써 국가물관리위원회는 4대강사업의 후과에 눈을 돌리고 표류하던 윤석열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20~30년 뒤로 돌려세웠다.
변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하천의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킬 것이고 전국 곳곳에 민관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 보 해체, 상시 개방 등 4대강 보 처리 방안 관련 과제들을 삭제한 것은 4대강사업의 재앙적인 후과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선언이다.
환경부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녹조 원인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적시했다. 녹조의 원인은 하천의 부영양화(오염 부하), 일조량, 유속 등이 대표적이다. 환경부도 밝히고 있는 바다. 이 중 일조량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인자다. 부영양화를 막기 위한 오염원 관리는 녹조 대책이 아니더라도 하천 관리에 필수적인 요소다. 지금껏 계속해 온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남는 것은 유속이다. 보 수문 개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지금 당장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효과성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문 개방을 제외하고 다른 요인들을 검토하고 그것에 기인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변죽을 울리는 짓이다. 실패한 4대강사업을 되살리려는 거짓 정치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우리 하천의 건강성이 아닌 모리배 정치를 위한 협잡에 끼어든 것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10년짜리 법정계획이다. 10년짜리 법정계획을 고작 1달 만에 과학적 검증과 검토 없이 삽시간에 바꿔버렸다. 다른 이유는 없다. 정쟁거리에 머물러 있던 4대강사업을 현장에서 되살리겠다는 의도다. 홍수가 빈번한 곳에는 홍수 대책이 필요하다. 가뭄 피해가 심각한 곳에는 가뭄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16개 보가 있는 4대강 본류는 홍수나 가뭄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지경에 환경부는 ‘과학적’, ‘개괄적’, ‘합리적’ 같은 말들을 입에 담지 말라. 환경부의 앞잡이로 전락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규탄하며 스스로 존재 의무를 저버리고 정치 협잡꾼으로 전락한 환경부에 조의를 표한다.
윤 정부가 보에 집착하는 이유
이쯤 되면 도대체 왜 윤석열 정부가 보에 이다지도 집착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을까? 딱 두 가지다. 토건세력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했던 MB 시대로의 회귀와 전 정부 흔적 지우기다. 그 이상의 논리적 설명이나 과학적 검증은 이 정부와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적 철학이나 비전 없이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다.
글 |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