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에 희망을

2024-01-02

환경부가 새만금 간척지에 ‘새만금 환경생태용지 2-1단계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의 대상지는 새만금 방조제 내측의 남쪽에 위치하며, 세계 잼버리 대회 야영장의 북측 지역이다. 사업면적은 3.57㎢이다.  

이 조성사업은 먼저 2023년 7월 20일부터 2024년 7월 20일까지 환경생태용지에 대한 기초조사, 관련계획 등 여건 분석·평가, 기본구상 재검토, 공간활용 등 기본계획 수립 등을 진행할 계획이고, 연구 용역 수행기관은 ㈜도화엔지니어링(주관기관), ㈜동일기술단, 원광대학교 산학협력단이다. 이 연구 용역이 끝나자마자 2024년부터 2029년까지 실제 공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2288억 원이다. 주요 시설로는 염색식물 천이지, 야생동물 서식지, 국제생태환경체험원, 자연생태섬을 만든다고 한다. 


불필요한 ‘새만금 환경생태용지 2-1단계 조성사업’

2023년 8월 9일(금) 오후 5시 26분, 환경생태용지 주변 습지에서 관찰된 저어새 47마리 중에 일부를 촬영한 사진


먼저 대상 사업 구역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알아보자.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기 전 이 지역은 갯벌이었다. 모래가 펄보다 많은 모래펄갯벌이었다. 그런데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면서 바닷물이 예전처럼 많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가지 않자, 갯벌이 드러나게 됐다. 방조제에 막힌 직후에는 염분이 많아 주로 칠면초가 우점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염분 농도가 떨어지자, 갈대 우점지로 바뀌었다. 방조제로 막힌 뒤에는 배수갑문을 통해 해수 유통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지고 있어서 갈대가 군락을 이루어 서식하기에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해수 유통을 중단하고 빗물에 의해 염분이 씻겨 내려가 염분 농도가 더 낮아지면 이곳에는 육상 초본류와 목본류 식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전이가 자연 발생하도록 배려해야 마땅하다. 굳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일부 갈대 군락을 없애면서 인위적인 생태환경용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분명, 다른 예산 낭비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 지역 주변의 물가에는 황새를 비롯해 저어새, 물수리, 큰기러기 등 법정보호종과 다수의 물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만약 이 지역에 인위적 생태환경용지 조성사업이 추진된다면 그나마 주변 지역의 서식지에 머무르고 있는 새들에게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향후 세계 잼버리 야영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농경지로 바꿔 이용하게 되면 농경지를 서식지로 이용하는 더 많은 물새들이 이 사업지역 주변 물가에 찾아와 서식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식지 관리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부가 제시한 <새만금 환경생태용지 2-1단계 조성사업 개요>

◈ (소재지) 새만금 3권역(관광레저권역) 내

◈ (사업면적) 3.57㎢(108만 평)

◈ (총사업비) 2288억 원

◈ (사업기간) 2023년~2029년 (기본계획 및 준공)

◈ (주요시설) 염색식물 천이지, 야생동물 서식지, 국제생태환경체험원, 자연생태섬

* 예타 통과(2021년 12월, B/C 0.70, AHP 0.609)


새만금내 SOC사업의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2010년에 새만금 내부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되어 진행되어 온 새만금 개발사업이 대폭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초에 개최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국제적 망신을 사자 야기된 변화이다. 

2023년 8월 29일,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지역에서 진행되거나 계획 중인 새만금 신공항, 새만금 철도, 새만금 항만 등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의 필요성, 타당성, 균형발전정책 효과성 등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SOC사업 점검 TF를 구성하고, 외부 전문기관 연구용역 및 관계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4년도 새만금 SOC사업 예산 총액 6626억 원 중 78%를 삭감한 1479억 원을 국회에 제출했고, 새만금신공항 예산은 580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90% 가까이 대폭 삭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새만금 토지이용 기본계획을 재수립할 것을 지시했고, 새만금개발청은 2025년까지 새만금 토지이용 기본계획을 재수립할 계획이다. 또한 이런 정책 변화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 8월 21일부터 새만금 SOC사업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에 돌입했다. 새만금호의 목표수질 달성 여부를 판단해 2024년 해수유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 반발했다. 국회 예산안 심의 자리에서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새만금 SOC사업비 전액 그대로 복구할 것을 요구하고, 새만금 SOC사업 예산 삭감 및 국토교통부의 점검계획 발표,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20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2024년도 예산안을 합의했는데 이중 새만금 SOC 관련 예산은 당초 정부안 1479억 원에서 3000억 원을 증액해 총 4479억 원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안 총액 6626억 원과 비교하면 2147억 원(32%)이 삭감된 것이다. 

정부와 여·야 모두 새만금사업 추진에 목매다가 이렇게 정부와 여당, 야의 입장이 갈린 것을정책의 생태친화적 변화로 보긴 어렵다. 그보다 정계가 지역의 당파적 지지를 두고 사업의 명운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새만금사업을 둘러싼 여와 야의 대립이 입증하는 것은, 1991년 새만금사업 추진 초기부터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야 모두 당파적 유불리만을 사업 추진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다. 그러니 허무하게 혈세는 사라지고 새만금갯벌은 나날이 훼손돼 온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의 자료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1991년부터 2023년 1월까지 22조7900억 원(국비 12조1400억 원, 지방비 9500억 원, 민간자본 9조7000억 원)이 투입되었다. 이중 새만금호의 수질 개선비로는 1단계(2001∼2010년) 1조4568억 원, 2단계(2011∼2020년) 2조6253억 원 등 총 4조821억 원이 들어갔다. 이처럼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었는데도 새만금호는 목표수질에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이같이 국민 혈세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방조제 완료 이전만 해도 만경강과 동진강을 통해서 내려오는 유기물과 퇴적물이 갯벌과 바다생물들의 먹이원이었다. 방조제가 완공되자 방조제 내측 수질이 악화됐고, 방조제 외측 해류 흐름이 느려져 바닥에 물컹한 퇴적물이 쌓이면서 해양생물이 급감했다. 

2019년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의 연구 보고서 「새만금사업에 따른 수산업 영향 및 대응 방안」을 보면, 새만금 방조제 착공 전후인 1990년과 1991년도의 전라북도 수산물 생산량은 각각 15만234톤과 13만4819톤이었으나 방조제 완공 직후인 2010년과 2011년의 수산물 생산량은 8만1114톤과 7만1309톤으로 감소했다. 1990년의 생산량과 비교할 때 2011년의 생산량은 52.5% 감소했다. 더욱이 새만금 지역 수협 조합원의 ‘계통판매량 실적’을 비교하면 생산량 급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1991년 군산시수협 계통판매량은 5만9543톤, 김제수협은 2759톤, 부안수협은 9293톤 등 총 7만1595톤이었다. 그러나 방조제가 완공된 직후인 2011년에는 군산시수협 3만1111톤, 부안수협 922톤, 김제수협 0톤 등 3만2033톤으로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생태환경용지 개발을 강행한다면 막대한 국민 혈세를 추가 낭비해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게 될 뿐이다. 


해수유통 확대해서 새만금갯벌 복원해야

2023년 11월 27일, ‘새만금 SOC예산 삭감하고, 갯벌복원 예산으로 전환하라!’국회 본회의장 앞마당에서 열린 궐기대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지구 전역의 문제로 부상한 시대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특히 전북 정치권은 새만금사업의 문제점과 악영향, 현재 새만금 지역이 처한 생태적 현실을 제대로 파악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새만금 방조제 내측으로 해수유통을 확대하고 일부 방수제를 다시 터서 만경강동진강 하구갯벌을 최대한 되살리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진실의 발견에 이르러야 한다. 생태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새만금갯벌은 여전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 멸종위기종(황새, 저어새, 댕기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큰뒷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좀도요 등)들의 서식처이다. 새만금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정책의 조화로운 추진에 나서야 한다. 세계에 자랑하는 ‘K-Culture(문화 한국)’에 더해 생태국가로서의 정책 지향을 확실히 하는 길, 새만금갯벌의 현명한 이용이 지역 발전을 돕는 대안을 찾는 정책적 노력 속에 ‘Eco-k(생태국가 한국)’ 의 길도 있을 것이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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