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113그램짜리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다. 이름 하여, ‘B95’ 혹은 ‘문버드’.
그의 나이 세 살쯤으로 추정되는 1995년에 오렌지색 밴드를 달아 무려 20년 이상 남극과 북극을 오간 거리가 20년 동안 총 52만3000킬로미터, 곧 달에 다녀오는 거리만큼이나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월 남아메리카의 끝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에서 캐나다 북극권으로 날아가 번식한 뒤 다시 남쪽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매해 반복하는 문버드는 일단 비행을 시작하고 나면,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책이 출간되고 번역본이 나오기까지도 더 생존하여-더 비행하여 그는 이제 지구와 달을 왕복한 거리만큼 난 셈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80퍼센트 이상의 개체수가 감소했다. 그는 멸종위기의 붉은가슴도요새 루파다. 우리가 아는 최고령의 붉은가슴도요새이다.
113그램의 생명체의 날갯짓에 대한 무한한 감동과 전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가 바로 멸종의 시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와 형태의 기능』이라는 책에서 윌리엄 비비는, 살아 있던 어떤 종의 마지막 개체가 더 이상 숨 쉬지 않으면 천지가 개벽할 만큼 시간이 흘러야만 다시 그런 생명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 멸종을 맞이한 어떤 것은 우리의 생애에는 다시금 부활하지 못한다. 지구상 가장 최근의 대량 멸종은 6500만 년 전의 일.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멸종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종이, 즉 호모 사피엔스가, 우리 인간이, 지구의 거의 모든 자원을 소비하고 변형시킴으로써 무수히 많은 생명체 형태를 쓸어버리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전 지구적 재앙이다. 새들의 정거장에 들어서는 건물들, 건물 사이를 누비는 자동차들, 틈새를 채우는 쓰레기들, 쓰레기가 분출하는 독성물질들, 그 어느 것 하나 새들에게 재앙 아닌 것이 없으며, 그 모든 것들은 인간들의 일상을 구성한다.
2011년 11월 무렵, 리오그란데 해변에서 붉은가슴도요나 흑꼬리도요, 물떼새, 깝짝도요 등과 같은 섭금류를 기다리던 연구자들(루이스 베네가스와 타바레 바레토)은 밴드를 부착한 문버드를 발견했고, 그때의 상황은 이렇게 묘사돼 있다.
“그곳에서 B95는 파도가 밀려들면 민첩하게 날아 자리를 옮기면서 레스팅가의 조개를 맹렬히 뽑아먹고 있었다. 상태는 좋아보였다. 베네가스는 B95가 17년의 세월과 수십만 킬로미터의 거리 끝에 1995년 처음 밴드를 달았던 장소로부터 불과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다시 와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 때로 하늘이 거칠었지만, 어떤 질풍이나 폭풍도 살아서 번식하려는 B95의 의지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B95는 거센 바람과 매서운 비를 뚫고 날았다. 어떤 세균도 바이러스도 적조도 B95를 꺾지 못했다. 어떤 매도 B95를 낚지 못했다. (…) 바람이 그의 깃털을 부풀리면 그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또 한 번 여행에 나설 것이다. 궁극의 장거리 비행사인 B95는 정말로 문버드이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B95는 섭금류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희망의 상징이다.”
지면을 통해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새의 날갯짓이 감동적이며 자신의 생애를 건 투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해본 일이 없다. 새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깃털의 색깔 따위에 크게 매혹 당해 본 일이 없는, 자연이나 혹은 생명에 관한 많은 부분을 그저 글로 배운 가장 무지한 부류의 인간에 속한다. B95의 그 성실하고 투쟁적인 비행 혹은 그 생애가 언젠가 낙동강 하구에서 만났던 어느 철새 연구자의 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철새 도래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어지고 있던 고급 아파트를 향해 말했다. “밥 밖에 모르는 것들! 인간은 밥 밖에 몰라요.” 그가 말한 밥에는 야생동물들이 자기의 삶을 위해 충전하는 본능적인 식사가 포함 되어 있지 않았을 테다. 멸종을 향해 나아가는 탐욕의 밥이었을 게다. 나의 숟가락 또한 그 멸종-탐욕의 밥그릇에 얹혀 있다.
종의 소멸에 근접해 있는 B95를 향한 열렬한 마음으로 쓰인 이 책을, 그 소멸에 둔감한 누구에게라도 권한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책은 113그램짜리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다. 이름 하여, ‘B95’ 혹은 ‘문버드’.
그의 나이 세 살쯤으로 추정되는 1995년에 오렌지색 밴드를 달아 무려 20년 이상 남극과 북극을 오간 거리가 20년 동안 총 52만3000킬로미터, 곧 달에 다녀오는 거리만큼이나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월 남아메리카의 끝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에서 캐나다 북극권으로 날아가 번식한 뒤 다시 남쪽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매해 반복하는 문버드는 일단 비행을 시작하고 나면,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책이 출간되고 번역본이 나오기까지도 더 생존하여-더 비행하여 그는 이제 지구와 달을 왕복한 거리만큼 난 셈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80퍼센트 이상의 개체수가 감소했다. 그는 멸종위기의 붉은가슴도요새 루파다. 우리가 아는 최고령의 붉은가슴도요새이다.
113그램의 생명체의 날갯짓에 대한 무한한 감동과 전율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가 바로 멸종의 시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와 형태의 기능』이라는 책에서 윌리엄 비비는, 살아 있던 어떤 종의 마지막 개체가 더 이상 숨 쉬지 않으면 천지가 개벽할 만큼 시간이 흘러야만 다시 그런 생명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 멸종을 맞이한 어떤 것은 우리의 생애에는 다시금 부활하지 못한다. 지구상 가장 최근의 대량 멸종은 6500만 년 전의 일.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멸종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종이, 즉 호모 사피엔스가, 우리 인간이, 지구의 거의 모든 자원을 소비하고 변형시킴으로써 무수히 많은 생명체 형태를 쓸어버리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전 지구적 재앙이다. 새들의 정거장에 들어서는 건물들, 건물 사이를 누비는 자동차들, 틈새를 채우는 쓰레기들, 쓰레기가 분출하는 독성물질들, 그 어느 것 하나 새들에게 재앙 아닌 것이 없으며, 그 모든 것들은 인간들의 일상을 구성한다.
2011년 11월 무렵, 리오그란데 해변에서 붉은가슴도요나 흑꼬리도요, 물떼새, 깝짝도요 등과 같은 섭금류를 기다리던 연구자들(루이스 베네가스와 타바레 바레토)은 밴드를 부착한 문버드를 발견했고, 그때의 상황은 이렇게 묘사돼 있다.
“그곳에서 B95는 파도가 밀려들면 민첩하게 날아 자리를 옮기면서 레스팅가의 조개를 맹렬히 뽑아먹고 있었다. 상태는 좋아보였다. 베네가스는 B95가 17년의 세월과 수십만 킬로미터의 거리 끝에 1995년 처음 밴드를 달았던 장소로부터 불과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다시 와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 때로 하늘이 거칠었지만, 어떤 질풍이나 폭풍도 살아서 번식하려는 B95의 의지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B95는 거센 바람과 매서운 비를 뚫고 날았다. 어떤 세균도 바이러스도 적조도 B95를 꺾지 못했다. 어떤 매도 B95를 낚지 못했다. (…) 바람이 그의 깃털을 부풀리면 그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또 한 번 여행에 나설 것이다. 궁극의 장거리 비행사인 B95는 정말로 문버드이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B95는 섭금류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희망의 상징이다.”
지면을 통해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새의 날갯짓이 감동적이며 자신의 생애를 건 투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해본 일이 없다. 새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깃털의 색깔 따위에 크게 매혹 당해 본 일이 없는, 자연이나 혹은 생명에 관한 많은 부분을 그저 글로 배운 가장 무지한 부류의 인간에 속한다. B95의 그 성실하고 투쟁적인 비행 혹은 그 생애가 언젠가 낙동강 하구에서 만났던 어느 철새 연구자의 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철새 도래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어지고 있던 고급 아파트를 향해 말했다. “밥 밖에 모르는 것들! 인간은 밥 밖에 몰라요.” 그가 말한 밥에는 야생동물들이 자기의 삶을 위해 충전하는 본능적인 식사가 포함 되어 있지 않았을 테다. 멸종을 향해 나아가는 탐욕의 밥이었을 게다. 나의 숟가락 또한 그 멸종-탐욕의 밥그릇에 얹혀 있다.
종의 소멸에 근접해 있는 B95를 향한 열렬한 마음으로 쓰인 이 책을, 그 소멸에 둔감한 누구에게라도 권한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