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30년 후의 당신들입니다. 우린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 경기가 한창인 경기장에 갑자기 커다란 섬광과 함께 ‘타임 홀’이 생기고, 그곳에서 소총을 든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나온다. 선수들과 관중 그리고 TV를 통해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은 놀란 마음에 순간 얼어붙었다. 그때 자신들을 30년 후 미래에서 온 인류라고 소개한 군인들은 “인간이 아닌 적과 전쟁 중인데 지고 있다.”라면서 “11개월 후면 미래의 모든 인간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거다. 여러분이 도우면 달라질 수 있다.”라고 호소한다.
2021년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공개된 『투모로우 워(The Tomorrow War>』는 제목 그대로 ‘내일 전쟁’을 SF 액션 장르 영화답게 눈부신 CG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의 감독 크리스 맥케이는 『레고 배트맨 무비』 등 주로 SF 작품을 연출하고 제작해 왔다. 주인공 크리스 프랫(댄 포레스터 역)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어벤져스』 시리즈 그리고 『쥬라기 월드』 시리즈 등으로 낯익은 배우다. 『투모로우 워』는 물음표를 찍게 하는 몇몇 설정이 몰입감을 저해하긴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다른 상상력을 최대의 무기로 삼는 영화다. 또 인류 파멸 원인에 대한 중요한 메타포를 담고 있다.
30년, 즉 한 세대 뒤에 벌어진 전쟁은 ‘화이트 스파이크’라는 외계 괴수와의 혈투다. 코뿔소만 한 크기에 엄청난 괴력을 지닌 놈들은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그레이트 월』에서 등장한 괴수 ‘타오톄(?? 도철)’처럼 민첩성 만랩까지 찍었다. 놈들은 암컷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떼를 지어 움직인다. 인류를 비롯해 지구상 동물들은 그들에게 단지 먹잇감에 불과했다. 또 화이트 스파이크는 총알마저 튕겨내는 방어력을 지녔다. 강력한 이빨과 날카로운 앞발을 지닌 놈들은 ‘스파이크’라는 이름처럼 한 쌍의 촉수에서 뼈로 된 침을 쏴 사냥감을 제압한다. 2048년 시작된 화이트 스파이크의 침략은 단 3년 만에 지구상 전 대륙을 휩쓸었고, 80억~90억 명에 이르렀던 인류는 2051년 50만 명으로 격감하는 등 호모 사피엔스 종의 절멸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 때문에 미래 인류는 남은 자원을 끌어모아 시간 점프 장치를 겨우 만들어서 현재 인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30년 뒤 벌어진 기후위기 전쟁
시간 점프는 신체 조건이 맞아야 가능했다. 그 때문에 군인 외에 민간인들도 파병 대상이 됐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라크 전쟁에 두 번 파병되면서 특수작전에도 참여했던 그였지만, 아내와 어린 딸 뮤리를 두고 생존율 20%도 안 되는 미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는 팔에 채워진 점프밴드(시간 이동 장치)를 끊고 도망갈 생각도 했지만, 남은 가족이 자신을 대신하게 된다는 말에 포기한다.
시간 점프 후에 그는 과학자이자 대령으로 화이트 스파이크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딸 뮤리(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를 만난다. 뮤리는 화이트 스파이크에 대항할 무기로 새로운 독소를 만들어 내지만 암컷에겐 효과가 없었고, 바다 한가운데 인류의 마지막 전략 기지에서 큰 희생을 치르며 사로잡은 암컷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겨우 암컷에게도 통하는 독소를 완성했을 때 암컷을 탈환하기 위한 수컷들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된다. 원래는 화이트 스파이크를 퇴치할 수 있는 독을 과거로 보내 대량 생산해서 공급받을 계획이었지만, 화이트 스파이크 공격에 시간 점프 장치가 파괴된다. 장치 파괴 직전에 뮤리는 아빠 댄에게 “이걸 가져가세요. 우린 죽을 운명이에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세요.”라며 독소 샘플을 넘긴다. 현재로 귀환한 댄은 미래를 위해 외계 괴수를 찾아 나선다.
이때부터 영화 『투모로우 워』는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간 진짜 원인을 보여준다. 화이트 스파이크 침략은 2048년 늦여름 러시아 북부, 즉 영구동토층의 시베리아부터였다. 영구동토층 땅속에서 1000년 넘게 얼어 있던 화이트 스파이크들이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깨어나 전 지구를 점령해 나간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설정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투모로우 워』는 기후위기 가속화에 따른 절체절명의 파국적 상황을 담고 있다. 화이트 스파이크는 외계 괴수가 아니라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막대한 온실가스와 그에 따른 각종 재난을 상징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도 올랐다. 이전 1만 년 동안 0.5도 상승한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증가 폭인데, 특히 극지방은 평균 2~3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언론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2050 거주불능 지구』(김재경 옮김. 추수밭)에서 “빙상의 붕괴가 시작되는 분기점은 기온이 2도 정도 상승했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빙상 붕괴가 전문가들의 분석보다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북극 여름의 얼음 면적은 1980년보다 50% 가까이 줄어드는 등 10년에 평균 13.1%씩 감속하고 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측정 결과 한반도의 8배보다 더 큰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다. 반백 년 동안 극지를 연구했던 피터 와담스는 『빙하여 잘 있거라』(이준호 옮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북극에서 얼음 없는 9월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얼음이 없는 계절은 4~5개월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터는 “북극 얼음의 감소가 단지 세계의 외딴곳에서 발생하는 흥미로운 변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전 세계 국가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을 체결했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했다. 그에 따라 각국은 스스로 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서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10월 ‘배출 갭 보고서 2022’를 통해 “지금의 감축 수준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1% 미만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며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8도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지구 평균기온이 4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2050 거주불능 지구』의 경고다. “4도 증가만으로도 세상은 영구적인 식량 결핍 사태에 시달리며 알프스산맥은 아틀라스산맥처럼 삭막해질 것”이란 말도 포함돼 있다. 또 기후위기를 ‘전쟁 기계’라고 하면서 “우리는 그 전쟁 기계를 날마다 더 강하게 무장시키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얼음 없는 지구, 파국적 불행
지구의 얼음과 영구동토층은 통틀어서 빙권이라고 한다. 북극, 남극, 그린란드와 러시아, 캐나다의 육지와 해저(대륙붕)의 영구동토층, 히말라야 등의 만년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구의 육지만 놓고 보면 절반 정도가, 지표면을 기준으로 하면 35%가 빙권에 해당한다.”라는 것이 노르웨이 과학 칼럼이스트 비에른 로아르 바스네스가 『빙하의 반격』(심진하 옮김. 유아이북스)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생명 역사에서 오랜 종이 멸종하고 새로운 종이 등장했던 시기들을 따져본다면 급격한 기후변화가 발생한 시기와 맞물린다.”라면서 “이 시기 대부분은 빙권에서 발생한 큰 변화의 시기와 겹친다.”라고 지적했다.
빙권의 가장 큰 역할은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혀준다는 점이다. 갓 내린 눈은 90%의 빛을 반사하고 바다 얼음은 50~70% 정도다. 얼음 없는 바다는 단지 6%의 빛을 반사하는데, 지구의 얼음이 모두 사라지면 지구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12도 높은 27도 정도가 된다고 한다. 또 이럴 때 열 팽창과 물량 증가로 해수면이 80m까지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말 그대로 ‘거주불능 지구’가 된다. 빙권은 바다와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등 기후 체계를 만드는 주요한 동인이다. 또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구의 정상적 시스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빙권이다.
빙권은 많은 걸 담고 있다. 1991년 알프스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5300년 전 살았던 ‘외치’라는 냉동 미라가 발견됐다. 2007년 시베리아에선 어린 암컷 매머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었지만, 제2, 3의 외치와 매머드가 발견되는 것은 그만큼 얼음이 더 빨리 녹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시베리아에선 직경 1미터 정도 되는 거품들이 땅바닥에서 동글동글 솟아오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2017년엔 이런 형태의 거품 7천 개가 발견됐다. 그 속에 일반 대기보다 200배 많은 메탄과 20배 많은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가 더 강한 적외선 포획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영구동토층 면적의 40%가 녹게 된다는 전망이다. 향후 100년 내 영구동토층 아래 3미터까지 녹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3미터 안에 현재 대기보다 더 많은 탄소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Climate Fiction’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구분되는 추세다. 그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우려가 커진다는 걸 말해준다. 영화 『투모로우 워』 역시 같은 장르로 볼 수 있다. 영화에서 현재로 귀환한 아빠 댄은 “전쟁이 일어나는 걸 막을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라면서 “난 영웅이 아니야. 내 딸을 구하려는 것뿐이야. 딸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지.”라고 말한다. 영화 『투모로우 워』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한 세대 뒤의 우리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선 현재의 지구를 지켜야 하며, 소수 영웅이 아니라 다수의 지구인이 지금 나서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
“우린 30년 후의 당신들입니다. 우린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 경기가 한창인 경기장에 갑자기 커다란 섬광과 함께 ‘타임 홀’이 생기고, 그곳에서 소총을 든 한 무리의 군인들이 나온다. 선수들과 관중 그리고 TV를 통해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은 놀란 마음에 순간 얼어붙었다. 그때 자신들을 30년 후 미래에서 온 인류라고 소개한 군인들은 “인간이 아닌 적과 전쟁 중인데 지고 있다.”라면서 “11개월 후면 미래의 모든 인간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거다. 여러분이 도우면 달라질 수 있다.”라고 호소한다.
2021년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공개된 『투모로우 워(The Tomorrow War>』는 제목 그대로 ‘내일 전쟁’을 SF 액션 장르 영화답게 눈부신 CG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의 감독 크리스 맥케이는 『레고 배트맨 무비』 등 주로 SF 작품을 연출하고 제작해 왔다. 주인공 크리스 프랫(댄 포레스터 역)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어벤져스』 시리즈 그리고 『쥬라기 월드』 시리즈 등으로 낯익은 배우다. 『투모로우 워』는 물음표를 찍게 하는 몇몇 설정이 몰입감을 저해하긴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다른 상상력을 최대의 무기로 삼는 영화다. 또 인류 파멸 원인에 대한 중요한 메타포를 담고 있다.
30년, 즉 한 세대 뒤에 벌어진 전쟁은 ‘화이트 스파이크’라는 외계 괴수와의 혈투다. 코뿔소만 한 크기에 엄청난 괴력을 지닌 놈들은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그레이트 월』에서 등장한 괴수 ‘타오톄(?? 도철)’처럼 민첩성 만랩까지 찍었다. 놈들은 암컷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떼를 지어 움직인다. 인류를 비롯해 지구상 동물들은 그들에게 단지 먹잇감에 불과했다. 또 화이트 스파이크는 총알마저 튕겨내는 방어력을 지녔다. 강력한 이빨과 날카로운 앞발을 지닌 놈들은 ‘스파이크’라는 이름처럼 한 쌍의 촉수에서 뼈로 된 침을 쏴 사냥감을 제압한다. 2048년 시작된 화이트 스파이크의 침략은 단 3년 만에 지구상 전 대륙을 휩쓸었고, 80억~90억 명에 이르렀던 인류는 2051년 50만 명으로 격감하는 등 호모 사피엔스 종의 절멸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 때문에 미래 인류는 남은 자원을 끌어모아 시간 점프 장치를 겨우 만들어서 현재 인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30년 뒤 벌어진 기후위기 전쟁
시간 점프는 신체 조건이 맞아야 가능했다. 그 때문에 군인 외에 민간인들도 파병 대상이 됐다.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 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라크 전쟁에 두 번 파병되면서 특수작전에도 참여했던 그였지만, 아내와 어린 딸 뮤리를 두고 생존율 20%도 안 되는 미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는 팔에 채워진 점프밴드(시간 이동 장치)를 끊고 도망갈 생각도 했지만, 남은 가족이 자신을 대신하게 된다는 말에 포기한다.
시간 점프 후에 그는 과학자이자 대령으로 화이트 스파이크와의 전쟁을 지휘하는 딸 뮤리(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를 만난다. 뮤리는 화이트 스파이크에 대항할 무기로 새로운 독소를 만들어 내지만 암컷에겐 효과가 없었고, 바다 한가운데 인류의 마지막 전략 기지에서 큰 희생을 치르며 사로잡은 암컷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겨우 암컷에게도 통하는 독소를 완성했을 때 암컷을 탈환하기 위한 수컷들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된다. 원래는 화이트 스파이크를 퇴치할 수 있는 독을 과거로 보내 대량 생산해서 공급받을 계획이었지만, 화이트 스파이크 공격에 시간 점프 장치가 파괴된다. 장치 파괴 직전에 뮤리는 아빠 댄에게 “이걸 가져가세요. 우린 죽을 운명이에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세요.”라며 독소 샘플을 넘긴다. 현재로 귀환한 댄은 미래를 위해 외계 괴수를 찾아 나선다.
이때부터 영화 『투모로우 워』는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간 진짜 원인을 보여준다. 화이트 스파이크 침략은 2048년 늦여름 러시아 북부, 즉 영구동토층의 시베리아부터였다. 영구동토층 땅속에서 1000년 넘게 얼어 있던 화이트 스파이크들이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깨어나 전 지구를 점령해 나간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설정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투모로우 워』는 기후위기 가속화에 따른 절체절명의 파국적 상황을 담고 있다. 화이트 스파이크는 외계 괴수가 아니라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막대한 온실가스와 그에 따른 각종 재난을 상징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도 올랐다. 이전 1만 년 동안 0.5도 상승한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증가 폭인데, 특히 극지방은 평균 2~3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언론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2050 거주불능 지구』(김재경 옮김. 추수밭)에서 “빙상의 붕괴가 시작되는 분기점은 기온이 2도 정도 상승했을 때”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빙상 붕괴가 전문가들의 분석보다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북극 여름의 얼음 면적은 1980년보다 50% 가까이 줄어드는 등 10년에 평균 13.1%씩 감속하고 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측정 결과 한반도의 8배보다 더 큰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다. 반백 년 동안 극지를 연구했던 피터 와담스는 『빙하여 잘 있거라』(이준호 옮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북극에서 얼음 없는 9월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얼음이 없는 계절은 4~5개월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터는 “북극 얼음의 감소가 단지 세계의 외딴곳에서 발생하는 흥미로운 변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전 세계 국가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을 체결했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을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했다. 그에 따라 각국은 스스로 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서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10월 ‘배출 갭 보고서 2022’를 통해 “지금의 감축 수준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1% 미만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며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8도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지구 평균기온이 4도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2050 거주불능 지구』의 경고다. “4도 증가만으로도 세상은 영구적인 식량 결핍 사태에 시달리며 알프스산맥은 아틀라스산맥처럼 삭막해질 것”이란 말도 포함돼 있다. 또 기후위기를 ‘전쟁 기계’라고 하면서 “우리는 그 전쟁 기계를 날마다 더 강하게 무장시키고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얼음 없는 지구, 파국적 불행
지구의 얼음과 영구동토층은 통틀어서 빙권이라고 한다. 북극, 남극, 그린란드와 러시아, 캐나다의 육지와 해저(대륙붕)의 영구동토층, 히말라야 등의 만년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구의 육지만 놓고 보면 절반 정도가, 지표면을 기준으로 하면 35%가 빙권에 해당한다.”라는 것이 노르웨이 과학 칼럼이스트 비에른 로아르 바스네스가 『빙하의 반격』(심진하 옮김. 유아이북스)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생명 역사에서 오랜 종이 멸종하고 새로운 종이 등장했던 시기들을 따져본다면 급격한 기후변화가 발생한 시기와 맞물린다.”라면서 “이 시기 대부분은 빙권에서 발생한 큰 변화의 시기와 겹친다.”라고 지적했다.
빙권의 가장 큰 역할은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혀준다는 점이다. 갓 내린 눈은 90%의 빛을 반사하고 바다 얼음은 50~70% 정도다. 얼음 없는 바다는 단지 6%의 빛을 반사하는데, 지구의 얼음이 모두 사라지면 지구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12도 높은 27도 정도가 된다고 한다. 또 이럴 때 열 팽창과 물량 증가로 해수면이 80m까지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말 그대로 ‘거주불능 지구’가 된다. 빙권은 바다와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등 기후 체계를 만드는 주요한 동인이다. 또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구의 정상적 시스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빙권이다.
빙권은 많은 걸 담고 있다. 1991년 알프스 빙하와 만년설이 녹으면서 5300년 전 살았던 ‘외치’라는 냉동 미라가 발견됐다. 2007년 시베리아에선 어린 암컷 매머드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었지만, 제2, 3의 외치와 매머드가 발견되는 것은 그만큼 얼음이 더 빨리 녹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시베리아에선 직경 1미터 정도 되는 거품들이 땅바닥에서 동글동글 솟아오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2017년엔 이런 형태의 거품 7천 개가 발견됐다. 그 속에 일반 대기보다 200배 많은 메탄과 20배 많은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가 더 강한 적외선 포획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영구동토층 면적의 40%가 녹게 된다는 전망이다. 향후 100년 내 영구동토층 아래 3미터까지 녹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3미터 안에 현재 대기보다 더 많은 탄소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Climate Fiction’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구분되는 추세다. 그만큼 기후위기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우려가 커진다는 걸 말해준다. 영화 『투모로우 워』 역시 같은 장르로 볼 수 있다. 영화에서 현재로 귀환한 아빠 댄은 “전쟁이 일어나는 걸 막을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라면서 “난 영웅이 아니야. 내 딸을 구하려는 것뿐이야. 딸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구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지.”라고 말한다. 영화 『투모로우 워』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한 세대 뒤의 우리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선 현재의 지구를 지켜야 하며, 소수 영웅이 아니라 다수의 지구인이 지금 나서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글 | 이철재 에코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