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난간에 거미 한 마리가 한 달 전부터 내 키보다 더 큰 집을 짓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젠 매일 창을 열고 거미의 집을 구경한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의 낯선 시선을 거미는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벌레들을 낚고 있다.
거미의 집은 아침볕엔 은빛으로 반짝이고 비라도 내리고 난 후에는 빗방울이 맺혀 무척 아름답다. 미풍에 출렁일 때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거미의 창조물을 흔들고 바람은 또 어디론가 떠난다. 어릴 적 이 세상에 부는 모든 바람은 단 하나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나의 존재가 몸집을 부풀리기도 하고 강약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바람에 대해서 더 이상 상상하지 않게 된 어른이 된 어느 날 바람이 부는 밤바다에 홀로 서서 앞이 보이지 않는 청춘의 터널이 끝나길 바란 적이 있다. 그때 보았던 밤바다는 어떤 경계도 없이 일렁대고 있었다. 지구가 통째로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한 나의 미래는 어쩌면 자명한 자연현상처럼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흔들리는 것이 청춘이라는 말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내가 만든 결과물에 흡족한 경우가 별로 없다. 대체로 미약하고 부실하다. 자연이 만든 경이로운 광경에 비하면 늘 초라하다. 작고 별 볼일 없는 나의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거미가 만든 집은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 거미집을 흔들고 누군가의 땀을 식혀주는 바람은 기특하고 멋지다. 밤바다의 위대한 몸짓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거미 앞에서도 주눅이 드는 나는 오늘도 바람이 오기를 기다리며 밤바다의 숙연한 풍경을 상상한다. 인간이 만든 창작물이 자연의 위대함을 넘기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라한 인간을 위로하고 싶다는 꿈만은 자연을 빚어낸 조물주의 창의력을 넘보기 힘들지 몰라도 노력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오늘도 나의 그림이나 글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거미집처럼 견고하고 바람처럼 시원하고 밤바다처럼 고요한 위안을 주길 기대한다. 이번이 아니라면 그 언젠가는 가능한 꿈이 아닐까 기대하면서.
베란다 난간에 거미 한 마리가 한 달 전부터 내 키보다 더 큰 집을 짓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무심코 지나쳤는데 이젠 매일 창을 열고 거미의 집을 구경한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의 낯선 시선을 거미는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벌레들을 낚고 있다.
거미의 집은 아침볕엔 은빛으로 반짝이고 비라도 내리고 난 후에는 빗방울이 맺혀 무척 아름답다. 미풍에 출렁일 때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거미의 창조물을 흔들고 바람은 또 어디론가 떠난다. 어릴 적 이 세상에 부는 모든 바람은 단 하나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나의 존재가 몸집을 부풀리기도 하고 강약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바람에 대해서 더 이상 상상하지 않게 된 어른이 된 어느 날 바람이 부는 밤바다에 홀로 서서 앞이 보이지 않는 청춘의 터널이 끝나길 바란 적이 있다. 그때 보았던 밤바다는 어떤 경계도 없이 일렁대고 있었다. 지구가 통째로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한 나의 미래는 어쩌면 자명한 자연현상처럼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흔들리는 것이 청춘이라는 말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내가 만든 결과물에 흡족한 경우가 별로 없다. 대체로 미약하고 부실하다. 자연이 만든 경이로운 광경에 비하면 늘 초라하다. 작고 별 볼일 없는 나의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거미가 만든 집은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 거미집을 흔들고 누군가의 땀을 식혀주는 바람은 기특하고 멋지다. 밤바다의 위대한 몸짓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거미 앞에서도 주눅이 드는 나는 오늘도 바람이 오기를 기다리며 밤바다의 숙연한 풍경을 상상한다. 인간이 만든 창작물이 자연의 위대함을 넘기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라한 인간을 위로하고 싶다는 꿈만은 자연을 빚어낸 조물주의 창의력을 넘보기 힘들지 몰라도 노력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오늘도 나의 그림이나 글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거미집처럼 견고하고 바람처럼 시원하고 밤바다처럼 고요한 위안을 주길 기대한다. 이번이 아니라면 그 언젠가는 가능한 꿈이 아닐까 기대하면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중에서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