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특집] 자연과 만나다 부엉이를 기다리다

『부엉이와 보름달』 제인욜런 글 존쇤헤르 그림 박향주 옮김 시공주니어, 1977.


“아빠, 우리 동네에도 부엉이가 살고 있을까요?”

아이가 다섯 살 무렵으로 기억된다. 한 번 엄마와 『부엉이와 보름달』을 읽은 뒤 아이는 꼭 아빠에게 이 책을 읽어 달라 졸랐고 책을 읽은 뒤 아빠와 오래도록 부엉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빠가 잠든 뒤에도 아이는 책 속의 부엉이를 바라보다 또 어디 아득한 먼 곳을 바라보다 했다. 부엉이가 우리 동네에도 살고 있을까? 집 가까이 있는 산에 버스를 타고 가면 부엉이를 만날 수 있을까? 밤에 부엉이를 만나면 무서울 텐데… 부엉이를 만나면 뭘 해야 하지? 밤의 숲은 많이 깜깜할까? 아이는 오래도록 그렇게 물었다. 드디어 부엉이를 만나러 갈 기회를 얻었다. 11월 말 할아버지 제사를 위해 큰아버지 댁에 가게 된 것이다. 가로등도 없는 시골 마을의 깜깜한 밤, 뒷산에는 부엉이가 살 거라 아이는 믿었다. 실망하지 않을까? 괜한 우려로 내가 아이 아빠에게 물었을 때 그는 대답 대신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큰아버지 댁에 간 날 밤, 아이는 모자와 장갑과 목도리를 먼저 챙겨 두고 창밖을 바라보며 어둡기를 기다렸다. 겨울밤은 일찍 찾아왔다. 아빠와 산길로 드는 그 밤, 아이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한다. 그래 부엉이를 만나려면 조용히 해야 하니까! 그리고 숲에 들어 마침내 아이는 부엉이를 불렀다. “부우우우~~엉”, “부우우우~~엉” 부엉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산길을 걸어 숲을 나온 아이는 산기슭에서 숲을 향해 외쳤다. “저녁은 먹었니?” “오늘 숲에는 별일 없니?” 부엉이를 만나지 못하고 깜깜한 밤길을 걸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실망했을까 두려워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아! 왜냐면 부엉이를 만난 날도 있었고, 만나지 못한 날도 있다고 했으니까!” 실망은커녕, 아이는 추워서 빨개진 볼만큼 마음은 들뜨고 상기되어 있었다. 

도시화율이 95퍼센트가 넘어선 도시들의 연합국가, 그게 오늘날의 우리 사회다. 그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도시 밖의 자연은 검은 어둠일 뿐이다. 그 어둠 속에 어떤 생명이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할까? 그림책 한 권이 아이에게 생명에 대한 궁금증과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준 걸 목격한 엄마로서, 나는 환경교육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줘야 하는지 알게 됐다. 

사람들은 경이로운 자연을 만날 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가지게 된다. 그 경험과 기억의 힘은 자연에 대한 삶의 태도를 친화적으로 바꾼다. 보름달 뜬 밤의 부엉이를 찾아가는 그 얘기를 직접 따라해 본 아이는 자연에 대한 동경과 애정을 품게 됐다. 그의 인생에서 자연은 부엉이라는 보석을 품은 귀한 공간이다. 그는 평생 부엉이와의 만남을 즐거이 기다리는 자로 성장할 것이다. 그는 숲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생태적 인격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내 믿음을 매일 만나는 어린이들에게 확인받는다. 책을 권하는 일이 이렇게 기쁜 일이란 걸 새로이 깨닫는다.

 

글 | 이지현 환경교육NGO에서 일하는 환경교육운동가 (에코맘코리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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