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언젠가 이 꽃나무가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 같아.”
남편은 나무에 물을 주다가도, 화분의 분갈이를 하다가도, 나무를 옮겨 심다가도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리고 꼭 덧붙인다. 비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로 나무에게서 육성이 흘러나올 것 같다고. 남편은 섬세하게 나무를 다루는 편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의 정성을 쏟는다. “배롱나무는 말이지 꽃을 어떻게 피우냐 하면…” 혹은 “화살나무가 말이야, 가을에 어떤 단풍으로 물들이냐 하면…” 이렇게 시작하는 종류의 이야기들을 아주 오랫동안 들어왔는데, 개별 꽃나무에 대해서 무심한 편에 속하는 나는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말을 해주어야 겨우 기억을 하거나 간신히 공감을 하거나 한다. 정리를 하자면, 나는 나무를 가꾸는 일에 미개한 부류의 인간이며, 남편의 경우는 자기의 마당을 가꾸는 수준은 되는 사람이다. 아직 그의 나무는 그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평화의 산책-생명은 하나입니다』를 ‘나무를 심는 다음 단계’의 책으로 삼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은 나무의 공공성은 어떻게 확보되는지 혹은 도심의 폐허는 어떻게 숲으로 재생되는지, 그것을 노을공원시민모임은 어떻게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진지한 보고서다.
“노을공원시민모임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 중 하나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원자력발전소의 다양한 재난대비책부터 방재림까지 불의의 재해로부터 사람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나름의 조치가 인간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뉴스가 연일 흘러나오던 때였다. (중략)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수천 년을 이어갈 수 있는 생명의 숲을 만들자는 ‘수호신의 숲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숲을 만들기 위해 재난으로 폐허가 된 잔재 위에 둔덕을 만들고 씨앗부터 키운 어린 나무로 숲을 만든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이 선택한 곳은 도심의 폐허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이를 테면 난지도 같은 곳. 1993년까지 서울의 연탄재, 옷, 이불, 과자와 라면 봉지, 고무 타이어, 철근, 콘크리트 같은 것들은 난지도에 뭉텅뭉텅 쌓여왔다. 이런 땅에 나무를 심는 모습을 가만히 상상들 해보시라. 당신이 떠올린 그것들이 맞다. 심는 족족 죽는다. 이것들을 심겠다고 나선 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한 그루라도 살리려고 애쓰고, 나무들은 그저 죽어버리는, 죽을힘과 죽음의 싸움. 이 생과 사의 싸움이 한창인 와중에 탄생한 프로젝트가 바로 바로 ‘100개숲만들기’였고, 이것은 2015년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지속가능한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로 인증을 받았다. 7년간 지속된 100개의 숲에 관한 어떤 꿈은, 천천히, 천천히 현재 진행형의 어떤 일인데, 다시 한 번 더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오랫동안 난지도라고 불렸던 어떤 곳이 노을공원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폐허가 어떤 숲이 되었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에 이르렀을 때 나무 한 그루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생명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인간 존재에게도 개입한다.
“우리에게 100개숲만들기는 100개의 숲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자연성의 회복, 숲의 완성이라는 결과는 지금 이 순간 내딛는 한 걸음이 모여 충분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받게 될 선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뿐인지도 모른다. 지금 내딛는 한 걸음을 어떤 마음으로 내디딜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 그것은 자신의 존재 상태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폐허 속에서 숲을 틔울 수 있다는 믿음이 실체 없는 위안에서 그치지 않았고, 유형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왔다. 그러니까 나무에 관한 여럿의 꿈이 지속성을 가진다면 그것은 실화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의 소리처럼 나무가 어쩌면 진짜로 육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헉!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나는 언젠가 이 꽃나무가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 같아.”
남편은 나무에 물을 주다가도, 화분의 분갈이를 하다가도, 나무를 옮겨 심다가도 그렇게 말하곤 한다. 그리고 꼭 덧붙인다. 비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로 나무에게서 육성이 흘러나올 것 같다고. 남편은 섬세하게 나무를 다루는 편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의 정성을 쏟는다. “배롱나무는 말이지 꽃을 어떻게 피우냐 하면…” 혹은 “화살나무가 말이야, 가을에 어떤 단풍으로 물들이냐 하면…” 이렇게 시작하는 종류의 이야기들을 아주 오랫동안 들어왔는데, 개별 꽃나무에 대해서 무심한 편에 속하는 나는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말을 해주어야 겨우 기억을 하거나 간신히 공감을 하거나 한다. 정리를 하자면, 나는 나무를 가꾸는 일에 미개한 부류의 인간이며, 남편의 경우는 자기의 마당을 가꾸는 수준은 되는 사람이다. 아직 그의 나무는 그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평화의 산책-생명은 하나입니다』를 ‘나무를 심는 다음 단계’의 책으로 삼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은 나무의 공공성은 어떻게 확보되는지 혹은 도심의 폐허는 어떻게 숲으로 재생되는지, 그것을 노을공원시민모임은 어떻게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진지한 보고서다.
“노을공원시민모임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 중 하나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원자력발전소의 다양한 재난대비책부터 방재림까지 불의의 재해로부터 사람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나름의 조치가 인간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뉴스가 연일 흘러나오던 때였다. (중략)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수천 년을 이어갈 수 있는 생명의 숲을 만들자는 ‘수호신의 숲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숲을 만들기 위해 재난으로 폐허가 된 잔재 위에 둔덕을 만들고 씨앗부터 키운 어린 나무로 숲을 만든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이 선택한 곳은 도심의 폐허 쓰레기 매립장이었다. 이를 테면 난지도 같은 곳. 1993년까지 서울의 연탄재, 옷, 이불, 과자와 라면 봉지, 고무 타이어, 철근, 콘크리트 같은 것들은 난지도에 뭉텅뭉텅 쌓여왔다. 이런 땅에 나무를 심는 모습을 가만히 상상들 해보시라. 당신이 떠올린 그것들이 맞다. 심는 족족 죽는다. 이것들을 심겠다고 나선 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한 그루라도 살리려고 애쓰고, 나무들은 그저 죽어버리는, 죽을힘과 죽음의 싸움. 이 생과 사의 싸움이 한창인 와중에 탄생한 프로젝트가 바로 바로 ‘100개숲만들기’였고, 이것은 2015년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지속가능한발전교육 공식프로젝트로 인증을 받았다. 7년간 지속된 100개의 숲에 관한 어떤 꿈은, 천천히, 천천히 현재 진행형의 어떤 일인데, 다시 한 번 더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오랫동안 난지도라고 불렸던 어떤 곳이 노을공원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폐허가 어떤 숲이 되었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에 이르렀을 때 나무 한 그루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생명 활동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인간 존재에게도 개입한다.
“우리에게 100개숲만들기는 100개의 숲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자연성의 회복, 숲의 완성이라는 결과는 지금 이 순간 내딛는 한 걸음이 모여 충분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받게 될 선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뿐인지도 모른다. 지금 내딛는 한 걸음을 어떤 마음으로 내디딜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 그것은 자신의 존재 상태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폐허 속에서 숲을 틔울 수 있다는 믿음이 실체 없는 위안에서 그치지 않았고, 유형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왔다. 그러니까 나무에 관한 여럿의 꿈이 지속성을 가진다면 그것은 실화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의 소리처럼 나무가 어쩌면 진짜로 육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헉!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