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여름 대안학교서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했다. 자신의 손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한 아이의 그림을 보고 손이 나무 같다고 했더니 피식 웃는다. 내가 아이의 어깨를 툭 치며 이유를 물으니 그냥 얼굴만 붉힌다. 이 아이는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아이다.
아이의 굽은 어깨를 보며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 처음 만난 세상이 무섭고 낯설어서 상처도 깊지 않을까. 완벽한 이해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 받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니까.
자화상을 그리는 날, 한 아이가 이마에 있는 붉은 점을 크게 그렸다. 외모에 민감한 나이라 그런지 희미한 점이 크게 보였나 보다. 잘 보이지 않으니 머리카락으로 감추지 말라고 했더니 싫단다. 그래, 너 싫으면 그만이다 싶었다. 타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나에겐 우주만큼 깊은 무엇이 있는 거니까. 내게도 나만 보이는 붉은 점이 있으니까.
마지막 수업을 하던 날이다. 나는 지역아동센터나 탈북청소년 혹은 학교 폭력 가해자나 피해자 아이들을 만나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아이들’이라는 편견 섞인 단어를 생각 없이 내뱉은 어른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선생’이란 이름에 걸맞은 어른이 되고 싶단 생각은 없다. 받은 강사비에 합당한 보따리장수라도 되고 싶을 뿐이다. 마지막 수업 시간 때 전시를 위해 그림을 액자에 넣었더니 한 아이가 “선생님, 우리 그림 졸라 멋져요.” 그런다. 애들아, 살다가 ‘졸라’ 힘들 때가 오더라도 쉽게 자신을 놓아버리지 말아라.
대단한 목표나 훌륭한 어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남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만 있어도 ‘졸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냥 도망치듯 교실을 나와 버렸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있다. 딸아이가 사춘기를 혹독하게 보내고 있다는 김마미 님의 그림을 내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여기에 나란히 놓고 싶다. 인간은 생의 주기마다 사춘기 같은 마음의 감기를 앓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 아이가 말해준 소원을 글로 남긴다.
“선생님, 천사가 되고 싶어요. 울엄마에게 천사같이 착한 딸이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요.”
글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지난여름 대안학교서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했다. 자신의 손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한 아이의 그림을 보고 손이 나무 같다고 했더니 피식 웃는다. 내가 아이의 어깨를 툭 치며 이유를 물으니 그냥 얼굴만 붉힌다. 이 아이는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아이다.
아이의 굽은 어깨를 보며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 처음 만난 세상이 무섭고 낯설어서 상처도 깊지 않을까. 완벽한 이해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해 받길 바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니까.
자화상을 그리는 날, 한 아이가 이마에 있는 붉은 점을 크게 그렸다. 외모에 민감한 나이라 그런지 희미한 점이 크게 보였나 보다. 잘 보이지 않으니 머리카락으로 감추지 말라고 했더니 싫단다. 그래, 너 싫으면 그만이다 싶었다. 타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나에겐 우주만큼 깊은 무엇이 있는 거니까. 내게도 나만 보이는 붉은 점이 있으니까.
마지막 수업을 하던 날이다. 나는 지역아동센터나 탈북청소년 혹은 학교 폭력 가해자나 피해자 아이들을 만나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아이들’이라는 편견 섞인 단어를 생각 없이 내뱉은 어른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선생’이란 이름에 걸맞은 어른이 되고 싶단 생각은 없다. 받은 강사비에 합당한 보따리장수라도 되고 싶을 뿐이다. 마지막 수업 시간 때 전시를 위해 그림을 액자에 넣었더니 한 아이가 “선생님, 우리 그림 졸라 멋져요.” 그런다. 애들아, 살다가 ‘졸라’ 힘들 때가 오더라도 쉽게 자신을 놓아버리지 말아라.
대단한 목표나 훌륭한 어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남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만 있어도 ‘졸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냥 도망치듯 교실을 나와 버렸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있다. 딸아이가 사춘기를 혹독하게 보내고 있다는 김마미 님의 그림을 내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여기에 나란히 놓고 싶다. 인간은 생의 주기마다 사춘기 같은 마음의 감기를 앓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 아이가 말해준 소원을 글로 남긴다.
“선생님, 천사가 되고 싶어요. 울엄마에게 천사같이 착한 딸이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요.”
글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