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이야기 그림 29] 나의 친구, 하늘이

2001년 겨울 어느 날, 한쪽 눈을 다친 새끼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이 녀석은 눈 한쪽에 고름이 가득 차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엄마젖 대신 고양이 분유를 타서 젖병에 넣어 먹였습니다. 새벽에 징징대는 녀석을 품에 안고 젖병을 물리고 잠에 겨워 꾸벅하며 졸기 일쑤였죠. 

우리의 처음을 묘사하면 떠오르는 단어라고는 ‘허둥지둥’이란 단어뿐입니다. 녀석의 눈이 깨끗하게 나아 하늘을 보라고 이름을 ‘하늘이’라고 지었습니다.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라 싫다는 불평을 할 수 없었지만 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은 섭섭함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구제역과 살처분 그리고 유기동물의 실태와 처참한 동물권에 대한 현실을 보았습니다. 한손에 쏘옥 들어올 만큼 작은 생명체를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세상의 어두운 그늘이었습니다. 인간 중심적 사고만 하던 나에게 세상은 모든 생명체의 숨결로 돌아간다는 중요한 이치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나의 고양이 친구는 지금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종양 때문에 한쪽 눈이 함몰되고 이제 통증 때문에 잠도 잘 이루지 못합니다. 이 친구의 마지막을 정할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하면서도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매일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우린 이 시간을 버티는 게 아니라 잠시 조용히 멈춰 있는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죽음을 준비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휴식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씁니다.  

침대 끝에 누워 함께 낮잠을 자다가 잠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매일매일 더 특별하게 보낼 것을, 더 소중하게 대해줄 것을……. 아쉬운 마음에 눈물이 흘렀지만 다시 생각하니 함께 잠든 이 시간도 지나면 특별한 순간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처음 왔던 그곳을 되돌아갑니다. 그래야 세상 전체가 순조롭게 돌아가니까요. 삶의 순환은 죽음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머리로 아는 죽음과 살갗에 닿는 죽음의 감촉은 사뭇 다릅니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누군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걸 안다면 하늘이랑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소원을 가슴에 담고 오늘도 우리의 일상은 조용히 흘러갑니다.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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