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환경우리 영화 보러 갈래요?

마이클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 스틸

 

5월6일부터 5월12일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가 개최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경’이라는 특정한 테마를 가진 환경영화제가 13회째를 맞이했다는 것은 환경영화제의 만만치 않은 저력과 무게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년 동안 환경 관련 담론을 꾸준히 생산, 소개하면서 ‘환경’ 문제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설정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서울환경영화제는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명실공히 아시아 최대의 환경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한다. 그동안 ‘환경문제’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기오염, 수질오염, 자원고갈 등 산업화 시대의 폭력적 개발방식이 지구와 지구의 생명들에 미쳐온 부정적 영향력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가 촉각을 세워 감시하고 개선해 나가야할 의제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아야 하는 이 시점에,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요인들은 더욱 중층적이고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더 정밀한 접근을 요구한다. 기후변화 문제가 담고 있는 복잡다단한 갈등요인,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아젠다가 포괄하는 대안적 담론 및 실천 등은 향후의 환경운동이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고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산업화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다른 생물 종이 지구의 동등한 주인으로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그리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삶의 환경,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비전이 되어야 한다.

 

개막작은 마이클 무어의 『다음 침공은 어디?』 

올해 개막작을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 where to invade next』로 선정한 것 역시 그런 이유이다. 미국의 진보적 액티비스트인 마이클 무어 감독의 경력과 이 영화의 제목만 보면 이 영화가 미국의 군사적 팽창정책을 비판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미끼에 불과하다. 감독은 자신이 1인 군대가 되어 해외 여러 나라를 침공해 미국에 꼭 필요한 것들을 가져오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그가 유럽의 여러 나라와 튀니지를 ‘침공’해서 가져오기로 결정한 것은 기름이나 무기, 자원이 아니라, 이태리의 유급휴가제도, 프랑스의 학교급식, 핀란드의 교육시스템, 노르웨이의 감옥시스템, 독일의 역사에 대한 책임감 및 아이슬란드의 성 평등과 같은 보편선(普遍善)을 지향하는 제도들이다. 미국보다 결코 부유하지 않은 나라들에서 실행하고 있는 이 제도들의 효과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살펴본 마이클 무어는 그것을 미국에 가져가겠다고 공언한다. 마이클 무어가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미국에 필요하다고 확신한 것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철학과 복지제도들이다. 그것은 돈의 문제 이전에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철학의 문제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서울환경영화제가 고민해온 제반 이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영화로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1350여 편 공모작들 중 엄선한 영화 19편 

김기덕 감독의 '스톱'

 

크리스 헤지더스 감독과 페니베이커 감독의 '철장을 열고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의 중요한 특징으로 각 섹션에 대한 과감한 정비를 들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우수한 환경영화를 발굴하고 창작자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된 ‘국제환경영화경선’과 ‘한국환경영화의 흐름’은 올해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그 외에는 향후 환경영화제가 담아내야할 가치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틀로서 섹션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신설된 섹션은 ‘지속가능한 삶’ ‘공존의 삶’ ‘문명의 저편’ ‘포커스’ ‘에코그라운드’ 등이다.  

올해 국제경쟁 부문에는 1350여 편이라는 사상 최대의 공모작들 가운데 엄선한 9편의 장편과 10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출품작들 가운데는 첫째,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핵 신화를 해체하고 탈핵사회를 모색하는 영화, 둘째, 기후변화 및 무분별한 개발이 불러온 물 부족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 20세기형 산업화 모델-화석시대의 개발방식에 종언을 고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모색하는 영화들이 두드러졌다. 거대 기업화된 농업의 폐해를 경고하면서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개개인의 작은 노력들을 담은 영화들 역시 많았으며 이런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붕괴된 공동체의 복원, 지역 단위 소규모 농업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화들이 많았다. 생존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고향을 탈출한 난민들의 문제 역시 올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경향이었다.  

올해 경쟁부문에서는 환경이슈에 대한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시각과 함께 주제를 구현하는 적합한 미적 형식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영화들을 선정하려 노력했다. 현대 환경운동의 문을 연 그린피스의 4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 환경운동의 방향을 가늠하는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의 마약 카르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일어난 『카르텔 랜드』, 거대한 규모로 전개되는 중국 광산개발과 도시 개발 문제를 시적이고 강렬한 메타포를 통해 보여주는 『베헤모스』, 다국적 기업들의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된 토지문제에 관한한 가장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움켜쥔 땅』, 송버드의 감소와 이를 막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을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잡아낸 『메신저』 등이 그것이다. 그 외 『개미힐』 『소년, 달리다』 『트랜스휴먼스』 등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뛰어난 영화들이 가득 포진하고 있다.

 

영화로 보는 이 시대 환경문제와 공존의 삶 

‘한국환경영화의 흐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김기덕 감독, 김태용 감독, 민병훈 감독, 황철민 감독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 및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영화계의 튼튼한 허리 노릇을 해온 중견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환경 문제가 소수 활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든 보편적인 이슈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김기덕 감독의 『스톱』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모티프로 김기덕 감독 특유의 전복적 상상력을 극한적으로 밀고나간 영화이다. 우리사회 핵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기득권 집단의 의식, 무의식적 카르텔을 다룬 김환태 감독의 『핵마피아』 역시 ‘탈핵’ 문제가 이 시대에 얼마나 절실한 문제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김정인 감독의 『내사랑 한옥마을』과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문화상품 및 관광상품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지역 개발이 오직 자본의 이익만 대변하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추방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올해 신설된 ‘지속가능한 삶’ 섹션에서는 건강한 먹거리, 웰빙-웰다잉, 슬로우 라이프, 대안적 건축 등 다양한 테마의 영화를 소개한다. 자본의 이익에만 기여하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지역공동체 및 NGO가 공동으로 땅을 구입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하는 프랑스의 사례를 다룬 『땅을 사라』는 자본주의를 통한 땅의 공영화 가능성을 탐구하는 영화이다. 냉전의 산물로 전 세계 땅 속에 매장된 1억 갤런의 방사능 폐기물 문제를 점검하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현명한 행동을 모색하는 『핵의 봉인』, 인공위성, 드론 잔해 등 대기 속에 숨어있는 치명적인 오염물질의 문제를 제기하는 『얼룩진 하늘-보이지 않는 위협』,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천혜의 자연 ‘점보 밸리’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의 갈등 및 해법을 보여주는 『점보 와일드』, 볼리비아의 광활한 소금사막 ‘살라르 데 우유니’에까지 도달한 개발 바람이 이 곳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영화 『살레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의 베스트셀러에 기초해 클라인이 출연하고 그녀의 남편 에비 루이스가 연출한 기후변화 역작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등 뛰어난 작품성으로 설득력 있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영화들이 소개된다. 대도시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힐링을 선사하는 『환상의 섬』 『데어 투 비 와일드』 역시 놓치면 후회할 작품들이다. 

‘공존의 삶’은 기존의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을 확장한 섹션이다. 동물의 권리 보호를 넘어 인간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및 공존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들까지 확대해서 소개한다. 『텅 빈 하늘』 『인사이드 퍼』 등 인간의 탐욕에 의해 학대받는 동물의 권리를 제기하는 영화들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난민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나는 더블린입니다』, 정부당국의 협박과 감시에도 중국사회의 심각한 아동 성 학대 문제를 용감하게 고발한 『훌리건 스패로우』 등이 소개된다.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영화는 D.A. 페니베이커 감독의 『철장을 열고』이다. 침팬지 등 영장류에게 ‘동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 변호사가 1, 2심 재판의 패소 끝에 3심에서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기존의 동물권을 둘러싼 운동이 한 차원 도약하는 놀라운 순간을 보여준다. 

 

축제 즐기러 오시길 

그 외 ‘포커스’ 섹션에서는 전 세계 영화제를 통해 화제가 된 중요한 환경영화들이지만 우리의 시선으로 비판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에 작동하는 서구 중심적 환경담론에 대해 비판적인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더 코브』의 루이 시호요소 감독의 최신 블록버스터 환경영화 『레이싱 익스팅션』, 세계적인 항공촬영의 대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의 대작 『휴먼』, 가짜 미디어를 이용해 전 세계 기업범죄를 폭로해온 예스맨들의 기후변화 프로젝트 『예스맨 프로젝트2』 등의 화제작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운동의 장기적 전망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닦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더욱 다양해진 환경 의제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 오셔서 정성껏 준비한 축제를 즐겁게 즐겨주시기 바란다.

 

글 | 맹수진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제공 | 서울환경영화제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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