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로 부르는 아까시나무는 북미대륙이 원산지인 낙엽교목으로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 대륙이 고향인 열대성 상록수 아카시아와는 다른 종입니다.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슬프게도 아카시아와 비교해 가짜라는 뜻의 ‘프세도우아카시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까시나무는 오랫동안 숲을 해치는 나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산림생태계가 일제와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재활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나무입니다. 콩과식물이라 자체로 질소고정을 할 수 있어 토양을 기름지게 만드는 나무이고 토양이 이미 좋은 곳에서는 다른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산성토양 토질을 개량하는 착한 나무였던 것입니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가축사료로도 훌륭합니다. 다만 가시가 많아 가축들이 직접 뜯어 먹기 어려울 뿐이죠. 그래서 정부는 가시 없는 민둥아까시나무를 개발해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열대 아카시아의 잎도 짐승들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특히 목이 길어서 행복한 짐승인 기린이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기린이 아카시아 잎을 먹는 방법은 특이합니다. 긴 목을 세워 키 큰 아카시아의 상부에 새로 돋은 연한 잎들을 뜯어 먹는 겁니다. 특이한 건 그 다음부터입니다. 기린은 한 나무의 잎을 다 먹고 나면 그 바로 옆 나무로 이동해 잎을 뜯지 않습니다. 한 나무에서 잎을 뜯고 나면 기린은 멈춰 서서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나’를 느낍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나아가 새 아카시아의 잎을 뜯습니다. 바람이 안 불 때는 어찌 하냐고요? 처음 잎을 뜯은 나무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잎을 뜯습니다. 왜 그런지 학자들이 조사해보니까 아카시아나무가 잎을 뜯는 동물들을 쫓기 위해 입을 쓰게 만드는 독성 화학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나무에서 잎을 뜯으면 그 아카시아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곁에 선 동족들에게 ‘포식자가 왔으니 독성물질을 분비하라’로 물질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기린은 그걸 알고 있던 거죠.
옥시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사과한 뒤 일제히 자사 제품 할인행사를 벌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연일 온나라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일으킨 옥시를 비판하는 와중에 벌어진 그 할인행사장에 사람들이 미어터져라 몰렸다는 겁니다. 가습기살균제라는 바이오사이드를 일으킨 이들의 죄질은 무겁고 중합니다. 그러나 시민 모두가 화학위험사회에서 살아가는 소비자들이기도 한 세상에서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 책임도 무겁고 중합니다. 소를 이미 잃었는데도 여전히 외양간을 고칠 생각도 않는다면 밥 먹는 일에 생존의 지혜를 발휘하는 저 기린에게조차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기린의 밥 먹는 법도 배워야 하지만, 나는 피해를 보았으나 너희는 피해 보지 말라고 물질신호를 발하고 또 그걸 수신한 다른 나무들은 의심 없이 포식자의 입을 쓰게 만드는 물질을 즉시 분비하는 아카시아 나무의 연대의식도 배워야 할 일입니다. 화학안전사회는 그런 시민들의 위험상품에 대한 감시와 불매 등 실천의 연대가 튼튼한 사회가 아닐까요.
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로 부르는 아까시나무는 북미대륙이 원산지인 낙엽교목으로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 대륙이 고향인 열대성 상록수 아카시아와는 다른 종입니다.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슬프게도 아카시아와 비교해 가짜라는 뜻의 ‘프세도우아카시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까시나무는 오랫동안 숲을 해치는 나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산림생태계가 일제와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재활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나무입니다. 콩과식물이라 자체로 질소고정을 할 수 있어 토양을 기름지게 만드는 나무이고 토양이 이미 좋은 곳에서는 다른 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산성토양 토질을 개량하는 착한 나무였던 것입니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가축사료로도 훌륭합니다. 다만 가시가 많아 가축들이 직접 뜯어 먹기 어려울 뿐이죠. 그래서 정부는 가시 없는 민둥아까시나무를 개발해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열대 아카시아의 잎도 짐승들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특히 목이 길어서 행복한 짐승인 기린이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기린이 아카시아 잎을 먹는 방법은 특이합니다. 긴 목을 세워 키 큰 아카시아의 상부에 새로 돋은 연한 잎들을 뜯어 먹는 겁니다. 특이한 건 그 다음부터입니다. 기린은 한 나무의 잎을 다 먹고 나면 그 바로 옆 나무로 이동해 잎을 뜯지 않습니다. 한 나무에서 잎을 뜯고 나면 기린은 멈춰 서서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나’를 느낍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나아가 새 아카시아의 잎을 뜯습니다. 바람이 안 불 때는 어찌 하냐고요? 처음 잎을 뜯은 나무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잎을 뜯습니다. 왜 그런지 학자들이 조사해보니까 아카시아나무가 잎을 뜯는 동물들을 쫓기 위해 입을 쓰게 만드는 독성 화학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나무에서 잎을 뜯으면 그 아카시아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곁에 선 동족들에게 ‘포식자가 왔으니 독성물질을 분비하라’로 물질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기린은 그걸 알고 있던 거죠.
옥시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사과한 뒤 일제히 자사 제품 할인행사를 벌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연일 온나라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일으킨 옥시를 비판하는 와중에 벌어진 그 할인행사장에 사람들이 미어터져라 몰렸다는 겁니다. 가습기살균제라는 바이오사이드를 일으킨 이들의 죄질은 무겁고 중합니다. 그러나 시민 모두가 화학위험사회에서 살아가는 소비자들이기도 한 세상에서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 책임도 무겁고 중합니다. 소를 이미 잃었는데도 여전히 외양간을 고칠 생각도 않는다면 밥 먹는 일에 생존의 지혜를 발휘하는 저 기린에게조차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기린의 밥 먹는 법도 배워야 하지만, 나는 피해를 보았으나 너희는 피해 보지 말라고 물질신호를 발하고 또 그걸 수신한 다른 나무들은 의심 없이 포식자의 입을 쓰게 만드는 물질을 즉시 분비하는 아카시아 나무의 연대의식도 배워야 할 일입니다. 화학안전사회는 그런 시민들의 위험상품에 대한 감시와 불매 등 실천의 연대가 튼튼한 사회가 아닐까요.
글 | 박현철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