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지원이와 정원이, 숲 가꾸는 소녀들

노을공원시민모임 강덕희 국장과 지원, 정원이 ⓒ함께사는길 이성수

 

2011년부터 쓰레기산 난지도를 산림 복원하는 활동을 펴온 노을공원시민모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이지원(19세) 이정원(17세) 자매는 3년째 자원봉사중이다. 가파른 공원 사면에 나무를 심는 일이 쉽지 않고 작업조건도 좋지 않아 지속적으로 봉사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자매는 꾸준히 자원봉사를 온다. “봉사가 아니라 힐링하러 오는 건데요!” 기특하다고 칭찬하니 돌아오는 말이 더 곱다. 

자매에겐 특별한 어린 시절이 있다. 서울의 마지막 개발지역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파트 앞에는 드넓은 논습지가 있었다. 논길을 뛰어다니며 곤충들을 채집하고 밤에는 맹꽁이와 개구리가 울어대는 소리를 자장가로 듣고 자랐다. 그곳이 아파트로 개발되면서 자연과 함께 충만했던 유년의 기억도 지워졌다. 자매는 그 기억이 노을공원시민모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자매들은 요즘 노을공원에 오면 그림을 자주 그린다. 예전에는 땀 흘려 나무 심고 가꾸는 봉사만 했는데 이젠 노을공원 곳곳의 알림판에 그림과 캘리그래핑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정원이는 이곳에서 그림 작업을 하면서 자기 진로를 결정했다. 공부하다 지칠 때 와서 땀 흘리다보면 마음이 풀린다고 한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은 황촉규를 길러 그 뿌리를 판매하는 작은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황촉규는 한지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한약의 재료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팔아 자원봉사를 오는 젊은이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매는 2년째 황촉규장학금을 받았다. 봉사하는 내내 힐링하는 느낌인데 황촉규장학금까지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단다.

 

지원이와 정원이의 솜씨로 그린 홍보판 ⓒ함께사는길 이성수

 

처음 이곳을 찾아 왔을 때 ‘조금만 땅을 파도 쓰레기 더미가 나오는 이런 척박한 곳에 어떻게 나무가 자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고 한다. 말라죽는 묘목들도 많았지만 끝내 뿌리를 내리고 커가는 나무들을 보며 자매는 삶의 용기를 배웠다고 한다. “평소에 공부를 비롯해 걱정거리가 많은데, 여기 오면 잡념이 사라지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식물들도 관찰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정원이와 지원이에게 노을공원시민모임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좋은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동아리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것이 좋아요.”

미세먼지가 심각한 도시에서 살면서 아무렇지 않게 나홀로 차량을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자면 이 착하고 어여쁜 소녀들이 시간만 나면 산비탈을 타면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모습이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만큼이나마 유지되는 건 이런 어리석고 착하고 어진 사람들 덕분이다. 숲 가꾸는 소녀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글·사진 |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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