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지음, 더휴먼, 3300원
2월은 언제나 혼란하다. 마음은 봄에 있고 몸은 겨울에 살기 때문이다. 마음은 간절한 시선으로 시작을 바라보고 있는데 몸은 끝자락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7년의 2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혼란한 시절을 관통하고 있다. 촛불로 지낸 겨울이었고, 그 광장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에 대한 두려움 없는 분노로 만들어낸 광장의 역사는 아마 가장 진한 글씨로 새겨질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괴이한 싸움도 있다. 이를 테면, 촛불과 싸우는 태극기가 그것이다. 뜨거워졌던 심장은 곧장 서늘해지고 쿵 내려앉기도 한다. 우리의 분노를 정확하게 드러낸 질문은 “이게 나라냐?”였다. 한편 그 대척점에서는 “이게 백성이냐?”하고 묻는 것만 같다.
이 질문이 처절하거나 서글픈 이유는 정서 때문이다.
가난에 찌든 이 나라가 이 만큼 먹고 살만하게 된 게 누구의 덕이냐! 흉하게 부모를 잃고도 국가와 결혼한 저 이가 얼마나 불쌍한가!
이런 정서에 ‘국가’에 대한 사회과학적 정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것은 군주의 영토에 기거하는 신민들로서는 감히 말할 수 없는 무엇이다. 식민 지배와 전쟁, 이념의 대립과 살육, 군인들의 독재, 권력자의 비열한 통치 기술 속에서 본능적으로 형성된 공포와 적의 같은 것들이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었으며 그것이 만들어놓은 구석구석의 정서적 비극들은 광장에서 거칠게 포효한다. 그 포효 속에 ‘국가 이전의 국가’를 살고 있는 어떤 절절한 진심이 있어 서글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돌림노래처럼 무한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굳건하게 성문화되어 있으나 일상화되었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 국가라는 것은 무엇이냐!”라며 묻고 또 묻고, 답하고 또 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헌법의 전문을 담고 있는 『대한민국헌법』은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뼘의 책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선언적이다. 책꽂이에 꽂아두지 말라는 것, 주머니에 넣고 다니라는 것, 아무데서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라는 것. 손바닥 위에서 다시금 확인하는 헌법의 정신은 단순명료하게 기록되어 있고, 그 단순함과 명료함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어느 하나도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었으나, 이제 와서는 모든 구절들이 절절해지게 된다. 꼭 움켜쥐고 놓지 말아야 할 그것이 바로 그 한 뼘의 헌법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그 하나의 문장에 드러나지 않은 진짜 주어를 찾는 그 계절을 나고 있는 중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대한민국 지음, 더휴먼, 3300원
2월은 언제나 혼란하다. 마음은 봄에 있고 몸은 겨울에 살기 때문이다. 마음은 간절한 시선으로 시작을 바라보고 있는데 몸은 끝자락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7년의 2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혼란한 시절을 관통하고 있다. 촛불로 지낸 겨울이었고, 그 광장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에 대한 두려움 없는 분노로 만들어낸 광장의 역사는 아마 가장 진한 글씨로 새겨질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괴이한 싸움도 있다. 이를 테면, 촛불과 싸우는 태극기가 그것이다. 뜨거워졌던 심장은 곧장 서늘해지고 쿵 내려앉기도 한다. 우리의 분노를 정확하게 드러낸 질문은 “이게 나라냐?”였다. 한편 그 대척점에서는 “이게 백성이냐?”하고 묻는 것만 같다.
이 질문이 처절하거나 서글픈 이유는 정서 때문이다.
가난에 찌든 이 나라가 이 만큼 먹고 살만하게 된 게 누구의 덕이냐! 흉하게 부모를 잃고도 국가와 결혼한 저 이가 얼마나 불쌍한가!
이런 정서에 ‘국가’에 대한 사회과학적 정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것은 군주의 영토에 기거하는 신민들로서는 감히 말할 수 없는 무엇이다. 식민 지배와 전쟁, 이념의 대립과 살육, 군인들의 독재, 권력자의 비열한 통치 기술 속에서 본능적으로 형성된 공포와 적의 같은 것들이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었으며 그것이 만들어놓은 구석구석의 정서적 비극들은 광장에서 거칠게 포효한다. 그 포효 속에 ‘국가 이전의 국가’를 살고 있는 어떤 절절한 진심이 있어 서글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돌림노래처럼 무한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굳건하게 성문화되어 있으나 일상화되었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 국가라는 것은 무엇이냐!”라며 묻고 또 묻고, 답하고 또 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헌법의 전문을 담고 있는 『대한민국헌법』은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뼘의 책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선언적이다. 책꽂이에 꽂아두지 말라는 것, 주머니에 넣고 다니라는 것, 아무데서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라는 것. 손바닥 위에서 다시금 확인하는 헌법의 정신은 단순명료하게 기록되어 있고, 그 단순함과 명료함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어느 하나도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었으나, 이제 와서는 모든 구절들이 절절해지게 된다. 꼭 움켜쥐고 놓지 말아야 할 그것이 바로 그 한 뼘의 헌법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헌법 전문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그 하나의 문장에 드러나지 않은 진짜 주어를 찾는 그 계절을 나고 있는 중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