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115] 해

우리말에는 해와 햇빛을 이르는 다양한 말들이 있습니다. 

해 뜨기 전 검은 새벽 기운에 푸르스름한 빛의 기운이 비치는 것을 ‘동살 잡힌다’고 합니다. 해가 떠 밝아지기 시작할 때를 ‘갓밝이’라고 하고 해가 막 뜨는 것을 ‘해돋이’라고 합니다. ‘해돋이’가 시작돼 제일 먼저 비치는 빛이 ‘햇귀’이고 그렇게 해가 쏘아내는 기운을 ‘살’이라고 하니 ‘햇살’은 해의 기운으로서 해에서 나온 빛줄기를 이릅니다. 햇살과 햇빛이 천지에 뻗는 것을 ‘햇발’이라고 합니다. 해에 관한 이런 말들을 생각해 보면, 옛 사람들은 분명 해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후견자임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해가 보내준 기운으로 움직이는 것이 지구라는 별의 운명입니다. 수사가 아닙니다. 실제 지구의 모든 에너지는 해에게서 온 것입니다. 석유도, 석탄도, 가스도 아니 오늘날과 같은 우리 별의 탄생이 해의 역할 덕분이니 지구라는 별의 존재 자체가 해에게 덕 보고 있는 것입니다. 바닷물이 해류를 만들어 움직이고, 바람이 만들어져 불어오고 또 가며, 계절이 바뀌고 빙하기와 간빙기가 오는 그 모든 지구 행성 차원의 움직임이 모두 해와 관련돼 있습니다. 지구는 단독자가 아니라 해를 중심으로 달과 또 다른 별들과의 끌리고 밀리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여럿 가운데 하나, 우주의 이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2020년 이후 지구를 기후파국에서 구할 신기후체제가 작년 연말 파리에서 출범했습니다. 신기후체제의 메시지는 ‘이제 해가 지구에 선물했던 이전의 선물인 화석연료로 살지 말고, 오늘의 선물인 햇빛과 해의 힘이 만드는 바람 등 자연 에너지로 살자!’는 것입니다. 화석연료의 시대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시대로 전환하라는 것입니다. 같은 뜻입니다. 메시지는 분명하고 단호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이뤄야 인류는 기후파국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해는 생명을 축복하는 이름입니다. 해는 지금 이 순간도 햇살을, 햇빛을, 지구라는 생명의 별을 축복하는 선물을 매순간 보내오고 있습니다. 태양의 연대를 열어가는 원년이 2016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해에게서 난 자들이며 해에게로 돌아갈 자들입니다. 햇빛에, 그 빛을 소중히 여기는 오래된 지혜에 귀의해야 한반도와 지구의 미래가 지속가능합니다.  

2016년 우리 에너지 전환의 길을 달려갑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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