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세어 봐!』 케이티 코튼 글 스티븐 월턴 그림 조은수 옮김 한울림, 2016.
책장을 넘긴다. 위기에 처했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동물들을 만난다. 개체를 넘어 종 자체의 소멸 위기를 맞은 동물들의 숫자를 세나간다. 어쩌면 그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세어주는 것만으로 그들의 생명을 이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을 부르는 아이들의 마음에 그들의 이름이 각인될 테니까.
얼마 전 마르고 지쳐 보이는 북극곰 사진 한 장이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동물이 아프면 사람도 건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온난화의 시련 앞에 선 북극곰의 굶주림 끝에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는 저위도 섬나라들의 아픔이 연결된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단지 그런 현실을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우리가 내 일로 여지지 못할 뿐이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북극곰의 사연은 사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들이 겪는 현실이다. 이미 생물대멸종이 시작됐다. 지구가 열린 이래 6번째 일어나는 일이다. 앞서 5차례는 자연이 일으켰고 다시 회복시킨 것이지만 오늘의 그것은 인간이 벌인 일이란 점이 다르다. 그 사라지는 생명의 목록 속에 사람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만용으로 인한 착각일 뿐이다.

『나를 세어 봐!』 에는 사자와 호랑이, 기린 등 야생의 동물들이 생명의 위엄을 뽐내며 등장한다. 그들을 하나, 둘, 셋… 아이와 함께 세다 보면 그들의 생태에 대한 자잘한 여러 설명들을 줄줄이 해주는 것보다 더 크고 진한 공명이 책 속의 동물들과 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하라리 교수가 방한했다. 그는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미래에 학교는 사라질 것이고, 지금 학교에서 하는 교육의 80~90퍼센트는 쓸모없는 일이 될 것이다.”라는 예언적 발언을 남겼다. 그렇다면 미래에 필요한 교육을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술과 지식을 넘어설 때 인간의 삶을 넘어선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무엇이 결정하게 될 것인가? 하나, 둘, 셋…! 생명의 숫자를 세며 생명의 존재에 공감하는 감수성, 나는 그것을 키워주는 교육만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 되리라 생각한다. 생명에 공감하는 교육만이 다른 생명과 함께 존재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의 동물들은 당당하거나 서글프다. 살아 있는 생명의 위엄을 보여줄 때 그들은 당당하고, 줄어드는 종족의 운명을 바라보며 그들은 서글프다. 그들의 숫자를 세는 일은 생명의 청지기로서 인류가 가진 책임을 일깨우는 행동이다. 아이와 그들의 숫자를 세면서 생태적 윤리와 책임감에 대해 가르쳐 주는 일은 아이가 살아 만들어갈 세계에 대해 가르치는 일이다.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인간만이 남아 식재료와 산업의 원료로만 구성된 세계에서 고독할 것인가, 함께 공존하는 생명들과 평화로울 것인가? 우리는 지금 아이에게 무엇을 읽힐지 결정하면서 사실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
글 | 장미정 환경교육 전문기관에서 일하는 환경교육학자(환경교육센터 센터장)
『나를 세어 봐!』 케이티 코튼 글 스티븐 월턴 그림 조은수 옮김 한울림, 2016.
책장을 넘긴다. 위기에 처했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동물들을 만난다. 개체를 넘어 종 자체의 소멸 위기를 맞은 동물들의 숫자를 세나간다. 어쩌면 그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세어주는 것만으로 그들의 생명을 이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을 부르는 아이들의 마음에 그들의 이름이 각인될 테니까.
얼마 전 마르고 지쳐 보이는 북극곰 사진 한 장이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동물이 아프면 사람도 건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온난화의 시련 앞에 선 북극곰의 굶주림 끝에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는 저위도 섬나라들의 아픔이 연결된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단지 그런 현실을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우리가 내 일로 여지지 못할 뿐이다.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북극곰의 사연은 사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들이 겪는 현실이다. 이미 생물대멸종이 시작됐다. 지구가 열린 이래 6번째 일어나는 일이다. 앞서 5차례는 자연이 일으켰고 다시 회복시킨 것이지만 오늘의 그것은 인간이 벌인 일이란 점이 다르다. 그 사라지는 생명의 목록 속에 사람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는 만용으로 인한 착각일 뿐이다.
『나를 세어 봐!』 에는 사자와 호랑이, 기린 등 야생의 동물들이 생명의 위엄을 뽐내며 등장한다. 그들을 하나, 둘, 셋… 아이와 함께 세다 보면 그들의 생태에 대한 자잘한 여러 설명들을 줄줄이 해주는 것보다 더 크고 진한 공명이 책 속의 동물들과 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하라리 교수가 방한했다. 그는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미래에 학교는 사라질 것이고, 지금 학교에서 하는 교육의 80~90퍼센트는 쓸모없는 일이 될 것이다.”라는 예언적 발언을 남겼다. 그렇다면 미래에 필요한 교육을 무엇일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술과 지식을 넘어설 때 인간의 삶을 넘어선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무엇이 결정하게 될 것인가? 하나, 둘, 셋…! 생명의 숫자를 세며 생명의 존재에 공감하는 감수성, 나는 그것을 키워주는 교육만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 되리라 생각한다. 생명에 공감하는 교육만이 다른 생명과 함께 존재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의 동물들은 당당하거나 서글프다. 살아 있는 생명의 위엄을 보여줄 때 그들은 당당하고, 줄어드는 종족의 운명을 바라보며 그들은 서글프다. 그들의 숫자를 세는 일은 생명의 청지기로서 인류가 가진 책임을 일깨우는 행동이다. 아이와 그들의 숫자를 세면서 생태적 윤리와 책임감에 대해 가르쳐 주는 일은 아이가 살아 만들어갈 세계에 대해 가르치는 일이다.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인간만이 남아 식재료와 산업의 원료로만 구성된 세계에서 고독할 것인가, 함께 공존하는 생명들과 평화로울 것인가? 우리는 지금 아이에게 무엇을 읽힐지 결정하면서 사실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
글 | 장미정 환경교육 전문기관에서 일하는 환경교육학자(환경교육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