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화학물질이 개발됐다. 기존 용도를 변경하거나 확대하려는 화학물질이 있다. ‘이런 물질들의 안전성은 어떻게 추정돼야 하는가?’ 엄격한 안전성 검사를 받고 상품화돼야 한다! 상식이다. 이 상식이 처절하게 배신당한 일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다. 지난 4월 4일 가습기살균제 사망자는 239명이었다. 숫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법들은 있었다.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약사법이 그것이다. 품공법은 안전인증 또는 자율안전확인 대상으로 분류돼야 안전성을 검증한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은 감춰졌거나 제조기업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상품화됐다. 가습기살균제의 주요 성분물질인 PHMG, PGH, CMIT/MIT은 품공법이 자체관리하는 6대 화학물질도 아니었고, 유해화학물질관리법도 관리대상물질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만일 관리대상물질로 지정돼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사용 중인 4만3000종의 화학물질 중 신규 화학물질 6400종만 유해성 평가대상일 뿐 나머지 기존 화학물질들은 연간 20여 종만 안전성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법의 허점이 피해를 키웠다.
잇따른 불산사고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영향으로 2013년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 만들어졌다. 두 법은 시작부터 산업계의 반발과 이에 내응한 박근혜정부의 규제완화정책으로 인해 절름발이로 출발했다. 우선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과 안전성 검사 대신 기업이 자체신고한 화학물질 중 정부가 선별한 물질만 독성정보를 민간에 제공하도록 후퇴했다. 고분자화합물인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은 약사법 관리대상물질이 됐다. 그러나 다른 고분자화합물들은 등록대상에서 배제됐다. 특정 화학물질을 사용한 완제품의 제조자, 수입자들도 완제품에 사용된 화학물질을 등록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단지 해당 화학물질 자체의 제조자, 수입자만 등록하면 됐다. 사용과정에서 화학물질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완구나 문구 등의 고체 형태 상품은 제조시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했어도 신고대상조차 아니다.
이런 일들을 ‘산업계 피해가 우려되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건 핑계다. 유럽은 모든 화학물질과 그 물질이 사용된 완제품까지 검사하고 정보를 민간에 개방하는 엄격한 화학물질관리법 리치(REACH)를 가지고 있지만, 유럽 화학산업은 세계 시장의 리더다. 규제는 산업 피해를 부르기는커녕 소비자 안전을 키우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아직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제2의 바이오사이드 발생을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시민행동에 나서야 우리 사회는 화학안전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신규 화학물질이 개발됐다. 기존 용도를 변경하거나 확대하려는 화학물질이 있다. ‘이런 물질들의 안전성은 어떻게 추정돼야 하는가?’ 엄격한 안전성 검사를 받고 상품화돼야 한다! 상식이다. 이 상식이 처절하게 배신당한 일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다. 지난 4월 4일 가습기살균제 사망자는 239명이었다. 숫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법들은 있었다.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약사법이 그것이다. 품공법은 안전인증 또는 자율안전확인 대상으로 분류돼야 안전성을 검증한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을 확인한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은 감춰졌거나 제조기업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상품화됐다. 가습기살균제의 주요 성분물질인 PHMG, PGH, CMIT/MIT은 품공법이 자체관리하는 6대 화학물질도 아니었고, 유해화학물질관리법도 관리대상물질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만일 관리대상물질로 지정돼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사용 중인 4만3000종의 화학물질 중 신규 화학물질 6400종만 유해성 평가대상일 뿐 나머지 기존 화학물질들은 연간 20여 종만 안전성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법의 허점이 피해를 키웠다.
잇따른 불산사고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영향으로 2013년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 만들어졌다. 두 법은 시작부터 산업계의 반발과 이에 내응한 박근혜정부의 규제완화정책으로 인해 절름발이로 출발했다. 우선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과 안전성 검사 대신 기업이 자체신고한 화학물질 중 정부가 선별한 물질만 독성정보를 민간에 제공하도록 후퇴했다. 고분자화합물인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은 약사법 관리대상물질이 됐다. 그러나 다른 고분자화합물들은 등록대상에서 배제됐다. 특정 화학물질을 사용한 완제품의 제조자, 수입자들도 완제품에 사용된 화학물질을 등록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단지 해당 화학물질 자체의 제조자, 수입자만 등록하면 됐다. 사용과정에서 화학물질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완구나 문구 등의 고체 형태 상품은 제조시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했어도 신고대상조차 아니다.
이런 일들을 ‘산업계 피해가 우려되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건 핑계다. 유럽은 모든 화학물질과 그 물질이 사용된 완제품까지 검사하고 정보를 민간에 개방하는 엄격한 화학물질관리법 리치(REACH)를 가지고 있지만, 유럽 화학산업은 세계 시장의 리더다. 규제는 산업 피해를 부르기는커녕 소비자 안전을 키우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아직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제2의 바이오사이드 발생을 막기 위해 더욱 강력한 시민행동에 나서야 우리 사회는 화학안전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