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겉면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전쟁, 여기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이다. 우리나라로 좁혀 추가해 본다면 북핵과 퇴행적 대의정치의 위기,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과거 정상가족이라 불리던 가족의 해체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적 이슈들의 속면에 ‘사람과 자연에 대한 착취 구조의 심화’, 그리고 그 희생양으로서의 ‘노동자, 자연, 기후안정성과 생태계 파괴 및 열화’가 있다. 위기의 겉과 속이 이러하다면 생협운동은 어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가? 위기의 표리에 구조로서 존재하는 ‘승자독식의 자본과 기술의 세계 지배’에 대항하는 ‘대항가치로서의 공생가치를 추구하는 세계구조’ 건설에 부문으로서 헌신하는 것, 그것이 생협의 길이자 생협이 헤쳐가야 할 미래의 방향서일 것이다. 공생의 가치란 생협의 정체성이다. ‘어떤 상품(생활재)을 더 많이 팔 수 있는가?’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주목을 키우는 것, 그것이 당장의 경영지수를 안정화하는 것 이상의 과제이다. 생협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미래세대를 공생의 플랫폼에 오르게 하라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 사회자본의 블랙홀이 된 한국의 서울 집중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서울은 한국사회의 모든 현실이 미리 실현되는 예형지이자 리트머스지이다. 서울의 30대 이하 1인 가구 비율은 49.5%에 달한다. 광역 서울로 불리며 전철로 연결되는 경기권의 1인 가구 비율이 37.4%인 것과 비교할 때 거의 50%에 이르는 서울의 30대 이하 1인 가구 비율은 아직도 4인 가구를 정상가구로 보는 낡은 사회정책에 겨누어진 비수와도 같다. 부양세대가 피부양세대보다 적어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예측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코생협이 속한 두레생협연합회의 조합원 연령 분포를 다른 국내 3대 생협들과 비교해 볼 때 두레에 30대 이하 1인 가구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2018년 한살림의 30대 이하 조합원은 거의 30%에 육박했고 아이쿱도 20% 초반이었으나 2023년 두레의 조합원 통계조사에서 드러난 해당 연령 조합원 비율은 10%가 되지 않았다. 40대 조합원의 비중 또한 3대 생협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50대 조합원의 비율은 3대 생협 가운데 가장 높아 40% 초반에 이르렀다. 총매출과 조합원수 등 규모의 차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두레의 조합원 연령 분포는 미래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취약하다.
특별히 환경운동연합이라는 단체를 배경으로 창립돼 활동하고 있는 에코생협의 입장에서 볼 때 30대 이하 1인 가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합원 확대는 사활적인 과제다. 에코생협은 조합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공동체에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국가사회의 환경생태적 친화성을 높이는 활동까지 해야 하고 그 활동은 조합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합원 활동에 활동성을 부여할 청년세대의 빈약한 밀도는 조합원 활동 자체가 기성세대를 편향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에코생협, 두레는 30대 이하 청년세대의 개별적 생활자로서 온라인에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특성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이들의 생활문법을 배워 활동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SNS와 웹사이트 이용 언어가 모국어인 세대와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인력, 설비, 온라인 기획력을 높이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사회의 온라인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40 이후 에코생협의 지속가능성은 오늘 청년세대를 향해 내미는 ‘공생의 가치(세상을 정글로 만들기보다 함께 사는 마을로 만들자)’ 설득과 그 ‘설득의 소통로(개인화 온라인 미디어)에 대한 접근 정도’에 달렸다. 생협의 플랫폼을 극적으로 청년세대의 입장(1인 가구 중심)과 취향(온라인을 통한 사회적 관계 맺기)에 맞게 진화시켜야 한다. 저축은 수입에서 1순위로 할 때 가능하다. 미래의 대비를 위한 투자 또한 그러해야 한다. 청년세대를 우리가 새로 구축해 나갈 생협 플랫폼에서 놀고, 생활하게 해야 공생의 가치는 미래에도 여전히 가치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플랫폼을 어떻게 청년세대의 인증 구역으로 만들 수 있을까.
불편이 자부가 되는 캠페인
20대의 주식시장 참여율이 우리나라에서 주식시장이 생긴 이래 최대 규모다. 주식시장 참여를 넘어서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코로나 팬데믹 진정 이후 코로나 지원금으로 풀린 과잉 유동성을 미국 연방준비위가 금리를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연쇄적인 유동성 흡수가 진행되자 한풀 꺾인 거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사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담보능력 없이 급속 팽창했다 꺼진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거품이 꺼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의 메인 상품은 여전히 ‘1코인 1억 원 대망론’ 흐름 속에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청년세대가 주식과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플레이어로서 승자독식의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있다. 그 후유증은 다수의 투자 실패자들이 삶의 실패자가 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사회를 작동시키는 정신의 피로골절을 부르고 있다.
자본을 주식과 가상화폐로 소유하는 형태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새로운 형태의 캠페인이 생협에게 필요하다. 자본의 도박판에서 능력을 입증해야 사회적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고 그래서 살아남는다는 서사가 정글 찬양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작아서, 만만해서, 즐거워서, 참여자 모두가 승자가 되어서 기쁜 공생가치를 키우는 도전적인 캠페인 시리즈가 계속 생산되고 실험돼야 한다.
도전, 이른바 ‘챌린지’는 청년세대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가장 흔한 것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따라하는 것이지만 공동체성을 함양하는 사회적 캠페인 또한 챌린지 문화의 자장 아래 확장되고 있다. ‘줍깅’처럼 환경문제 해결과 건강 이슈를 묶은 챌린지는 이제 청년문화의 일부가 됐다. 에코생협과 서울환경연합이 공동진행한 ‘중고물품 나눔마당’과 ‘플라스틱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된 굿즈 모으기’를 통해 생활의 불편함을 무릅쓴 참여를 플라이드로 삶는 청년문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친환경생활을 하는 나의 불편함이 지구공동체 전체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친다는 확신은 논리적 행동이 아니라 참여의 기쁨이라는 정서적 충일감에 기반한다. 이런 기획은 온-오프 양면에서 진행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생협을 비롯한 공동체성 함양에 목적을 둔 기관과 단체의 활동성, 조직력이 제고된다. 그 결과 참여의 플랫폼은 공생가치의 사회적 확산에 기여하는 공생애(共生涯) 플랫폼으로 진화될 수 있다. 공(公)은 엄숙하지만 공(共)은 펀(Fun)하다. 오늘 일매출이 얼마인가보다, 오늘 우리 플랫폼에 미래세대가 얼마나 접속했고, 그들이 관계를 맺어 오프라인까지 얼마나 진출하게 됐는가를 중시하는 관점과 활동, 그것이 더욱 중요한 생협의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정체성은 어떻게 깊어지는가
민족은 발명된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기관과 조직의 소속감은 그 자체로 조직되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의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의 심화(Deepening Cooperative Identity)’였다.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에 대한 탐구가 대회 내내 진행됐다. 원칙은 선명하게 적용은 탄력적으로 삶의 공동체성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조직해 나가자는 공생가치의 재확인이 이루어졌다.
2022년 10월 에코생협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5대 가치지향은 모두 그러한 공생가치를 키우는 정체성의 심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목할 것은 두 번째 가치지양으로 발표된 ‘다양한 생활기술(art of living)을 개발, 복원하고 학습하여 생활주체로서의 문제 해결능력을 높인다’이다. 공생의 가치에 입각한 새로운 생활을 실현해 나가자는 것으로 이에 필요한 생활의 기술을 창달하자는 주장이다.
우리는 이것을 앞서 말한 미래세대가 놀 수 있는 생활의 플랫폼을 온-오프 양면에서 건설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챌린지 캠페인의 확대를 그 플랫폼에서 실행하자는 것이다. 매출은 그것을 따를 것이다. 5대 가치지향의 다섯 번째는 ‘공생가치에 주목하는 조합원 활동’인데 이것은 단지 먹거리 안전성 운동에 매몰되지 않고 삶의 전 영역에서 맺는 관계의 모든 유형까지 전면적인 가치사슬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찍이 에코생협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공산품의 취급을 선도적으로 실험했었다. 가정을 넘어서는 사회적 돌봄사업 또한 타 생협들보다 비교적 초기에 준비하기도 했다. 때가 일러서, 투자비가 과도해서 본격화하지 못했다고 시대의 한계를 지적할 수만은 없다. 이제 현실이 상상보다 극적인 시대가 왔고 식품 외 생활재를 생협이 주체가 되어 개발, 공급해야 공생의 생활가치를 사슬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핵가족을 넘어서는 핵개인화의 시대 속에서 사회적 돌봄사업의 확대도 필수가 되었다. 매출에 도움이 되어서 하는 활동은 자본활동의 본령이다. 공생가치를 위한 활동의 본령은 그것이 공동체에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에코생협은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심화하기 위해 온-오프 플랫폼의 진화, 다양한 생활기술의 발명과 습화, 공산품을 비롯한 생활재 개발의 혁신, 공동체에 필요한 사업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을 통해 공생가치를 키우려 한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공동체성의 심화, ‘생협 정체성의 심화’ 활동이 우리와 세계를 구하는 동사가 될 것이다.
글 | 박경희 에코생협 상무
위기의 겉면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전쟁, 여기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이다. 우리나라로 좁혀 추가해 본다면 북핵과 퇴행적 대의정치의 위기,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과거 정상가족이라 불리던 가족의 해체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적 이슈들의 속면에 ‘사람과 자연에 대한 착취 구조의 심화’, 그리고 그 희생양으로서의 ‘노동자, 자연, 기후안정성과 생태계 파괴 및 열화’가 있다. 위기의 겉과 속이 이러하다면 생협운동은 어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가? 위기의 표리에 구조로서 존재하는 ‘승자독식의 자본과 기술의 세계 지배’에 대항하는 ‘대항가치로서의 공생가치를 추구하는 세계구조’ 건설에 부문으로서 헌신하는 것, 그것이 생협의 길이자 생협이 헤쳐가야 할 미래의 방향서일 것이다. 공생의 가치란 생협의 정체성이다. ‘어떤 상품(생활재)을 더 많이 팔 수 있는가?’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주목을 키우는 것, 그것이 당장의 경영지수를 안정화하는 것 이상의 과제이다. 생협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미래세대를 공생의 플랫폼에 오르게 하라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 사회자본의 블랙홀이 된 한국의 서울 집중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서울은 한국사회의 모든 현실이 미리 실현되는 예형지이자 리트머스지이다. 서울의 30대 이하 1인 가구 비율은 49.5%에 달한다. 광역 서울로 불리며 전철로 연결되는 경기권의 1인 가구 비율이 37.4%인 것과 비교할 때 거의 50%에 이르는 서울의 30대 이하 1인 가구 비율은 아직도 4인 가구를 정상가구로 보는 낡은 사회정책에 겨누어진 비수와도 같다. 부양세대가 피부양세대보다 적어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예측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코생협이 속한 두레생협연합회의 조합원 연령 분포를 다른 국내 3대 생협들과 비교해 볼 때 두레에 30대 이하 1인 가구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2018년 한살림의 30대 이하 조합원은 거의 30%에 육박했고 아이쿱도 20% 초반이었으나 2023년 두레의 조합원 통계조사에서 드러난 해당 연령 조합원 비율은 10%가 되지 않았다. 40대 조합원의 비중 또한 3대 생협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50대 조합원의 비율은 3대 생협 가운데 가장 높아 40% 초반에 이르렀다. 총매출과 조합원수 등 규모의 차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두레의 조합원 연령 분포는 미래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취약하다.
특별히 환경운동연합이라는 단체를 배경으로 창립돼 활동하고 있는 에코생협의 입장에서 볼 때 30대 이하 1인 가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합원 확대는 사활적인 과제다. 에코생협은 조합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공동체에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국가사회의 환경생태적 친화성을 높이는 활동까지 해야 하고 그 활동은 조합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합원 활동에 활동성을 부여할 청년세대의 빈약한 밀도는 조합원 활동 자체가 기성세대를 편향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에코생협, 두레는 30대 이하 청년세대의 개별적 생활자로서 온라인에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는 특성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이들의 생활문법을 배워 활동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SNS와 웹사이트 이용 언어가 모국어인 세대와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해 인력, 설비, 온라인 기획력을 높이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사회의 온라인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40 이후 에코생협의 지속가능성은 오늘 청년세대를 향해 내미는 ‘공생의 가치(세상을 정글로 만들기보다 함께 사는 마을로 만들자)’ 설득과 그 ‘설득의 소통로(개인화 온라인 미디어)에 대한 접근 정도’에 달렸다. 생협의 플랫폼을 극적으로 청년세대의 입장(1인 가구 중심)과 취향(온라인을 통한 사회적 관계 맺기)에 맞게 진화시켜야 한다. 저축은 수입에서 1순위로 할 때 가능하다. 미래의 대비를 위한 투자 또한 그러해야 한다. 청년세대를 우리가 새로 구축해 나갈 생협 플랫폼에서 놀고, 생활하게 해야 공생의 가치는 미래에도 여전히 가치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플랫폼을 어떻게 청년세대의 인증 구역으로 만들 수 있을까.
불편이 자부가 되는 캠페인
20대의 주식시장 참여율이 우리나라에서 주식시장이 생긴 이래 최대 규모다. 주식시장 참여를 넘어서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코로나 팬데믹 진정 이후 코로나 지원금으로 풀린 과잉 유동성을 미국 연방준비위가 금리를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연쇄적인 유동성 흡수가 진행되자 한풀 꺾인 거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사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담보능력 없이 급속 팽창했다 꺼진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거품이 꺼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의 메인 상품은 여전히 ‘1코인 1억 원 대망론’ 흐름 속에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청년세대가 주식과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플레이어로서 승자독식의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있다. 그 후유증은 다수의 투자 실패자들이 삶의 실패자가 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사회를 작동시키는 정신의 피로골절을 부르고 있다.
자본을 주식과 가상화폐로 소유하는 형태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새로운 형태의 캠페인이 생협에게 필요하다. 자본의 도박판에서 능력을 입증해야 사회적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고 그래서 살아남는다는 서사가 정글 찬양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작아서, 만만해서, 즐거워서, 참여자 모두가 승자가 되어서 기쁜 공생가치를 키우는 도전적인 캠페인 시리즈가 계속 생산되고 실험돼야 한다.
도전, 이른바 ‘챌린지’는 청년세대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가장 흔한 것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따라하는 것이지만 공동체성을 함양하는 사회적 캠페인 또한 챌린지 문화의 자장 아래 확장되고 있다. ‘줍깅’처럼 환경문제 해결과 건강 이슈를 묶은 챌린지는 이제 청년문화의 일부가 됐다. 에코생협과 서울환경연합이 공동진행한 ‘중고물품 나눔마당’과 ‘플라스틱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된 굿즈 모으기’를 통해 생활의 불편함을 무릅쓴 참여를 플라이드로 삶는 청년문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친환경생활을 하는 나의 불편함이 지구공동체 전체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친다는 확신은 논리적 행동이 아니라 참여의 기쁨이라는 정서적 충일감에 기반한다. 이런 기획은 온-오프 양면에서 진행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생협을 비롯한 공동체성 함양에 목적을 둔 기관과 단체의 활동성, 조직력이 제고된다. 그 결과 참여의 플랫폼은 공생가치의 사회적 확산에 기여하는 공생애(共生涯) 플랫폼으로 진화될 수 있다. 공(公)은 엄숙하지만 공(共)은 펀(Fun)하다. 오늘 일매출이 얼마인가보다, 오늘 우리 플랫폼에 미래세대가 얼마나 접속했고, 그들이 관계를 맺어 오프라인까지 얼마나 진출하게 됐는가를 중시하는 관점과 활동, 그것이 더욱 중요한 생협의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정체성은 어떻게 깊어지는가
민족은 발명된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기관과 조직의 소속감은 그 자체로 조직되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의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의 심화(Deepening Cooperative Identity)’였다. 협동조합의 원칙과 가치에 대한 탐구가 대회 내내 진행됐다. 원칙은 선명하게 적용은 탄력적으로 삶의 공동체성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조직해 나가자는 공생가치의 재확인이 이루어졌다.
2022년 10월 에코생협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5대 가치지향은 모두 그러한 공생가치를 키우는 정체성의 심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목할 것은 두 번째 가치지양으로 발표된 ‘다양한 생활기술(art of living)을 개발, 복원하고 학습하여 생활주체로서의 문제 해결능력을 높인다’이다. 공생의 가치에 입각한 새로운 생활을 실현해 나가자는 것으로 이에 필요한 생활의 기술을 창달하자는 주장이다.
우리는 이것을 앞서 말한 미래세대가 놀 수 있는 생활의 플랫폼을 온-오프 양면에서 건설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챌린지 캠페인의 확대를 그 플랫폼에서 실행하자는 것이다. 매출은 그것을 따를 것이다. 5대 가치지향의 다섯 번째는 ‘공생가치에 주목하는 조합원 활동’인데 이것은 단지 먹거리 안전성 운동에 매몰되지 않고 삶의 전 영역에서 맺는 관계의 모든 유형까지 전면적인 가치사슬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찍이 에코생협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공산품의 취급을 선도적으로 실험했었다. 가정을 넘어서는 사회적 돌봄사업 또한 타 생협들보다 비교적 초기에 준비하기도 했다. 때가 일러서, 투자비가 과도해서 본격화하지 못했다고 시대의 한계를 지적할 수만은 없다. 이제 현실이 상상보다 극적인 시대가 왔고 식품 외 생활재를 생협이 주체가 되어 개발, 공급해야 공생의 생활가치를 사슬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핵가족을 넘어서는 핵개인화의 시대 속에서 사회적 돌봄사업의 확대도 필수가 되었다. 매출에 도움이 되어서 하는 활동은 자본활동의 본령이다. 공생가치를 위한 활동의 본령은 그것이 공동체에 필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에코생협은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는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심화하기 위해 온-오프 플랫폼의 진화, 다양한 생활기술의 발명과 습화, 공산품을 비롯한 생활재 개발의 혁신, 공동체에 필요한 사업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을 통해 공생가치를 키우려 한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공동체성의 심화, ‘생협 정체성의 심화’ 활동이 우리와 세계를 구하는 동사가 될 것이다.
글 | 박경희 에코생협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