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성 지음, 이상북스, 1만6000원
이야기 하나. 아침 6시. A씨는 아내가 이른 아침 몇 가지 야채를 갈아 만든 주스를 받아 마신다. 야채주스를 마실 때마다 부부는 시럽을 듬뿍 넣고 싶지만, 하얗고 달콤한 것은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악마의 유혹. 매일 아침 그런 유혹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로 이동한다. 아침에는 A씨가 저녁에는 아내가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한다. 제법 신경 쓴 조경에 둘러싸인 피트니스 센터는 아침 운동의 쾌적한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긴 시간 운동하지 않는 대신 A씨는 30분~40분 쯤 전력을 다한다. 땀을 흠뻑 쏟고 나면 몸은 물론이고 복잡한 머릿속까지 모두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운동이 끝난 후에 A씨는 집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아내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을 해야 한다. 아침식탁은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고 간단하다. 그리고 건강하다. 유기농 매장에서 꼼꼼하게 골라온 빵과 야채들. 먹을거리의 안전성 때문에 가능하면 중국산을 피하고, 인증을 받은 유기농 식품들 위주로 장을 보는 편이다. 과일과 야채, 생선과 고기, 어느 것 하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장을 볼 때면 A씨의 아내는 유독 매의 눈이 된다. 사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식단은 A씨 부부가 최선을 다하는 부분이다. 아이의 아토피는 더 좋아지는 기색이 없지만, 악화되는 것도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하는 중이다. 식사가 끝난 뒤에 아이를 아파트 단지 옆에 노출콘크리트 시공으로 근사하게 새로 지은 어린이집으로 데려다 주고, A씨 부부는 각자의 회사로 출근을 한다.
이야기 둘. “목포대학의 황혜주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시멘트와 황토로 가로, 세로, 높이 각각 80, 60, 30센티미터의 동일한 공간을 만들어 한 곳에 생쥐 열 마리(암수 각 다섯 마리)씩 넣고 4주간 변화를 관찰했다. 황토모형 집 생쥐의 경우 4주 뒤 수컷 54.21 퍼센트, 암컷이 56.93퍼센트의 평균 성장률을 보였으며, 폐사율은 0퍼센트였다. 그러나 시멘트모형 집의 생쥐들은 4주 뒤 암컷 다섯 마리가 전부 폐사했으며, 수컷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가 폐사하고 남은 수컷 네 마리의 몸무게 증가율은 고작 0.14퍼센트에 불과했다. 황토와 시멘트가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황 교수는 두 개의 어항에 한쪽에는 시멘트 벽돌을, 다른 어항에는 흙벽돌을 넣었다. 그리고 각각의 어항에 금붕어 열 마리 씩을 넣고 변화를 관찰했다. 시멘트 벽돌을 넣은 어항의 금붕어는 3일 후 열 마리가 전부 폐사했다. 그러나 흙벽돌 어항의 금붕어는 6일 경과 후 한 마리가 죽은 것을 제외하곤 55일까지 생존했다.”(p.77)
이야기 셋. 1997년 건설경기의 침체 이후 시멘트 공장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부도를 내거나 해외에 매각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시멘트 공장들이 매물로 쏟아졌다. 당시 대한민국 어느 회사도 매각 혹은 도산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때였다. 여기서 시멘트 회사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폐타이어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산업 폐기물들을 시멘트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련됐다. “쓰레기 시멘트는 언제부터 왜 탄생한 것일까? 2001년 3월, 시멘트 업계가 환경부 장관을 초청한 간담회 서류에 다음과 같이 쓰레기 시멘트 탄생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9년 8월 9일 폐기물관리법 개정 시 당사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시멘트 소성로를 소각시설의 한 종류로 인정해 줌으로써 시멘트 공장에서 적법하게 처리비를 받고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은 마련되었음>.” 그래서 시멘트 공장들은 이제 당당하게 혹은 절절하게 말한다. “우리 회사 쓰레기 안 쓰면 망합니다. 우리 회사보다 다른 회사들은 더 심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에서 수입한 쓰레기들까지 알차게 활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야기 넷. 환경부 자원순환국 국장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으면 그 많은 쓰레기를 매립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침출수 등으로 토양오염이 되지 않겠느냐,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자원도 재활용하고 좋지 않냐.” 재활용의 의미를 어떤 범위까지 확장해야 이러한 논리 전개가 가능할까. 헌데 이런 눈 가리고 아옹하는 수준의 논리가 대한민국을 짓고 있다. 혹은 허물고 있다. 그 폐허의 현장에서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미세먼지로 뿌옇고 갑갑한 봄날, 당신에게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권한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최병성 지음, 이상북스, 1만6000원
이야기 하나. 아침 6시. A씨는 아내가 이른 아침 몇 가지 야채를 갈아 만든 주스를 받아 마신다. 야채주스를 마실 때마다 부부는 시럽을 듬뿍 넣고 싶지만, 하얗고 달콤한 것은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악마의 유혹. 매일 아침 그런 유혹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로 이동한다. 아침에는 A씨가 저녁에는 아내가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한다. 제법 신경 쓴 조경에 둘러싸인 피트니스 센터는 아침 운동의 쾌적한 기분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긴 시간 운동하지 않는 대신 A씨는 30분~40분 쯤 전력을 다한다. 땀을 흠뻑 쏟고 나면 몸은 물론이고 복잡한 머릿속까지 모두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운동이 끝난 후에 A씨는 집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아내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을 해야 한다. 아침식탁은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고 간단하다. 그리고 건강하다. 유기농 매장에서 꼼꼼하게 골라온 빵과 야채들. 먹을거리의 안전성 때문에 가능하면 중국산을 피하고, 인증을 받은 유기농 식품들 위주로 장을 보는 편이다. 과일과 야채, 생선과 고기, 어느 것 하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장을 볼 때면 A씨의 아내는 유독 매의 눈이 된다. 사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식단은 A씨 부부가 최선을 다하는 부분이다. 아이의 아토피는 더 좋아지는 기색이 없지만, 악화되는 것도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하는 중이다. 식사가 끝난 뒤에 아이를 아파트 단지 옆에 노출콘크리트 시공으로 근사하게 새로 지은 어린이집으로 데려다 주고, A씨 부부는 각자의 회사로 출근을 한다.
이야기 둘. “목포대학의 황혜주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시멘트와 황토로 가로, 세로, 높이 각각 80, 60, 30센티미터의 동일한 공간을 만들어 한 곳에 생쥐 열 마리(암수 각 다섯 마리)씩 넣고 4주간 변화를 관찰했다. 황토모형 집 생쥐의 경우 4주 뒤 수컷 54.21 퍼센트, 암컷이 56.93퍼센트의 평균 성장률을 보였으며, 폐사율은 0퍼센트였다. 그러나 시멘트모형 집의 생쥐들은 4주 뒤 암컷 다섯 마리가 전부 폐사했으며, 수컷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가 폐사하고 남은 수컷 네 마리의 몸무게 증가율은 고작 0.14퍼센트에 불과했다. 황토와 시멘트가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황 교수는 두 개의 어항에 한쪽에는 시멘트 벽돌을, 다른 어항에는 흙벽돌을 넣었다. 그리고 각각의 어항에 금붕어 열 마리 씩을 넣고 변화를 관찰했다. 시멘트 벽돌을 넣은 어항의 금붕어는 3일 후 열 마리가 전부 폐사했다. 그러나 흙벽돌 어항의 금붕어는 6일 경과 후 한 마리가 죽은 것을 제외하곤 55일까지 생존했다.”(p.77)
이야기 셋. 1997년 건설경기의 침체 이후 시멘트 공장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부도를 내거나 해외에 매각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시멘트 공장들이 매물로 쏟아졌다. 당시 대한민국 어느 회사도 매각 혹은 도산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때였다. 여기서 시멘트 회사들이 살아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폐타이어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산업 폐기물들을 시멘트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련됐다. “쓰레기 시멘트는 언제부터 왜 탄생한 것일까? 2001년 3월, 시멘트 업계가 환경부 장관을 초청한 간담회 서류에 다음과 같이 쓰레기 시멘트 탄생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9년 8월 9일 폐기물관리법 개정 시 당사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시멘트 소성로를 소각시설의 한 종류로 인정해 줌으로써 시멘트 공장에서 적법하게 처리비를 받고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은 마련되었음>.” 그래서 시멘트 공장들은 이제 당당하게 혹은 절절하게 말한다. “우리 회사 쓰레기 안 쓰면 망합니다. 우리 회사보다 다른 회사들은 더 심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일본에서 수입한 쓰레기들까지 알차게 활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야기 넷. 환경부 자원순환국 국장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으면 그 많은 쓰레기를 매립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침출수 등으로 토양오염이 되지 않겠느냐,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 자원도 재활용하고 좋지 않냐.” 재활용의 의미를 어떤 범위까지 확장해야 이러한 논리 전개가 가능할까. 헌데 이런 눈 가리고 아옹하는 수준의 논리가 대한민국을 짓고 있다. 혹은 허물고 있다. 그 폐허의 현장에서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미세먼지로 뿌옇고 갑갑한 봄날, 당신에게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권한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