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15] 자연을 지킨 사람들의 역사

존 앤더슨 지음, 최파일 옮김, 삼천리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가르는 경계선에 익숙하다면, 다윈에 앞서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이 낯설지도 모를 일. 그러나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이 죽음에 임박해 말하길,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왔습니다만 그가 얼마나 경이로운 사람인지는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린나이우스와 퀴비에 두 사람은 지금까지 줄곧 제게 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비록 매우 다른 방식이기는 해도 아리스토텔레스에 비하면 어린 학생일 뿐이지요!” 

자연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관찰한 것들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위대한 전통이라면 다윈은 그 전통의 그늘 아래에서 다윈다움을 이루었다. 믿음보다는 증거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두었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이미 철학은 과학과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세계였다. 

『내추럴 히스토리』는 읽는 내내 그랬던 세계에 대한 희구를 갖게 만든다. 알렉산더 훔볼트와 찰스 다윈, 존 뮤어, 헨리 데이비드 소로, 레이첼 카슨 등의 생애와 연구를 읽으며 그들을 자연학자로 분류하고 자연학 혹은 자연사라는 분야에 대한 어떤 그림, 오래되었으나 지금은 희미해진 그 세계와 영토에 대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면 흥미로운 성과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옮긴이 후기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편이 좋겠다. 

“예전에는 ‘자연학자’(naturalist)를 ‘박물학자’라 번역했다. 자연계의 동물, 식물, 광물 … 한 마디로 이 세상 만물에 대해 두루두루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요즘 같은 전문화의 시대에 점점 희귀해지는 족속이지만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같은 전 지구적 위기의 시기에 지엽적 시야를 넘어서 지구라는 자연 전체를 포괄하는 시야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그 존재가 절실한 부류이다.” 

자연사에서 괄목할 만한 시기라고 한다면 그것은 17~18세기 초반.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출판하고, 존 레이는 식물학을 약초의 영역에서 분리시키고, 윌리엄 하비는 척추동물에서 혈액순환을 입증해내는데, 이것을 책에서는 과학과 마법이 최종적으로 영구히 갈라서는 사건들로 분류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양봉인, 해면 채취 잠수부, 어부에 이르기까지 해당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경험을 근거로 자연사적인 탐구를 지속했고,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의 시대에 이르러 후대의 과학자들은 자연학의 영토에서 생물학, 지질학, 생태학 등의 학문을 나누게 된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럽게 “(…) 자연학자라는 관념 자체가 이미 인기를 잃”게 되는 시대가 당도한다. 그리고 그 상실의 시대는 난감한 문제의 시대이기도 하다. 

“동시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와 비과학자 모두에게 새로운 쟁점들을 제기하고 있었다. 최초로 인간은 진정으로 지구적 규모에서 지구의 유한한 속성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것은 새로운 질문을 요구하게 된다. 월든 호수에 떨어지는 잎사귀를 조용히 바라보는 소로의 마음을 분명히 괴롭혔을 환경보호의 문제를.”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이전의 세계에서 출발한 『내추럴 히스토리』는 숲으로 들어간 소로, 시에라클럽을 만들어 개발업자들과 맞서 싸운 존 뮤어, 조용하고 강력한 행동주의의 유산을 남긴 레이첼 카슨에게로 향하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카슨은 이렇게 썼다. “옛날에 미국 한가운데 어떤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생명이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때 마침 여우가 언덕에서 짖었고 사슴은 가을 아침의 안개에 반쯤 모습을 감춘 채 소리 없이 들판을 가로 질렀다.” 

자연학자 혹은 현대의 어느 안타까운 박물학자가 써내려간 그것은 옛날에 있었던 어떤 세계이고, 언젠가는 회복하길 바라는 그런 세계이다. 『내추럴 히스토리』의 서술은 그러한 자연사 혹은 그러한 문명사를 상상하게 한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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