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미안한 책은 만들지 말자는 말이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자주 오가는 말이다. 좋은 책을 만들자는 말인데 늘 각오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에게 빚을 지지 않고 책을 만들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좋은 책이 세상에 태어날 확률도 언제나 낮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종이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종이에 의존해 글을 쓴다. 모든 것들이 나무가 아니면 이뤄지기 힘든 일이다. 나무에 의지해 쓰고 그린 것들이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나올 때마다 나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나는 한참 부족한 사람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날씨를 예보하는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우리가 나무를 베고 산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에어컨 실외기 몇 대는 줄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구태의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집 실외기 바람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고 그래서 우리 집에 실외기를 달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우리 집 실외기 때문에 또 온도가 올라가고…. 우린 어쩌면 커다란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선풍기 한 대로 버텨보자는 호기로움은 점점 흐려지고 냉방기를 향하는 갈망은 쑥쑥 커져간다. 너무 더워서 가을이 우리를 잊으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9월이다. 인디언 부족 중 하나인 위시람족 사람들은 9월을 ‘도토리의 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을 무렵 등산로 입구에 도토리와 밤을 산짐승에게 양보해 달라는 내용이 쓰인 현수막이 걸린다.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취하는 인간들 때문에 도토리의 달인 9월에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산짐승들과 지금도 당연하게 베어지는 나무들을 생각하며 남은 더위를 잠시 참아 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을을 기다리며 말이다.
나무에게 미안한 책은 만들지 말자는 말이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자주 오가는 말이다.
좋은 책을 만들자는 말인데 늘 각오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무에게 빚을 지지 않고 책을 만들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좋은 책이 세상에 태어날 확률도 언제나 낮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종이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종이에 의존해 글을 쓴다.
모든 것들이 나무가 아니면 이뤄지기 힘든 일이다. 나무에 의지해 쓰고 그린 것들이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나올 때마다 나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나는 한참 부족한 사람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날씨를 예보하는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우리가 나무를 베고 산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에어컨 실외기 몇 대는 줄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구태의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집 실외기 바람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고 그래서 우리 집에 실외기를 달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우리 집 실외기 때문에 또 온도가 올라가고….
우린 어쩌면 커다란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선풍기 한 대로 버텨보자는 호기로움은 점점 흐려지고 냉방기를 향하는 갈망은 쑥쑥 커져간다.
너무 더워서 가을이 우리를 잊으면 어쩌나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9월이다.
인디언 부족 중 하나인 위시람족 사람들은 9월을 ‘도토리의 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을 무렵 등산로 입구에 도토리와 밤을 산짐승에게 양보해 달라는 내용이 쓰인 현수막이 걸린다.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취하는 인간들 때문에 도토리의 달인 9월에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산짐승들과 지금도 당연하게 베어지는 나무들을 생각하며 남은 더위를 잠시 참아 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을을 기다리며 말이다.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