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같은 날 수많은 비탄과 분노의 목소리가 개인 미디어, 공적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분출됐다. 그 중 밴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 씨의 소셜미디어 포스팅도 있었다. ‘RIP 地球(지구)’라는 이미지에 첨부된 포스팅은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였다.
바다에 대한 핵 오염수 테러에 대한 비탄과 분노가 잘못이라 할 수도 없고 이 포스팅의 주인공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잘못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개념이 없다거나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란 따위의 천박한 언사로 이를 비난한 사람들이 있었다. 국민의힘 당대표와 청년최고위원이 그들인데 그들이야말로 벼슬을 사는 공인으로서 개념을 가져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벼슬 사는 공인이 마땅히 가져야 할 개념에는 반드시, ‘시민의 말할 권리에 대한 존중’이 들어있다. 김윤아 씨의 소속사가 이런 험구에 지쳐 9월 13일 ‘김윤아 씨의 8월 24일 포스팅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꼬집어 정부를 난처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이라고 해명했다. 소속 아티스트이자 시민의 권리도 지켜야 하고 정부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의 입장이 절절히 느껴지는 발표다. 공권력을 쥔 자들이 시민의 공복임을 자처하면서도 시민의 입을 막는 일에 문제의식이 없다면 그들은 공복이 아니라 스스로 지배자이고자 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홍보수석실은 국정원에 이른바 ‘언론장악문건’ 작성을 요구했다. 작성된 문건 가운데 9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제로 시행됐다. 김제동 토크쇼의 MBC 정규편성 제외, 이외수의 ‘언중유쾌’ 폐지가 벌어졌고, 좌파 연예인들 간 프로포폴, 마약률 유포 실태 파악하라는 문건은 나중에 82명의 연예계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이어졌다. 또 KBS ‘취재파일 4321’ 제작진의 프로그램 퇴출 등도 실현됐다. 이런 전력이 확인된 반민주언론 인사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봇물 쏟아지듯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고 결국 그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떻게 작동될까? 가장 우려스러운 예측은 이제 정부여당 인사들이 입장이 다른 시민과 시민들의 언행에 직접 재갈을 물리는 위험부담을 안기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과 ‘주파수가 맞는 미디어들’이 앞장서서 그런 일을 더 손쉽고 세련된 방식으로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함, 기후부정의와 환경위기에 저항함 등의 이슈들도 그 주파수가 안 맞는다고 판단되면 ‘주파수가 맞는 미디어들’의 응징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말할 권리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말할지’에 관한 권리인데 주제와 표현을 자기 검열하는 시대가 올까 두렵다. 김윤아 씨와 또 더 많은 같은 운명일 시민들의 말할 권리를 응원한다. 우리는 서로의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 더 많이 발언해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지난 8월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같은 날 수많은 비탄과 분노의 목소리가 개인 미디어, 공적 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분출됐다. 그 중 밴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 씨의 소셜미디어 포스팅도 있었다. ‘RIP 地球(지구)’라는 이미지에 첨부된 포스팅은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였다.
바다에 대한 핵 오염수 테러에 대한 비탄과 분노가 잘못이라 할 수도 없고 이 포스팅의 주인공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잘못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개념이 없다거나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란 따위의 천박한 언사로 이를 비난한 사람들이 있었다. 국민의힘 당대표와 청년최고위원이 그들인데 그들이야말로 벼슬을 사는 공인으로서 개념을 가져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벼슬 사는 공인이 마땅히 가져야 할 개념에는 반드시, ‘시민의 말할 권리에 대한 존중’이 들어있다. 김윤아 씨의 소속사가 이런 험구에 지쳐 9월 13일 ‘김윤아 씨의 8월 24일 포스팅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꼬집어 정부를 난처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이라고 해명했다. 소속 아티스트이자 시민의 권리도 지켜야 하고 정부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의 입장이 절절히 느껴지는 발표다. 공권력을 쥔 자들이 시민의 공복임을 자처하면서도 시민의 입을 막는 일에 문제의식이 없다면 그들은 공복이 아니라 스스로 지배자이고자 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홍보수석실은 국정원에 이른바 ‘언론장악문건’ 작성을 요구했다. 작성된 문건 가운데 9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제로 시행됐다. 김제동 토크쇼의 MBC 정규편성 제외, 이외수의 ‘언중유쾌’ 폐지가 벌어졌고, 좌파 연예인들 간 프로포폴, 마약률 유포 실태 파악하라는 문건은 나중에 82명의 연예계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이어졌다. 또 KBS ‘취재파일 4321’ 제작진의 프로그램 퇴출 등도 실현됐다. 이런 전력이 확인된 반민주언론 인사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봇물 쏟아지듯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명을 강행했고 결국 그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떻게 작동될까? 가장 우려스러운 예측은 이제 정부여당 인사들이 입장이 다른 시민과 시민들의 언행에 직접 재갈을 물리는 위험부담을 안기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과 ‘주파수가 맞는 미디어들’이 앞장서서 그런 일을 더 손쉽고 세련된 방식으로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함, 기후부정의와 환경위기에 저항함 등의 이슈들도 그 주파수가 안 맞는다고 판단되면 ‘주파수가 맞는 미디어들’의 응징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말할 권리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말할지’에 관한 권리인데 주제와 표현을 자기 검열하는 시대가 올까 두렵다. 김윤아 씨와 또 더 많은 같은 운명일 시민들의 말할 권리를 응원한다. 우리는 서로의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 더 많이 발언해야 한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