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에코텍스트 134] 지구를 위해 달라져야 할 교육의 풍경

월드워치연구소 엮음, 구미화 김은양 석혜미 옮김

 

얼마 전 수학여행을 앞둔 아이가 커피도 뽑아주고, 잔심부름들도 싹싹하게 나서서 하기에 무슨 일인지 금세 눈치를 챘다. “나 이번에는 옷 좀 사면 안 될까? 친구들이랑 같이 봐둔 거 있는데.” 아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요즘 또래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들을 몇 벌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어떤 게 더 예쁜지 봐달라며 손을 잡아끈다. 이럴 때는 아이 또래의 눈이 되어 옷을 골라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을 하는데, 아이가 원하는 답을 내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골라 달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정한 마음의 순위를 알아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이 마음에 드는 옷, 그리고 비싸지 않은 옷, 이 두 가지 기준으로 정해진 한도 안에서 주문을 마치자 아이는 신이 나는지 한동안 엉덩이춤을 추다가 제 방으로 들어간다.  

맞다. 우리 사이의 대화에 의류의 수명주기라든가 패스트패션 트렌드 같은 것들은 아예 놓이지 못한다. 지속가능한 섬유에 대해서, 이미 갖고 있는 옷들을 수선하는 업사이클링에 관해서, 혹은 낡은 옷을 손바느질로 고쳐 입는 방법에 대해서도 전혀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섬유, 패션, 디자인 부분에서 소비자로서 역량과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다음’으로 미뤄둔다. 구매 행태와 소비자로서의 의사결정, 의류와 섬유 제품의 수명주기, 문화적 다양성, 상화문화주의와 의복 스타일의 상관관계 같은 것들은 ‘그 다음’으로 미뤄둔다. 서툰 부모의 아둔함은 이러한 교육들을 일상 속에서 녹여내는 방법들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들이 가정학의 이름으로 교과목 내에서 포괄되는지에 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몰타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지지자로서 각자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정학을 가르치며, 일본은 일상의 소비와 환경을 주제로 포함하는 가정학이 필수 과목이라고 한다. 아일랜드의 아이들은 지속가능성을 식품과 가족자원관리, 섬유, 이 세 영역을 아우르는 가정학을 배운다.  

밑줄을 그어야 할 부분은 지속가능성이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가르쳐 주고 싶지만, 아무튼 ‘다음’으로 내가 무책임하게 미뤄둔 그 이야기 말이다. 지속가능성을 교육의 기준으로 두었을 때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교육의 풍경은 사뭇 달라질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것은 가정학의 영역에서도, 의학의 영역에서도, 성교육의 영역에서도 모두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월드워치연구소가 펴내는 지구환경보고서 최신판 『지속가능한 교육을 꿈꾸다: 푸른 별 지구를 위한 교육의 미래』에는 그렇게 모든 교육이 환경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로 완성된 책이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지속가능성의 교육 사례와 변화의 양상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이런 사례. “러시아의 볼고그라드라는 도시에서는 노인들이 고아가 된 아이들에게 바느질과 요리, 집안 돌보는 법 등을 가르친다. 그들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과 어울려 놀이를 하고, 나라의 역사를 알려주며, 여러 가지 직업을 소개함으로써 아이들이 타고난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돕는다. (중략) 직업과 관련된 조직에서도 팀 구성원의 연령을 다양화하는 것과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도제식 교육, 그리고 조언자 프로그램의 혜택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제너럴일렉트릭과 타깃 같은 기업들은 ‘상호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참가자는 기업 전략에 관한 풍부한 경험과 통찰을 공유하고, 젊은 참가자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것이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아이는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준비로 어깨가 축 내려갔다. 아이의 교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여러 가지 것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려는 마음들은 꿈틀대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눈치 챈 아이가 ‘다음’으로 미룬다. “엄마, 나 오늘 역사 암기할 거 많은데 그거 먼저 도와줘.” 이렇게 빈약한 우리의 멘토링 관계망 안에서 지속가능한 교육의 문제를 지금, 이 자리로 끌고 올 묘안을 찾는 봄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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