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08] 하버드 의학박사가 농장으로 달려간 이유

 
파머콜로지. 지속 가능한 농업의 약리작용을 뜻하는 이 말을 『땅이 의사에게 가르쳐준 것』에서 처음 보았다. 이 책의 원제가 바로 그것이다. ‘하버드 의학박사가 농장에서 찾은 치유 비결’이라는 부제를 포함해서, 어쩌면 이 책은 어느 정도의 오해를 통해 구매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건강을 위한 몇 가지 비법’ 류의 책과 나란히 놓여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구매되어도, 결국 ‘파머콜로지’로 읽히면 성공이다. 
 
“…그것은 측정되고 교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혈당이나 혈압, 호르몬 수치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별 문제들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며, 그것만으로 최적의 건강을 이루긴 어렵다. 다른 중요한 요소는 감정과 정서다. 그리고 통증을 느끼는가, 에너지 레벨과 수면의 질은 어떠한가,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가, 인간관계는 어떠한가, 운동은 얼마나 자주 하는가, 어떤 곳에 사는가, 어떤 공기를 마시는가도 중요한 요소다.” 의사로서의 저자는 이 퍼즐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의학적 전환을 고민하게 되는데, 그건 아주 근본적인 자세로 ‘생의학에 뿌리를 둔 새로운 세계관’의 모색으로 이어지고 농업 혹은 흙에서 그 대답을 찾아냈다는 것은 매우 필연적인 무엇이다. 왜냐?! 복잡하고 전체적인 것들의 조화로운 통합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물망 사고’의 총제가 바로 ‘농사’니까. 의학이 단지 살을 파고드는 발톱의 통증을 해결해주는 게 아니듯, 농사 또한 몇 월에 약을 뿌리면 좋은 과실을 얻게 되는 프로세스가 아니다. (물론 나는 농사짓는 흉내조차 내 본 적이 없는데, 이른바 그 ‘그물망 사고’가 일상이고 곧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모두 여섯 종류의 농사 현장을 찾아 나섰고, 농장, 목장, 양계장, 와이너리, 도시텃밭 등에서 현대의 의학이 농업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지금 당장 당신이 건강해지기 위한 몇 가지 비법 같은 걸 찾아내기 전에, 다음의 장면을 여러 번 곱씹기를 권한다.  
 
“소들이 풀을 한 번 뜯을 때마다 잘게 부서진 풀 조각, 침, 박테리아, 그 외 유기체들이 풀밭에서 소의 위로 여행을 한다. 여기서 크게 휘어지고 수십억의 장내 미생물에 의해 더 잘게 부서진다. (…) 미생물은 필수 비타민, 항산화물질, 전분, 단백질을 그 소에 가장 적당한 형태로 합성하거나 뭉뚱그린다. (…) 그 대가로 미생물들은 소화된 식물 물질에서, 또 소의 장 세포에서 나온 탄수화물로부터 양분을 얻는다. 요약하면, 소의 뱃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생물-숙주의 공생 관계의 멋진 예다. 초지 풀은 소의 뱃속에서 휘저어지고 흡수된 뒤에 두 가지 형태로 땅에 떨어진다. 첫째, 소의 오줌이다. 항산화물질과 항균물질이 가득해서 생명역동농법 연구자들이 그것의 약리적 가능성을 활발히 탐구하고 있다. 둘째는 소똥이다. 소똥에는 미네랄이 풍부해 토양 미생물과 벌레, 작은 포유류 동물은 소똥을 소비하고 분해해서 기름진 표토 또는 부식토를 만든다.”
 
자, 그렇다면 당신이 건강해지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에 대한 요점 정리. 정크 푸드를 줄이고, 가급적 유기농 식품을 사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는 조리법을 동원해서 요리를 하고, 항암과 치매 완화에 도움이 되는 와인을 조금씩 마시고…. 등등에 빨간색으로 가위표를 그려야 한다. 세계관의 전환, 그물망 사고, 복잡한 것들의 통합 같은 것들이 힌트다. 저자는 우선 자기의 외부적 관계-인간적, 사회적, 환경적, 정신적, 감각적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그 다음은 내부적 관계-수면과 기분과 기억과 소화와 섹스 같은 것들-를 생각하기 등을 제안한다. 즉 자기의 건강지도를 스스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다음에 각론 혹은 치료법이 나온다. 파머스 마켓과 농장에서 농산물을 구입하거나 직접 요리를 하거나 농장 네트워크의 성장을 돕거나 하는 방식들 말이다. 산업으로서의 의료가 아니라 치유로서의 의료, 그러니까 지속가능성을 질문하는 영역들은 언제나 이렇게 자기로부터의 혁명과 세계의 혁명을 조용하게 선동한다. ‘흙적’이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 인체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야 한다면 그건 가능한 한 자연의 패턴을 따른 방식이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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