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살대를 위하여 141] 김종국 따라잡기

종일 집에 계셔도 특별히 ‘시그니처 사운드’가 없는 생활을 하시는 어머니께서 요즘 정한 시간에 TV 앞에서 “호호호” 소리를 내며 웃으신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 무얼 보고 그리 웃으시나 싶어 들여다봤다. 노총각 연예인들의 어머니들을 모셔놓고 그 아들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방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덕분에 ‘김종국의 일상’을 알게 됐다. 그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집안에서 조명을 켜지 않는 사람이었고 물을 아끼려고 믹서기로 간 주스를 믹서용기째로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지나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형은 그렇게 배웠어!” 말하는 사람이었다. 

2018년 오늘의 지구는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기후변화의 시대다. 2050년까지 쓰던 에너지의 절반을 줄여 탄소도 절반으로 줄여야 그 이후에도 사람은 물론 생태계 모든 생명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다. 한국을 비롯해 지구촌에서 좀 산다는 나라들이 모인 데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5개국인데 우리나라 전력소비 증가율(1990~2013)은 OECD평균의 10배(IEA, 2016)가 넘는다. 한국은 2012년 기준으로 OECD 35개국 중 산업용 전력소비는 8위, 가정용 전력소비는 26위이다. 철강, 화학, 반도체 등 전력다소비 산업 중심의 경제 때문에 총전력 소비가 높은 것이지 가정 부문은 OECD 평균보다 낮다. 그러니 ‘김종국이 옳다!’ 말하는 건 ‘오버!’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의 평가에 따르자면 전 세계가 한국처럼 살자면 ‘지구가 3.3개 이상 필요(2016)’하다.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한국은 에너지 남용국가이고 가정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8차 전력수급계획을 에너지전환을 위한 액션플랜으로 짰다고 한다. ‘석탄과 원자력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8차 계획의 전력수요증가율을 1.0퍼센트로 낮춰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증가율을 감당하겠다는 나름 야심찬 계획이다. 현재의 전력 과소비 국가 한국을 기후변화시대의 상식적 전력소비국가로 바꾸려면 △자가용 태양광 및 수요자원(DR1) 시장 확대 △산업용 경부하 요금 중심 차등 조정 등 산업용 전력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정용 전력소비도 함께 줄여가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소비의 투톱이 총전력의 54.3퍼센트를 쓰는 산업부문과 38.9퍼센트를 쓰는 가정·상업부문이기 때문(2016년 기준)이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지났다. 경제를 위해 적정 규모의 소비가 필요하다는 말도 사기다. 그 말의 전제는 경제가 무한히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지구를 위한 절제, 우리 공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절약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김종국 따라잡기’를 진지하게 고려하자. 불을 끄고 물을 아끼고 물건을 오래 쓰자. 그렇게 생활하고 아이들을 가르치자. ‘김종국이 옳다!’ 그리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김종국처럼 생활하는 게 옳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