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95]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마라

현대 한국의 기적 가운데 하나는 신탄 남용과 전쟁으로 몰락한 산림을 국가적인 녹화사업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숲의 재생은 실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 이상으로 상찬받을 만한 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한반도 사람들을 부유하게 했지만 숲의 기적은 한반도에 깃들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 생태계의 축복이었던 까닭이다. 녹화사업으로 살린 숲을 오늘날까지 지켜온 또 다른 공신은 ‘개발제한구역’이다. 그린벨트로 불리는 개발제한구역제도를 운용함으로써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의 부의 효과로서 드러난 토지개발의 오남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린벨트의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경제의 성장기조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2007년 재발된 외환위기 이후 실질경제성장률이 반토막 나는 사이 가중됐다. 특별히 토건산업의 경제 비중이 높은 한국적 상황 속에서 그린벨트는 지속적으로 해제면적이 늘어나게 됐다. 각종 개발지구로 지정된 면적은 국토면적의 1.2배를 넘을 정도로 토지 난개발계획이 잡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지난 3월 12일 지역경제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광범위한 규제완화정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 중에는 산지와 농지는 물론 개발제한구역도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더 나아가 이미 해제된 개발제한구역의 경우 용도변경을 허용해 공장과 상업시설 건설을 허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숲의 개발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재앙이다. 2012년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4.3퍼센트가 한 달 1회 이상 공원, 산 등 녹지를 찾고’ 있지만 1인당 생활권 녹지면적은 7제곱미터로 WHO 최저권고기준 9제곱미터 이하인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숲의 난개발을 불러올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시민의 생태복지 축소를 뜻한다. 한편 1970년 이래 야생척추동물의 3퍼센트가 멸종했고, 향후 30년 이내 지구상 전체 생물종의 25퍼센트가 멸종한다는 예상(UN)이 있다. 우리나라도 호랑이, 반달가슴곰, 여우, 늑대, 표범, 황새, 따오기 등이 숲의 축소에 따라 서식처를 잃고 멸종 대열에 올랐다. 숲의 몰락은 생태적 다양성의 몰락을 부르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지난 100년간 지구평균기온이 섭씨 0.75도 상승할 때 한반도는 1.8도 상승했다. 숲은 바다와 더불어 가장 거대한 탄소흡수원임을 생각하면 숲을 개발하도록 허용하는 일이 한반도 기후변화대책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미세먼지의 습격이 잦아지고 있다. 중국발 황사 때문이어서 국내 정책으로 오염을 줄이기 힘들다는 주장은 단견으로 보인다. 중국의 영향은 기존에 알려진 30~50퍼센트보다 낮고 오히려 내국적 요인이 더 크다는 증거들이 있다(장재연 2014).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흡수와 산소의 생산이라는 대기환경적 측면에서 숲의 보존 해제는 최악의 정책일 수밖에 없다. 

녹지를 개발사업의 밑밥으로 던져주는 일이 규제완화로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대기환경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의 기초, 생물다양성의 기지, 생태복지의 기초인 국민 휴양공간인 숲을 헐어 경제를 살린다는 발상은 오히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하책’이다. 개발제한구역과 산·농지 개발제한 해제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숲의 몰락이 국가의 몰락을 부른 아이티의 사례를 비롯해 숲과 국가, 사회, 문명의 관계를 탐구했던 제러드 다이아몬드(『문명의 몰락(Collapse, 2004)』의 권고를 기억할 때다. ‘숲을 지키라!’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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