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재생에너지 홍보대사’ 전 녹색당 국회의원 ‘한스 요세프 펠

2024-01-02

12월 첫날. 유럽은 갑작스레 찾아온 폭설로 큰 혼란을 겪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남부 도시  뮌헨에서는 하루 50cm에 가까운 폭설이 찾아왔다. 뮌헨공항은 잠정 폐쇄되었고 체코와 오스트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같은 주의 북부는 눈이 오지도 않았다. 독일 내 가장 큰 면적을 가진 바이에른주는 프랑코니아로 불리는 건조한 북부와 습한 남부 간 큰 기후 차이가 존재한다. 바이에른주는 보수성향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의 자매당이자 사실상 단일한 정당인 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 (CSU)이 수십 년간 집권하면서 반재생에너지정책 기조를 고수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태양광의 번성은 태양광 이니시어티브만 120여 개인 현지 시민들의 재생에너지 자립 운동의 성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일 ’재생에너지 홍보대사‘의 에너지 자립 하우스

‘재생에너지 홍보대사’ 전 녹색당 국회의원 한스 요세프 펠(Hans Josef Fell)


‘재생에너지의 홍보대사’, 바이에른 북부의 하멜부르크에서 활동하는 한스 조세프 펠 (71세)씨의 별명이다. 그는 독일 재생에너지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를 잘 보여준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녹색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2000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재생에너지법(EEG)을 공동집필했다. 그는 현재 국제 에너지 이슈를 분석하는 씽크탱크, 에너지와치그룹 (Energy Watch Group)의 대표로 뉴스레터,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을 통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직접 디자인한 그의 단독 주택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그의 넘치는 애정을 잘 보여준다. 자연미가 돋보이는 그의 자택은 1년 365일간 100% 재생에너지로 자립하는 모범사례로 그간 수많은 상을 받았다. 필자는 지난달 그의 사례가 궁금해 하멜부르크 마을을 찾았다.

1985년에 완성된 150m² 규모의 목조주택은 1996년부터 100% 재생에너지만 활용하고 2020년부터는 전력망 의존 없이 전기 난방 모두 자립하고 있다. 한스 씨가 정성스레 가꾼 온실과 정원은 감탄사가 나올 만큼 멋지고 아름답다. 그가 가끔 수영장으로 활용하는 연못은 도룡뇽, 잠자리, 개구리의 집이기도 하다. 연못 옆에는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사우나방도 있다. 정원 한구석에는 썩어가는 낙엽 더미 등 여러 유기물을 섞은 큰 퇴비 더미가 눈에 띄었다.

한스 씨의 에너지 자립은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과 태양열을 주요한 기반으로 하고 있다. 창고에는 해가 짧은 겨울과 야간 전기 사용을 위해 필요한 배터리 등이 보였다. 태양광은 현재 5.4kW, 배터리는 23kWh 용량이 설치되었다.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 자동차는 60kWh의 추가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디젤엔진도 에너지 자립의 주요 수단이다. 그는 겨울에는 현지 농부로부터 구입한 해바라기유, 유채유 같은 식물기름을 디젤엔진의 연료로 이용한다. 한 해 식물유 약 한 통을 사용하는데, 이는 1000ℓ 정도로 약 1500유로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난방과 온수를 위한 충분한 열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온수는 800ℓ 규모의 온수 탱크에 며칠 동안 저장할 수 있다. 한겨울 난방과 온수를 위한 열은 6m² 규모의 태양열 시스템과 장작 난로 등을 활용한다.


“햇볕 부족한 데 살지만 100% 재생에너지 자립 가능했다”

에너지 자립을 위한 태양광 지붕과 채소를 키우는 유리온실, 퇴비발효시설이 있는 한스 씨의 자택 전경


한스 씨는 부지런하게도 여러 개의 온실하우스에서 고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 다양한 채소와 꽃,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햇볕이 많이 부족한 독일의 추운 겨울에서도 재생에너지 100%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한스 씨가 힘주어 말했다. 자주 언급되는 간헐성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대해 회의적인 수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던 것. “화석연료는 모든 온실가스의 50%나 된다. 그러니 인류는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100%를 추진해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그는 “지구에 닿는 태양 복사열은 인류가 연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만 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반면에 화석연료는 제한적이다.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이 기본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자립 장점을 묻는 필자에게 그는 “더 이상 전기요금을 내지 않으니 저렴하고, 극단적인 날씨가 닥쳐도 정전될 일도 없으니 안정적이고, 탄소배출 제로인 에너지 생산이니만큼 일석삼조”라고 답한다.  

그는 아직은 추가비용과 관료주의의 폐해로 인해 남는 전기를 전력망에 공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만간 법개정이 되면 이를 준비하려고 한다. “지금은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계량기 7개를 구입해야 하는데 계량기 1개만 연간 약 200~300유로가 든다. 하지만 곧 전력 잉여분을 측정하는데 계량기 1개만 의무화된다. 아직은 세무서, 전력망 운영자 등에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런 문제는 ‘솔라패키지1’이라는 법안이 곧 도입되면서 사라질 것이다. 또한 아파트단지의 임차인이 자신의 베란다에 PV를 설치할 의사가 있는 경우, 등록 절차는 단순화되고 집주인은 이들의 의사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스 씨는 독일의 지역 재생에너지 자립운동의 역사와 성공 사례도 소개했다. 그의 설명을 종합하면, 독일에서도 20년 전 지자체에서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목표로 하는 결의안이 많이 통과됐다. 2000년 「재생에너지법」이 도입된 이후 이 운동이 매우 강력해졌지만 2012년경 메르켈정부의 해당법 입찰제 개악 이후 거의 중단되었다. 지금 이 움직임이 다시 돌아왔다.

독일에는 현재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전력망은 균형을 맞추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인구가 100만~2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 전체가 에너지를 공유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성공적인 지역사회 프로젝트로는 라인란트팔츠주의 라인훈스뤼크, 바이에른주 북부의 하스푸르트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흑림의 쇠나우, 브란덴부르크주의 펠트하임을 비롯, 그로스 발도르프, 윈데 등 많은 마을들이 있다. 이런 사례들은 지자체 책임자들 및 지역 시민들이 현 조건에서도 지자체 100% 재생에너지로 가는 길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세가 된 재생에너지 전환, 남은 장벽 돌파해야 

한스 씨는 그의 최근 뉴스레터에서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에너지 자립 성공사례도 소개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200개 지역이 100%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고 1400만 명이 혜택을 얻었다는 것. 그는 유럽의 경우는 “스칸디나비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의 마을이 지역사회에서 시민주도운동을 시작해 성공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이런 운동이 매우 강하며 많은 협동조합이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다”면서도 “아직 주류사회는 상상력이 부족해 이 길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후운동 공동체에는 지역 수준에 너무 집중하는 것은 시급한 에너지 전환을 고려할 때 너무 느리다고 여겨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를 선호하는 이들과 ‘시민 주도 상향식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한스 씨는 둘의 조합을 중시한다. “둘 다 필요하기에 모두 지지한다. 정부 정책이 좋으면 상향식 계획이 정말 빠르게 성공할 수 있지만 슬프게도 하향식 정책은 거의 전 세계에서 열악한 상황이다.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는 커뮤니티에 기술, 행정, 정보, 법률, 재정지원을 하는 EU집행위의 ‘에너지 공유 프로그램’과 같은 좋은 정책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장벽을 묻는 필자에게 몇 가지 이유를 언급했다. 한마디로 잘못된 해결책 접근, 화석연료업계의 강력한 로비및 보수언론의 잘못된 보도, 정치권의 부패와 의지 부족 등으로 요약된다. 펠 대표는 특히 과학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전체적인 접근 방식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엔지오는 탄소세만을 강조하지만, 수많은 대안에 대해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상향식 투자를 자극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보고 있다. 현 태양광 입찰 시스템의 경우, 정부가 경매 시스템에 제공하는 것보다 더 확장할 수 없으므로 에너지 자립 커뮤니티의 성장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수천 개의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관료주의와 복잡성으로 비효율적이라는 논리다. 

그는 재생에너지 성장에 반대하는 화석 및 원자력업계의 강력한 로비와 언론 캠페인도 비판한다. 이들은 언론 캠페인을 통해 재생에너지가 너무 비싸고 불안정하며 탈산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왜곡된 뉴스를 생산·유통한다. 그는 독일의 주요 매체들이 20년간 재생에너지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예를 들어 (구독자가 제일 많은) 보수언론 빌트는 올봄 독일 정부가 화석연료를 사용한 난방의 단계적 폐지를 제안했을 당시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빌트의 최대주주가 석유로 이윤을 창출하는 미국의 사모펀드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KKR이라고 불리는 이 사모펀드는 디벨트 신문사도 소유하고 있는 출판사 악셀 슈프링거(Axel Springer SE)사 주식의 약 36%를 소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화석연료 투자로 비판을 받아온 거대 투자사 ‘블랙락’의 독일지부에서 감독위원회 의장을 오랫동안 역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현재 주요 정당 기민련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들이 정계, 재계, 언론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현 재생에너지 믹스는 전력부문 약 52%다. 독일은 2035년까지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원에서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은 무궁한 에너지원이 있다”

마당 한편의 이 연못은 때로 한스 씨의 수영장도 되지만 그보다 다양한 수생생물들의 서식처이다


펠 대표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에 대해 묻는 필자에게 “아주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2007년 민주노동당과 교류하기도 했던 그는 본인의 씽크탱크를 통해 한국이 어떻게 재생에너지 100%를 현실화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 기하급수적인 재생에너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자연적 조건과 재생에너지 생산 및 저장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둘 다 가지고 있지 않나”라면서, “한국은 수력발전을 위한 높은 산과 강이 있고, 반도의 특성인 해안선의 파도, 해류 등 무궁한 에너지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제주도 세계풍력에너지회의에도 참가한 기억을 떠올렸다. “저는 제주도에 가본 적이 있는데 지표면의 지열은 잠재력이 크다. 뉴질랜드 에너지 수요의 거의 절반은 지열에서 유래한다. 또 흔하디흔한 바람은 어떤가. 모두 상상과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글∙사진 | 클레어함 재독 프리랜서 기자, 다큐멘터리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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