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그림[이야기 그림 27] 꿈 너머

 

27살 때 그림책 공부를 시작하면서 6개월 동안 워크샵에 참여했다. 하루는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이 외국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했다. 자신의 여행 경험담에 즐거워하던 사람들이 일본여행을 가자며 하나 둘씩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워크샵 참가비도 대기 어려웠던 나는 먼 산만 바라봤다.  

하고 싶을 일을 하는데 드는 기회비용에 대해 생각하며 때론 내 처지를 비웃으며 그렇게 그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15년 가까이 돈돈 거리며 살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꿈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비루한 사치를 부리며 살면서 달라진 게 있다.  

이제는 꿈에 대해 쉽게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꿈을 품으라고도 접으라고도 말하지 못하겠다. 마음껏 꿈을 품을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건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일이고 그런 행복은 아무나 누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숨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성공은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판타지라고 치부했다.  

경제적 사정으로 꿈을 접는다는 사람을 만났다. 난 그냥 말없이 그와 함께 걸었다. 걸으면서 그가 울면 나도 울고 그가 걸음을 멈추면 나도 멈췄다. “이제 마법에서 깨어날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고작 해줄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었다. 

막막한 시간을 견디고 나면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이 고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도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말이나 마음 대신 그의 손을 잡고 눈물 고인 눈을 바라보았다. 만약 내 눈이 사진기라면 이 순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같은 꿈을 꾸는 동안 즐거웠다고 그리고 덕분에 꿈꾸는 사람의 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제야 알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꿈을 꾸는 동안 내 눈도 어떤 빛을 가지고 있었을까? 

 

글 · 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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