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140] 25 그리고 54

‘시간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답이 사람과 자연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된다. 시간은 물리적으로 하나의 비가역적인 직선적 흐름인가? 그렇게 보는 시각은 물리학적 진실에 터한다. 그 시간 속에서 비슷한 일은 있어도 반복은 없다. 시간은 이어진 원인가? 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새로운 것 하나 없는 있었던 일들의 되풀이일 뿐이다. 시간은 나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가? 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전에 발생한 모형을 가졌으되 그와는 다른 새로운 일이다. 우리가 역사라고 말할 때의 시간은 방향성을 가진 나선의 시간이다. 

1993년 4월 2일. 전국 8개 지역 공해추방운동단체들이 환경운동연합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쳤다. 환경운동연합은 창립 전후 당대의 사회단체들이 걸어간 길과 다른 경로를 택했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있었다. 1987년 이후 시민사회는 미래와 사회에 대해 조금씩 다른 비전을 가진 그룹들로 성장하면서 정치로부터 사회운동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적 영역에 걸쳐 분화하기도 하고 분열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은 8개 지역 공해추방운동단체들이 하나가 됨으로써 통합의 역사를 열었다. 이는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으로 일컬어지는 공해추방운동연합이 반공해운동을 펴던 청년, 여성, 민주화운동가 3개 그룹이 하나로 모였던 전통과 역사적 모형을 재현한 일이었다. 

1993년으로부터 스물다섯 해가 지난 2018년의 오늘, 환경운동연합이라는 하나의 이름을 공유하는 소속단체들은 54개로 늘었다. 생태민주주의의 확대와 심화라는 활동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온 환경운동연합의 스물다섯 번째 새해는 사람의 일생으로 치자면 소년기가 끝나고 청년기가 본격화되는 때이다. 순환하는 절기로 한 해를 보는 우리 생활문화사의 사유에 기대 보자면 봄을 완성하고 여름을 시작하려는 때다. 그러한 시간 해석들 모두 ‘이제 환경운동연합이 더 굳세고 활발하게 활동할 때’임을 알려준다. 신생의 시간은 늘 새롭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이전의 전통과 모형을 가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그것은 ‘차이의 강조’가 아닌 ‘공감과 이해의 강조’였고 그것이 통합의 역사로 이어져왔다.

청년 환경운동연합의 새로운 25년이, ‘여덟이 쉰넷으로’ 그리고 ‘더 큰 하나로 이어진 지난 25년의 역사’를 새롭게 일구는 수고로 빛날 것이라 믿는다. 사람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우리들의 손과 발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서로 돌보며 함께 ‘생태민주주의의 길’을 가자. 이것이 올해 환경운동연합의 큰 문에 내걸린 입춘축(立春祝)일 것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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