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사진가 최종수 씨 ⓒ함께사는길 이성수
생태사진가 최종수 씨는 30년 넘게 주남저수지와 낙동강 등을 중심으로 새를 만나고 카메라에 담아왔다. 아니 새와 함께 30년을 보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가 이번에 『새와 사람』이란 책을 냈다. 새 사진 잘 찍는 요령 같은 건 없다. 47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에는 새와 친해지는 법, 새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로 꽉 차있다. 이를 테면 참새, 딱새, 박새 등 새들의 밥상을 차리는 법이나 새들이 찾아오는 정원을 꾸미는 법, 아파트에서 새 부르는 법, 눈이 아닌 귀로 탐조하는 방법 등이다. 그가 직접 관찰하고 또 경험한 것들이다. 새와 함께 공존을 꿈꾸는 그를 만나러 주남저수지로 향했다.
새와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든 카메라
경상남도 창원시 주남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황토집은 그가 운영하는 주남생태예술촌과 주남갤러리다. 그의 사진을 비롯해 주남저수지 인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판매 수입의 일부는 재두루미와 큰고니의 먹이비용으로 기부된다. 왜가리 사진 앞에서 그가 일화 하나를 들려준다. “한겨울에 저수지가 꽁꽁 얼었어요. 흰꼬리수리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잉어와 붕어를 20마리 사서 던져 놨죠. 3시간을 기다려도 흰꼬리수리는 안 오고 왜가리가 왔어요. 꽁꽁 언 붕어를 부리로 툭툭 치더니 물고 어딘가로 가더라고요. 저수지 한쪽에 얼음이 녹은 곳이 있었는데 그 안에 물고기를 넣었다가 꺼냈다가 하면서 해동시켜 먹더라고요. 그걸 내가 봤어요. 그러니깐 머리 나쁜 사람에게 함부로 새대가리라고 하면 안돼요.”라며 웃는다.
현재 경남도청 공보과 공무원으로 재직중인 그는 한국물새네트워크 이사,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 회장, 한국사진작가협회 마산지부 회원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새와 가까이 지냈지만 생태사진가로의 출발은 좀 엉뚱했다.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졸업 전에 취업이 되었는데 한 친구가 대학가요제에 한 번 나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밴드부 활동을 했거든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다니며 재수를 했는데 그때 학원 선생님이 생물학과를 권했어요. 저랑 어울린다고.” 선생님의 권유로 생물학과에 들어간 그는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문득 곤충채집을 하는데 이 나비가 마지막 나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서웠어요. 더 이상 채집을 할 수 없었어요. 대신 카메라에 담자 했죠.” 그의 아버지는 환갑 때 받은 금반지를 팔아 카메라를 장만해주었고 그는 다른 과에 청강을 하면서 카메라 수업을 들었다.
그 인연으로 졸업 후 창원군청 사진담당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관할구역이던 주남저수지에 가창오리들이 많이 도래해 언론의 관심이 높았고 주남저수지 철새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배포하는 일이 그의 주업무였다.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주남저수지를 찾는 새들에게 빠지고 급기야 일곱 달치 월급을 털어 망원렌즈까지 구입했다. 사진에 대한 욕심보다는 새들을 지키고 새들이 사는 이 터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컸다. 이 렌즈 안에 펼쳐지는 경이로움과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사진을 찍고 언론사 등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제공했다. “한창 사진 찍으러 다닐 때는 꿈을 꿔도 새 사진 찍는 꿈만 꿨어요. 꼭 찍어야 하는 사진인데 카메라 셔터가 안 눌러져서 잠에서 깬 적도 많아요.”라며 웃는다.
람사르총회가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고 주남저수지가 대한민국 제1호 람사르습지가 된 데에는 그의 숨은 공이 있었다. 당시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경상남도 자매주인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주 정부를 방문할 때 일이다. 김 도지사는 하바로프스크 주지사에게 주남저수지 가창오리 군무를 찍은 사진을 선물로 건넸다. 이미 가창오리가 하바로프스크주와 주남저수지를 오고 가고 있으며 자매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바로프스크 주지사도 만족했고 더 많은 협력을 하기로 했다. 국내 언론의 반응도 괜찮았다. 최종수 씨의 아이디어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른 아이디어가 없냐고 묻는 도지사에게 그는 람사르총회를 유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후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렸다.
살리거나 혹은 죽이거나

"새의 입장이 되어 탐조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더 많이 볼 수 있고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요즘 탐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걱정되는 일도 적지 않다. 사람들의 취미생활이 새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한 사진을 보고 경악했어요. 자연 그대로 찍은 사진이 없었어요. 둥지를 손대고 새끼를 끄집어내고 심지어 본드로 고정까지 시키고. 도대체 그런 사진에서 뭘 느끼라는 것인지 원. 사진협회에서도 각종 사진공모전에 그런 사진들이 나오면 상을 주지 말아야 해요.”라며 불쾌해했다. 이는 한 개인의 일탈문제가 아니다. “새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고 장비도 좋아졌어요. 찍은 사진을 자랑할 곳도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가까이에서 더 리얼하게 찍으려고 욕심을 내고 선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나뭇가지가 둥지를 가린다고 그 나뭇가지를 잘라요. 하지만 새가 둥지를 고를 때 주변 상황을 다 고려해서 정하거든요. 그 나뭇가지는 새에게 대문 역할을 하는 건데 그게 없으면 둥지 보호막이 없어지는 것과 같아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간 위주의 탐조문화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새들이 사는 곳은 사람들이 좀 불편해야 새들이 편해요. 그런데 지금 정책들은 사람들 위주에요. 차에서 내려 세 발짝만 걸으면 탐조대가 있고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설치돼 있어요. 새들은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천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가까이 가니 새들은 자꾸 멀어지죠. 누구는 새에게 먹이를 주어서 가까이 오게 하자고 하는데 집에서 키우는 오리와 거위보고 박수칩니까.”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탐조문화는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탐조할 때 생물학자나 박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같이 갔어요. 무작정 새를 보러 가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탐조할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새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새들은 저 사람이 나를 해코지하지 않겠다고 인식해버리면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유명 철새도래지가 있는 지자체가 나서서 어떻게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제안한다.
그는 사람들의 새에 대한 관심이 새 서식지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으면 한다. “철새들은 이동하는데 보통 4000킬로미터에서 많게는 1만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철새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중간 주유소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곳을 개발하고 새들이 쉴 수 있는 곳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특히 새만금을 개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도요물떼새들이 많이 줄었어요. 주남저수지도 많이 달라졌어요. 2008년 이후 주남저수지에서 가창오리 군무를 본 적이 없어요.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오히려 더 후퇴한 것 같아요. 어쩌면 다음 세대들은 탐조는커녕 새들을 책이나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나서야 합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참새와 밀당하는 생태사진가
그는 카메라를 들고 새를 찾아다니는 일을 그만 두었다. 대신 요즘 참새나 박새 등 마을 주변 새들과 친해지려 노력중이다. 특히 참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탐조도 많이 다니고 팔색조, 넓적부리도요 등 귀하다는 새는 다 만나본 그지만 참새는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밥상을 만들어 벼를 뿌려놓고 주변에 위장막을 치고 잠복까지 들어가는가 하면 CCTV까지 설치해 참새들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다. “참새 둥지 본 적 있어요? 전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사람 가까이에 살지만 그만큼 경계심도 강해서 둥지를 꽁꽁 숨겨놨어요. 참새가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게 제 목표에요. 참새에게 먹이를 3년째 주고 있는데 이제야 도망을 가지 않아요.”라며 웃는다. 새들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찾아오는 새들도 늘었다고 자랑한다. 30년 동안 새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새들이 찾아오는 여행을 시작했다는 그, 카메라에 담지 않아도 일상 그 자체가 멋진 작품이지 않는가.

30년 탐조생활을 통해 얻은 새와 사람의 공존의 지혜를 담아서 낸 책
글 | 박은수 기자
생태사진가 최종수 씨 ⓒ함께사는길 이성수
생태사진가 최종수 씨는 30년 넘게 주남저수지와 낙동강 등을 중심으로 새를 만나고 카메라에 담아왔다. 아니 새와 함께 30년을 보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가 이번에 『새와 사람』이란 책을 냈다. 새 사진 잘 찍는 요령 같은 건 없다. 47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에는 새와 친해지는 법, 새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로 꽉 차있다. 이를 테면 참새, 딱새, 박새 등 새들의 밥상을 차리는 법이나 새들이 찾아오는 정원을 꾸미는 법, 아파트에서 새 부르는 법, 눈이 아닌 귀로 탐조하는 방법 등이다. 그가 직접 관찰하고 또 경험한 것들이다. 새와 함께 공존을 꿈꾸는 그를 만나러 주남저수지로 향했다.
새와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든 카메라
경상남도 창원시 주남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황토집은 그가 운영하는 주남생태예술촌과 주남갤러리다. 그의 사진을 비롯해 주남저수지 인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판매 수입의 일부는 재두루미와 큰고니의 먹이비용으로 기부된다. 왜가리 사진 앞에서 그가 일화 하나를 들려준다. “한겨울에 저수지가 꽁꽁 얼었어요. 흰꼬리수리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잉어와 붕어를 20마리 사서 던져 놨죠. 3시간을 기다려도 흰꼬리수리는 안 오고 왜가리가 왔어요. 꽁꽁 언 붕어를 부리로 툭툭 치더니 물고 어딘가로 가더라고요. 저수지 한쪽에 얼음이 녹은 곳이 있었는데 그 안에 물고기를 넣었다가 꺼냈다가 하면서 해동시켜 먹더라고요. 그걸 내가 봤어요. 그러니깐 머리 나쁜 사람에게 함부로 새대가리라고 하면 안돼요.”라며 웃는다.
현재 경남도청 공보과 공무원으로 재직중인 그는 한국물새네트워크 이사,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 회장, 한국사진작가협회 마산지부 회원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새와 가까이 지냈지만 생태사진가로의 출발은 좀 엉뚱했다.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졸업 전에 취업이 되었는데 한 친구가 대학가요제에 한 번 나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밴드부 활동을 했거든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다니며 재수를 했는데 그때 학원 선생님이 생물학과를 권했어요. 저랑 어울린다고.” 선생님의 권유로 생물학과에 들어간 그는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문득 곤충채집을 하는데 이 나비가 마지막 나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서웠어요. 더 이상 채집을 할 수 없었어요. 대신 카메라에 담자 했죠.” 그의 아버지는 환갑 때 받은 금반지를 팔아 카메라를 장만해주었고 그는 다른 과에 청강을 하면서 카메라 수업을 들었다.
그 인연으로 졸업 후 창원군청 사진담당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관할구역이던 주남저수지에 가창오리들이 많이 도래해 언론의 관심이 높았고 주남저수지 철새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배포하는 일이 그의 주업무였다.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주남저수지를 찾는 새들에게 빠지고 급기야 일곱 달치 월급을 털어 망원렌즈까지 구입했다. 사진에 대한 욕심보다는 새들을 지키고 새들이 사는 이 터를 지키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 컸다. 이 렌즈 안에 펼쳐지는 경이로움과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사진을 찍고 언론사 등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제공했다. “한창 사진 찍으러 다닐 때는 꿈을 꿔도 새 사진 찍는 꿈만 꿨어요. 꼭 찍어야 하는 사진인데 카메라 셔터가 안 눌러져서 잠에서 깬 적도 많아요.”라며 웃는다.
람사르총회가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고 주남저수지가 대한민국 제1호 람사르습지가 된 데에는 그의 숨은 공이 있었다. 당시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경상남도 자매주인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주 정부를 방문할 때 일이다. 김 도지사는 하바로프스크 주지사에게 주남저수지 가창오리 군무를 찍은 사진을 선물로 건넸다. 이미 가창오리가 하바로프스크주와 주남저수지를 오고 가고 있으며 자매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바로프스크 주지사도 만족했고 더 많은 협력을 하기로 했다. 국내 언론의 반응도 괜찮았다. 최종수 씨의 아이디어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른 아이디어가 없냐고 묻는 도지사에게 그는 람사르총회를 유치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후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람사르총회가 열렸다.
살리거나 혹은 죽이거나
"새의 입장이 되어 탐조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더 많이 볼 수 있고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요즘 탐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론 걱정되는 일도 적지 않다. 사람들의 취미생활이 새들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한 사진을 보고 경악했어요. 자연 그대로 찍은 사진이 없었어요. 둥지를 손대고 새끼를 끄집어내고 심지어 본드로 고정까지 시키고. 도대체 그런 사진에서 뭘 느끼라는 것인지 원. 사진협회에서도 각종 사진공모전에 그런 사진들이 나오면 상을 주지 말아야 해요.”라며 불쾌해했다. 이는 한 개인의 일탈문제가 아니다. “새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고 장비도 좋아졌어요. 찍은 사진을 자랑할 곳도 많아졌어요. 그러다보니 가까이에서 더 리얼하게 찍으려고 욕심을 내고 선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나뭇가지가 둥지를 가린다고 그 나뭇가지를 잘라요. 하지만 새가 둥지를 고를 때 주변 상황을 다 고려해서 정하거든요. 그 나뭇가지는 새에게 대문 역할을 하는 건데 그게 없으면 둥지 보호막이 없어지는 것과 같아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간 위주의 탐조문화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새들이 사는 곳은 사람들이 좀 불편해야 새들이 편해요. 그런데 지금 정책들은 사람들 위주에요. 차에서 내려 세 발짝만 걸으면 탐조대가 있고 그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설치돼 있어요. 새들은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천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가까이 가니 새들은 자꾸 멀어지죠. 누구는 새에게 먹이를 주어서 가까이 오게 하자고 하는데 집에서 키우는 오리와 거위보고 박수칩니까.”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탐조문화는 영국에서 시작됐는데 탐조할 때 생물학자나 박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같이 갔어요. 무작정 새를 보러 가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탐조할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새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좋은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새들은 저 사람이 나를 해코지하지 않겠다고 인식해버리면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유명 철새도래지가 있는 지자체가 나서서 어떻게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제안한다.
그는 사람들의 새에 대한 관심이 새 서식지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으면 한다. “철새들은 이동하는데 보통 4000킬로미터에서 많게는 1만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철새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중간 주유소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그곳을 개발하고 새들이 쉴 수 있는 곳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특히 새만금을 개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도요물떼새들이 많이 줄었어요. 주남저수지도 많이 달라졌어요. 2008년 이후 주남저수지에서 가창오리 군무를 본 적이 없어요. 람사르총회를 개최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오히려 더 후퇴한 것 같아요. 어쩌면 다음 세대들은 탐조는커녕 새들을 책이나 영상으로밖에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나서야 합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참새와 밀당하는 생태사진가
그는 카메라를 들고 새를 찾아다니는 일을 그만 두었다. 대신 요즘 참새나 박새 등 마을 주변 새들과 친해지려 노력중이다. 특히 참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탐조도 많이 다니고 팔색조, 넓적부리도요 등 귀하다는 새는 다 만나본 그지만 참새는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밥상을 만들어 벼를 뿌려놓고 주변에 위장막을 치고 잠복까지 들어가는가 하면 CCTV까지 설치해 참새들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다. “참새 둥지 본 적 있어요? 전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사람 가까이에 살지만 그만큼 경계심도 강해서 둥지를 꽁꽁 숨겨놨어요. 참새가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게 제 목표에요. 참새에게 먹이를 3년째 주고 있는데 이제야 도망을 가지 않아요.”라며 웃는다. 새들 사이에 소문이 났는지 찾아오는 새들도 늘었다고 자랑한다. 30년 동안 새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다면 이제는 새들이 찾아오는 여행을 시작했다는 그, 카메라에 담지 않아도 일상 그 자체가 멋진 작품이지 않는가.
30년 탐조생활을 통해 얻은 새와 사람의 공존의 지혜를 담아서 낸 책
글 | 박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