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는 지금, 나의 관심사는 온통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주 서촌에 위치한 환경과 생태를 위한 공간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 장소로 이동 중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봤다. 곧 엄습할 위기의 서막이 내 앞에서 열리는 기분이었다.
습관적 허무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멈추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고등어와 해마를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을 티셔츠에 새기고 이걸 SNS에 인증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꿈틀하기라도 해야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그림을 먼저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티셔츠를 주문받았다. 그리고 게시물에 이렇게 남겼다. ‘지금 이 절망을 웃으며 헤엄쳐요. 진짜 절망이 오기 전에요.’
나는 습도 높은 장마철에는 통증이 배가 된다. 통증질환 환자들에게 여름은 밀도와 강도가 남다른 고통의 계절이다. 통증 고유의 성질에 계절의 특성까지 더해졌고 게다가 요즘 내 몸은 다른 통증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날카롭고 차가운 칼날이 예리하게 뼈를 저미는 느낌이랄까. 문제는 시시때때로 약해지는 마음이다. 정신력하고 다른 것 같다. 오래 싸워온 상대에게, 이제 그냥 당신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굳게 먹을 마음이 소진되었다고 할까. 그래도 여름이 내게 준 하나의 힌트가 있다면, 모든 기력이 소진될 즈음,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는 사실이다. 오랜 병마가 내게 준 작은 깨달음이다. 모든 절망 앞에 내가 배운 이 법칙을 놓고 싶었는지 모른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예고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말이다.
티셔츠를 공유하는 이벤트에 ‘생명을 입어요’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두 착착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문제가 터졌다. 이 문제는 기분 좋은 이상한 특징을 지닌 문제점이다. 주문량이 예상을 넘었고 동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그림이 인쇄된 티셔츠는 아직 공장에서 제작 중인데 마음만 앞서기 시작했다. 거기다 배송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택배 포장지부터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친환경 소재로 된 봉투를 찾고 택배를 무사히 발송할 방법도 찾아야만 했다. ‘이렇게 노력했는데 오염수가 방류되는 걸 막지 못하겠지’, 속으로 절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 모이는 것이다.
티셔츠에 새긴 고등어와 해마를 모든 사람에게 저작권 없이 공유한다. 이 이벤트를 제안한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동참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과정을 경험했다.
이 글이 다시 읽는 8월이 오면 우린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
이 글을 쓰는 지금, 나의 관심사는 온통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주 서촌에 위치한 환경과 생태를 위한 공간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 장소로 이동 중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우리 아이들에게 먹일 수 없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봤다. 곧 엄습할 위기의 서막이 내 앞에서 열리는 기분이었다.
습관적 허무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멈추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고등어와 해마를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을 티셔츠에 새기고 이걸 SNS에 인증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꿈틀하기라도 해야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그림을 먼저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티셔츠를 주문받았다. 그리고 게시물에 이렇게 남겼다. ‘지금 이 절망을 웃으며 헤엄쳐요. 진짜 절망이 오기 전에요.’
나는 습도 높은 장마철에는 통증이 배가 된다. 통증질환 환자들에게 여름은 밀도와 강도가 남다른 고통의 계절이다. 통증 고유의 성질에 계절의 특성까지 더해졌고 게다가 요즘 내 몸은 다른 통증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날카롭고 차가운 칼날이 예리하게 뼈를 저미는 느낌이랄까. 문제는 시시때때로 약해지는 마음이다. 정신력하고 다른 것 같다. 오래 싸워온 상대에게, 이제 그냥 당신이 이기는 걸로 하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굳게 먹을 마음이 소진되었다고 할까. 그래도 여름이 내게 준 하나의 힌트가 있다면, 모든 기력이 소진될 즈음, 어김없이 바람이 분다는 사실이다. 오랜 병마가 내게 준 작은 깨달음이다. 모든 절망 앞에 내가 배운 이 법칙을 놓고 싶었는지 모른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예고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말이다.
티셔츠를 공유하는 이벤트에 ‘생명을 입어요’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두 착착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문제가 터졌다. 이 문제는 기분 좋은 이상한 특징을 지닌 문제점이다. 주문량이 예상을 넘었고 동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그림이 인쇄된 티셔츠는 아직 공장에서 제작 중인데 마음만 앞서기 시작했다. 거기다 배송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택배 포장지부터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친환경 소재로 된 봉투를 찾고 택배를 무사히 발송할 방법도 찾아야만 했다. ‘이렇게 노력했는데 오염수가 방류되는 걸 막지 못하겠지’, 속으로 절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뭐라도 하자는 마음이 모이는 것이다.
티셔츠에 새긴 고등어와 해마를 모든 사람에게 저작권 없이 공유한다. 이 이벤트를 제안한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동참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과정을 경험했다.
이 글이 다시 읽는 8월이 오면 우린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글・그림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