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겐 호주에 사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잠깐 떠난 여행이 어쩌다보니 기약 없이 길어져 수년 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가끔 전화를 걸어 나의 안부를 묻는다. 그럴 때면 전화기 너머 친구가 있는 곳의 소음이 들려온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그리고 바람과 친구의 숨소리가 함께 전해져온다.
어느 날 밤늦게 전화가 걸려왔다.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말없이 전화가 끊겼다. 나는 연결 상태가 나빠 그러려니 했다. 한참 뒤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역시 내 친구가 먼 나라에서 여전히 멋진 녀석으로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허기가 느껴져 길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고 돌아서는데 어느 걸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는 걸인의 손에 방금 산 핫도그를 쥐어주며 당장 가진 것이 이것뿐이라고 미안하다고 했단다. 걸인과 대화를 하느라 전화가 끊긴 것이다. 말없이 전화를 끊어 미안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나는 괜찮다고 했다.
네가 어디에 살든 네 모습 그대로, 착한 성품 그대로 살고 있어 나는 기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괜찮다고만 말했다.
친구는 나에게 고국의 날씨를 물었다.
여기는 미세먼지가 가득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귀한 비가 내려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너 같은 친구가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며 말을 아낀다.
세상의 많은 비극은 누군가의 작은 측은지심으로 그나마 희망을 품어보는 것이라고, 친구가 돌아오면 꼭 그렇게 말해주리라.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갈 길은 아직 머니깐
물이라도 한잔 마실까 우리는 이미 오랜 먼 길을 걸어 온 사람들이니깐
높은 산을 오르고 거친 강을 건너고 깊은 골짜기를 넘어서
생에 끝자락이 닿을 곳으로 오늘도
같이 걸을까-이적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나에겐 호주에 사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잠깐 떠난 여행이 어쩌다보니 기약 없이 길어져 수년 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가끔 전화를 걸어 나의 안부를 묻는다. 그럴 때면 전화기 너머 친구가 있는 곳의 소음이 들려온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그리고 바람과 친구의 숨소리가 함께 전해져온다.
어느 날 밤늦게 전화가 걸려왔다.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말없이 전화가 끊겼다. 나는 연결 상태가 나빠 그러려니 했다. 한참 뒤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역시 내 친구가 먼 나라에서 여전히 멋진 녀석으로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허기가 느껴져 길에서 파는 핫도그를 사고 돌아서는데 어느 걸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는 걸인의 손에 방금 산 핫도그를 쥐어주며 당장 가진 것이 이것뿐이라고 미안하다고 했단다. 걸인과 대화를 하느라 전화가 끊긴 것이다. 말없이 전화를 끊어 미안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나는 괜찮다고 했다.
네가 어디에 살든 네 모습 그대로, 착한 성품 그대로 살고 있어 나는 기쁘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괜찮다고만 말했다.
친구는 나에게 고국의 날씨를 물었다.
여기는 미세먼지가 가득한 봄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귀한 비가 내려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너 같은 친구가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며 말을 아낀다.
세상의 많은 비극은 누군가의 작은 측은지심으로 그나마 희망을 품어보는 것이라고, 친구가 돌아오면 꼭 그렇게 말해주리라.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갈 길은 아직 머니깐
물이라도 한잔 마실까 우리는 이미 오랜 먼 길을 걸어 온 사람들이니깐
높은 산을 오르고 거친 강을 건너고 깊은 골짜기를 넘어서
생에 끝자락이 닿을 곳으로 오늘도
같이 걸을까-이적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