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토랑 Sal』 소윤경 글그림 문학동네, 2013.
아메리카의 인디오가 인류에 포함되는지를 논했던 바야돌리드 논쟁. 과연 인디오를 ‘인간답게’ 대우해 주어야 하는가. 터무니없고 황당하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해도 런던에서는 사르키 바트만이라는 아프리카 여인이 그의 고향에서 끌려와 버젓이 전시되었으며 비백인종들이 동물원의 한 공간을 채웠다. 전통적 가부장제에서는 여성이 사회적 권리를 얻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퇴보로 여겨졌다. 그들이 존엄을 인정받기까지 치러야 했던 희생은 열등하다고 여긴(결코 사실이 아닌) 타자를 향한 빗장 지르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인간 배척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전히 이 모든 착취와 폭력은 비인간에게는 유효하다.
한때 나는 인간이 우위라고 믿었다. 인간을 위한 비인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동조해왔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그들의 고통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고통은 누구도 우위일 수 없다. 희생은 강제될 수 없다. ‘열등’과 ‘약함’은 ‘인간답게’ ‘생명답게’를 누리지 못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과 소통할 언어가 없는 비인간은 인간중심의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비명조차 제거된다. 화가 소윤경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 중 하나다. 인간 탐욕과 착취의 집약체인 식탁을 그려낸 『레스토랑 Sal』이 그렇다. 구제역 파동 당시 구상한 이 그림책은 식탁에 오른 음식의 재료의 이면을 보여준다. ‘행복한 재료’가 최상의 맛을 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최고의 요리사들이 최고급 요리를 내놓는 이곳, sal.

끊임없이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 사람들은 먹음직스러운 소스의 빛깔과 가공된 향에 가려진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아이가 우연히 고양이를 쫓아 들어간 주방 너머의 공간, 화려한 외관에 숨겨진 그곳엔 ‘행복한 재료’들이 고통을 기다리고 있다. 새끼를 꼭 품어 안은 어미 원숭이, 친구의 비명을 들으며 자기 차례가 오는 것을 목격하는 눈동자, 철장 가장 안쪽으로 숨어들어가 한없이 몸을 움츠린 개, 고정틀에 목이 끼인 채 속수무책으로 실험을 당해야 하는 토끼. 그들의 고통과 감정은 의도적으로 묵인된다.
우리는 무엇을 먹는가. 그것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작가 소윤경은 그림책 『레스토랑 Sal』을 통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생긴 그늘진 자리를 한번쯤 바라봐주기를 권한다. 우리가 함부로 한 것들은 그저 ‘재료’가 아니다. 삶이다. 어미와 새끼가 누려야 할 것이다. 죽음과 고통을 이윤화하며 쾌락과 발전만 좇는다면 언젠가는 우리 역시 접시 위에 놓인 존재가 될 것이다. 위험은 가장 취약한 이들부터 찾아온다.
“접시 위의 음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곤란함이 나를 이 기묘한 레스토랑으로 이끌었나 보다. 다만, 사람들의 사치와 욕심이 지구를 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소윤경, 『레스토랑 Sal』 작가의 말
글 | 원선화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그림책을 만드는 녹색당원
『레스토랑 Sal』 소윤경 글그림 문학동네, 2013.
아메리카의 인디오가 인류에 포함되는지를 논했던 바야돌리드 논쟁. 과연 인디오를 ‘인간답게’ 대우해 주어야 하는가. 터무니없고 황당하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해도 런던에서는 사르키 바트만이라는 아프리카 여인이 그의 고향에서 끌려와 버젓이 전시되었으며 비백인종들이 동물원의 한 공간을 채웠다. 전통적 가부장제에서는 여성이 사회적 권리를 얻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퇴보로 여겨졌다. 그들이 존엄을 인정받기까지 치러야 했던 희생은 열등하다고 여긴(결코 사실이 아닌) 타자를 향한 빗장 지르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인간 배척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전히 이 모든 착취와 폭력은 비인간에게는 유효하다.
한때 나는 인간이 우위라고 믿었다. 인간을 위한 비인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동조해왔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그들의 고통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고통은 누구도 우위일 수 없다. 희생은 강제될 수 없다. ‘열등’과 ‘약함’은 ‘인간답게’ ‘생명답게’를 누리지 못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과 소통할 언어가 없는 비인간은 인간중심의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비명조차 제거된다. 화가 소윤경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 중 하나다. 인간 탐욕과 착취의 집약체인 식탁을 그려낸 『레스토랑 Sal』이 그렇다. 구제역 파동 당시 구상한 이 그림책은 식탁에 오른 음식의 재료의 이면을 보여준다. ‘행복한 재료’가 최상의 맛을 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최고의 요리사들이 최고급 요리를 내놓는 이곳, sal.
끊임없이 입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 사람들은 먹음직스러운 소스의 빛깔과 가공된 향에 가려진 진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아이가 우연히 고양이를 쫓아 들어간 주방 너머의 공간, 화려한 외관에 숨겨진 그곳엔 ‘행복한 재료’들이 고통을 기다리고 있다. 새끼를 꼭 품어 안은 어미 원숭이, 친구의 비명을 들으며 자기 차례가 오는 것을 목격하는 눈동자, 철장 가장 안쪽으로 숨어들어가 한없이 몸을 움츠린 개, 고정틀에 목이 끼인 채 속수무책으로 실험을 당해야 하는 토끼. 그들의 고통과 감정은 의도적으로 묵인된다.
우리는 무엇을 먹는가. 그것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작가 소윤경은 그림책 『레스토랑 Sal』을 통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생긴 그늘진 자리를 한번쯤 바라봐주기를 권한다. 우리가 함부로 한 것들은 그저 ‘재료’가 아니다. 삶이다. 어미와 새끼가 누려야 할 것이다. 죽음과 고통을 이윤화하며 쾌락과 발전만 좇는다면 언젠가는 우리 역시 접시 위에 놓인 존재가 될 것이다. 위험은 가장 취약한 이들부터 찾아온다.
“접시 위의 음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곤란함이 나를 이 기묘한 레스토랑으로 이끌었나 보다. 다만, 사람들의 사치와 욕심이 지구를 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소윤경, 『레스토랑 Sal』 작가의 말
글 | 원선화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그림책을 만드는 녹색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