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사잇골 농사 모임 농부들이자 설악산 지키는 대책위 회원들 ⓒ함께사는길 이성수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 생활 대신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겠다며 하나 둘 설악산 아래 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설악산 능선이 둘러싸고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양양군 강현면 간곡리의 작은 산골마을은 이들을 품었다. 주민들은 이 마을을 사잇골이라 부른다. 설악산 아래 사잇골에 모인 이들은 ‘사잇골 농사모임’을 만들고 함께 모내기도 하고 옥수수도 심고 깨도 심고 또그 수확물을 나누며 살고 있다. 대부분이 초보농부들이지만 꾀부리는 이도 또 욕심내는 이 없어 주민들 먹을 양식은 걱정할 일이 없다.
오순도순 마을 안에서 농사짓고 살던 주민들에게 요즘 근심이 생겼다. 주민들은 바쁜 농번기에 읍내 나갈 일이 잦아졌고 호미 대신 마이크 잡는 일이 많아졌다. 설악산 케이블카 때문이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는 사잇골 농부들을 만났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주민들
“바로 앞이 화채봉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야생화가 가장 많이 피는 곳이죠. 지금은 입산금지 기간이라 들어갈 수는 없는데 여길 넘으면 대청봉이에요. 설악산은 송이며 산나물이 많이 나서 설악산에 의지해 먹고 사는 주민들이 많아요.” 조용명 씨가 마을을 소개하는 사이 서울에서 취재를 왔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은퇴 후 양양에서 농사도 배우고 편하게 살려고 왔더니 일이 많이 터져요.” 김명길 씨는 쓴웃음을 짓는다.
사잇골 주민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거리에 붙은 찬성 현수막 때문이었다.
“하루는 물치 쪽으로 나가는데 설악산 케이블카를 적극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1미터 간격으로 잔뜩 걸려있는 거예요. 그 현수막 보고 케이블카 계획을 알았어요. 기분 나빴죠.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자체가 주민들 전부를 찬성하는 것처럼 만들어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놨어요.”
조용명 씨를 비롯해 황당했던 주민들은 케이블카 반대 현수막을 붙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밤새 문구를 생각하고 현수막 업체에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누구 맞아죽을 일 있냐고,현수막은 만들어줄 테니 직접 걸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그리 무서운 일인가, 찬성 아닌 반대 현수막은 걸면 안 된다는 건가. 아 그땐 너무 기분 나빠서 여기서 살기도 싫더라고요.” 노미화 씨는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막막했던 마을 주민들 앞에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김안나 사무국장이 나타났다. 김 국장 역시 반대 활동에 나서는 주민들이 없어 막막하던 중이었다. “반대하는 양양 주민들이 있지만 이들이 밖으로 나서는 건 지역 분위기상 다들 힘들어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사잇골 주민들을 만났죠. 주민들이 뭘 해야 하냐고 하는데 정말 반가웠어요.” 이후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주민대책위가 정식 출범되고 사잇골 주민들도 본격적으로 케이블카 반대활동을 시작했다.
산양 내쫓고 양양군민 복지예산 빼앗고
사잇골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했다. 양양군이나 일부 언론에서는 찬성하는 지역주민들이 많다고 하지만 정작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사업비가 얼마나 드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모르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양군도 정확한 내용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이에 주민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고 지역주민 대상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3월 18일 열린 공청회에는 3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석했다.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에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날 공청회는 무산됐다. “찬성측에서 사람들을 동원했는지 반대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야유와 욕설이 나왔어요. 난장판이 됐죠.” 노미화 씨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1차 공청회는 무산되고 한 달 후 2차 공청회가 열렸다. 1차 때보다 주민들의 참여는 저조했지만 주민들은 양양군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양양군의 해명은 황당했다.
특히 양양군의 ‘허리띠’ 발언은 압권이었다.“왜 설악산케이블카가 숙원 사업이냐, 복지예산, 재해복구 예산 등을 줄이면서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더니 양양군에서 하는 말이 (케이블카를) 해놓고 나면 괜찮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군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달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헐했죠.”
다른 해명들도 들으나 마나였다. “케이블카를 건설하는데 예산이 460억 원이었다가 지금은 120억 원 가량 더 늘어났어요. 양양군에서 다 출자해야 해요. 양양군민 수로 나누면 일인당 500만 원씩을 내야 하는 돈이에요. 이러다가 양양군이 파산하면 누가 책임집니까?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 몫이예요.”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산양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 사는 동물들 다 못 살아요. 이런 일들을 추진하는 이들은 돈 많은 이들이에요. 그 이득도 다 그들이 가져가요. 서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주민들은 공청회에서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따졌지만 양양군은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엔 막연히 안 된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케이블카를 막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김경희 씨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2차 공청회 후 주민들은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양양군은 거부했다. 반면 주민들과 케이블카 반대 대책위는 공청회 후 거리행진, 선전전 등 케이블카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더많은 이들이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안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설악산을 지켜주세요

7월 5일 양양군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한 주민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실 사잇골 주민들에게 싸움이니 투사니 하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소풍가듯 옥수수와 커피 등 먹을거리를 잔뜩 싸들고 집회장으로 향하는 주민들이다. “설악산 지키겠다고 대구에서도 오고 서울에서도 오세요. 그분들 저희가 챙겨야죠.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하면서 좋은 사람들 만나고 또 그분들 덕분에 지지치 않고 즐겁게 설악산을 지킬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죠.”라며 주민들은 말한다.
다행히 양양 주민들의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수영장을 갔는데 한 아가씨가 케이블카 반대하는 날 봤다면서 아는 척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자기도 반대한다고 털어놓는 거예요.” 노미화 씨의 이야기에 남편 조용명 씨도 말을 보탠다. “초기에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한다는 기자회견할 때는 노인네들이 삿대질하고 욕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얼마 전 거리 행진할 때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유심히 보더라고요. 사람들이 케이블카 관련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설악산케이블카 보고서를 위조한 혐의로 양양군 공무원 두 명이 기소됐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올 6월에 착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완공할 계획이던 설악산 케이블카는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억지로 밀어붙이려고 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설악산을 지키고 케이블카 반대를 위해 활동한 이들이 없었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가 명분이라도 케이블카보다는 설악산을 지키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말한다.
“설악산을 국립공원답게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보전해 설악산에 산양들이 맘껏 뛰어놀고 각종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면 전 세계에서 설악산을 찾지 않을까요?”라며 주민들은 제안한다.
막막했던 반대 활동이 이제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며 주민들은 살짝 들떠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여기가 무너지면 지리산을 비롯해 대한민국 산이란 산은 죄다 무너질 겁니다. 설악산을 지키는 것이 우리나라 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또 설악산은 양양군민만의 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 국민의 산이에요. 설악산을, 대한민국의 산을 함께 지켜주세요.”
대청봉 아래 사잇골 주민들의 바람이다.
글 | 박은수 기자
설악산 사잇골 농사 모임 농부들이자 설악산 지키는 대책위 회원들 ⓒ함께사는길 이성수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 생활 대신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겠다며 하나 둘 설악산 아래 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설악산 능선이 둘러싸고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양양군 강현면 간곡리의 작은 산골마을은 이들을 품었다. 주민들은 이 마을을 사잇골이라 부른다. 설악산 아래 사잇골에 모인 이들은 ‘사잇골 농사모임’을 만들고 함께 모내기도 하고 옥수수도 심고 깨도 심고 또그 수확물을 나누며 살고 있다. 대부분이 초보농부들이지만 꾀부리는 이도 또 욕심내는 이 없어 주민들 먹을 양식은 걱정할 일이 없다.
오순도순 마을 안에서 농사짓고 살던 주민들에게 요즘 근심이 생겼다. 주민들은 바쁜 농번기에 읍내 나갈 일이 잦아졌고 호미 대신 마이크 잡는 일이 많아졌다. 설악산 케이블카 때문이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는 사잇골 농부들을 만났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주민들
“바로 앞이 화채봉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야생화가 가장 많이 피는 곳이죠. 지금은 입산금지 기간이라 들어갈 수는 없는데 여길 넘으면 대청봉이에요. 설악산은 송이며 산나물이 많이 나서 설악산에 의지해 먹고 사는 주민들이 많아요.” 조용명 씨가 마을을 소개하는 사이 서울에서 취재를 왔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은퇴 후 양양에서 농사도 배우고 편하게 살려고 왔더니 일이 많이 터져요.” 김명길 씨는 쓴웃음을 짓는다.
사잇골 주민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거리에 붙은 찬성 현수막 때문이었다.
“하루는 물치 쪽으로 나가는데 설악산 케이블카를 적극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1미터 간격으로 잔뜩 걸려있는 거예요. 그 현수막 보고 케이블카 계획을 알았어요. 기분 나빴죠. 주민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자체가 주민들 전부를 찬성하는 것처럼 만들어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놨어요.”
조용명 씨를 비롯해 황당했던 주민들은 케이블카 반대 현수막을 붙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밤새 문구를 생각하고 현수막 업체에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누구 맞아죽을 일 있냐고,현수막은 만들어줄 테니 직접 걸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그리 무서운 일인가, 찬성 아닌 반대 현수막은 걸면 안 된다는 건가. 아 그땐 너무 기분 나빠서 여기서 살기도 싫더라고요.” 노미화 씨는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막막했던 마을 주민들 앞에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김안나 사무국장이 나타났다. 김 국장 역시 반대 활동에 나서는 주민들이 없어 막막하던 중이었다. “반대하는 양양 주민들이 있지만 이들이 밖으로 나서는 건 지역 분위기상 다들 힘들어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사잇골 주민들을 만났죠. 주민들이 뭘 해야 하냐고 하는데 정말 반가웠어요.” 이후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주민대책위가 정식 출범되고 사잇골 주민들도 본격적으로 케이블카 반대활동을 시작했다.
산양 내쫓고 양양군민 복지예산 빼앗고
사잇골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설악산 케이블카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했다. 양양군이나 일부 언론에서는 찬성하는 지역주민들이 많다고 하지만 정작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어떤 사업인지, 사업비가 얼마나 드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모르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양군도 정확한 내용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이에 주민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고 지역주민 대상으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3월 18일 열린 공청회에는 3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석했다.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에 주민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날 공청회는 무산됐다. “찬성측에서 사람들을 동원했는지 반대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야유와 욕설이 나왔어요. 난장판이 됐죠.” 노미화 씨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1차 공청회는 무산되고 한 달 후 2차 공청회가 열렸다. 1차 때보다 주민들의 참여는 저조했지만 주민들은 양양군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양양군의 해명은 황당했다.
특히 양양군의 ‘허리띠’ 발언은 압권이었다.“왜 설악산케이블카가 숙원 사업이냐, 복지예산, 재해복구 예산 등을 줄이면서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더니 양양군에서 하는 말이 (케이블카를) 해놓고 나면 괜찮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군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달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헐했죠.”
다른 해명들도 들으나 마나였다. “케이블카를 건설하는데 예산이 460억 원이었다가 지금은 120억 원 가량 더 늘어났어요. 양양군에서 다 출자해야 해요. 양양군민 수로 나누면 일인당 500만 원씩을 내야 하는 돈이에요. 이러다가 양양군이 파산하면 누가 책임집니까?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 몫이예요.”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산양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 사는 동물들 다 못 살아요. 이런 일들을 추진하는 이들은 돈 많은 이들이에요. 그 이득도 다 그들이 가져가요. 서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주민들은 공청회에서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따졌지만 양양군은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엔 막연히 안 된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케이블카를 막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김경희 씨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2차 공청회 후 주민들은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양양군은 거부했다. 반면 주민들과 케이블카 반대 대책위는 공청회 후 거리행진, 선전전 등 케이블카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더많은 이들이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안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설악산을 지켜주세요
7월 5일 양양군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한 주민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실 사잇골 주민들에게 싸움이니 투사니 하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소풍가듯 옥수수와 커피 등 먹을거리를 잔뜩 싸들고 집회장으로 향하는 주민들이다. “설악산 지키겠다고 대구에서도 오고 서울에서도 오세요. 그분들 저희가 챙겨야죠.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하면서 좋은 사람들 만나고 또 그분들 덕분에 지지치 않고 즐겁게 설악산을 지킬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죠.”라며 주민들은 말한다.
다행히 양양 주민들의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수영장을 갔는데 한 아가씨가 케이블카 반대하는 날 봤다면서 아는 척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자기도 반대한다고 털어놓는 거예요.” 노미화 씨의 이야기에 남편 조용명 씨도 말을 보탠다. “초기에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한다는 기자회견할 때는 노인네들이 삿대질하고 욕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얼마 전 거리 행진할 때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유심히 보더라고요. 사람들이 케이블카 관련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설악산케이블카 보고서를 위조한 혐의로 양양군 공무원 두 명이 기소됐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올 6월에 착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완공할 계획이던 설악산 케이블카는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억지로 밀어붙이려고 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설악산을 지키고 케이블카 반대를 위해 활동한 이들이 없었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가 명분이라도 케이블카보다는 설악산을 지키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말한다.
“설악산을 국립공원답게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보전해 설악산에 산양들이 맘껏 뛰어놀고 각종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면 전 세계에서 설악산을 찾지 않을까요?”라며 주민들은 제안한다.
막막했던 반대 활동이 이제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며 주민들은 살짝 들떠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여기가 무너지면 지리산을 비롯해 대한민국 산이란 산은 죄다 무너질 겁니다. 설악산을 지키는 것이 우리나라 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또 설악산은 양양군민만의 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 국민의 산이에요. 설악산을, 대한민국의 산을 함께 지켜주세요.”
대청봉 아래 사잇골 주민들의 바람이다.
글 | 박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