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98] 서둘러 간다고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기후 책』은 말 그대로 기후 책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 그레타 툰베리가 기획했고, 기후학, 지구물리학, 해양학, 보건학, 수학, 경제학, 철학, 문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냈다. 기후라는 가장 뜨거운 주제를 분야별로 말하고 있는 탓에 두꺼운 책이다. 그렇지만 밀쳐두기엔 쉽지 않다. 이 책을 읽는 7월 한 달 내내 비가 왔다. 어느 정도는 각오한 여름이었지만, 비는 각오하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이 내렸으며, 그 재난은 제대로 수습되지 못했고, 어떤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이야기는, 기후 위기 앞에 선 우리들의 검은 속마음과 사뭇 닮아 있어 무섭다. 정치인들은 “빨리 도착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발뺌하고,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기후 위기에 더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는 외침 앞에서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라는 불신이 있다. 


두려움 없이는 떠올릴 수 없게 된 날씨, 허리케인, 폭염, 홍수, 폭풍, 가뭄 등이 그냥 발생하지 않고 극단적인 양상을 띠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그레타 툰베리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스테로이드를 맞은 날씨’다. 케서린 헤이호(텍사스공과대학 석좌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해양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폭염 열 건은 2010년 이후에 발생했다. 1960년대 생은 일생에 네 번 폭염을 겪게 되지만, 2020년 생 아이는 재난 같은 폭염을 여덟 번 겪게 될 것이다. 지구 온도 0.5도가 상승할 때마다 심각한 폭염의 발생 빈도는 갑절로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기후는 극단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날씨는,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활동 없이 20세기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게 지구를 활용하는 방식이었으므로 이제 책임의 단계에 들어왔다. 어느 해에 목표 탄소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 이듬해에 감축해야 할 목표치는 더욱 증가한다. 위기의 누적은 책임의 누적으로 이어진다. 또한 책임의 방식은 전방위적으로 걸쳐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와 에너지 기업 등을 상대로 가능한 자주 온실가스 대량 배출원에 대한 소송을 벌이고, 우리 문명의 안전한 존속을 위해서 새로운 법률과 새로운 준거를 마련하고, 경제성장률이나 GDP, 주주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발전을 정의하지 말아야 하고, 강박적인 소비주의를 넘어 완전히 다른 개념이 성장을 말해야 한다는 게 툰베리의 주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완전히 다른 날씨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한 책답게 『기후 책』은 완전히 다른 사고의 원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가 새로 배워야 할 지식과 철학과 세계관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 터이다. “나는 여전히 사헬이 희망의 땅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는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기후전사들이 많다. (…) 선주민이 보유한 전통 지식은 우리에게 비를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들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수많은 도구에 대한 정보까지 알려준다. 구름과 철새의 이동, 풍향, 곤충의 행동, 소의 행동을 관찰하는 등 수백 년간 자연의 흐름에 순응해 살면서 얻는 지혜 덕분에 우리는 이 곤경에 맞서 싸울 무기를 가지고 있다.” 사헬의 땅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이후 일곱 세대를 위해 자연을 돌보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장 느린 방식으로 가장 먼저 도착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 책』의 아주 많은 세계들 가운데 아주 오래 남는 풍경이다. 그것이 희망의 풍경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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