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대를 위하여[특집] 생활 속 실내유해물질 대처법 _ 김선태

현대인이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하루에 평균 90퍼센트를 초과하고 있다. 특히, 도시 생활자에 대한 최근의 설문 조사 결과, 실내에 거주하는 시간이 하루에 22시간 54분으로 응답하여 무려 95.4퍼센트가 실내생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해 건물 안에서 머리, 눈, 목 등이 아프고 메스껍거나 쉽게 피로한 증상을 보이다가 건물 밖으로 나가면 증상이 없어지는 빌딩증후군을 느낀 적이 있는가에 대해 사무실 근로자 10명 중 6명(59.3퍼센트)은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실내 공간에서의 공기오염에 의한 피해가 새집증후군과 함께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많은 위해를 가져오고 있었건만, 최근에야 일반인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실내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가. 이러한 기초 지식을 토대로 주로 생활 속의 지혜 차원에서 실내공기 유해물질에 의한 사전 예방과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발생원에 따른 예방대책
실내공기 유해물질에는 그 발생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실외에서 발생하여 실내로 유입되는 물질로, 연료 속의 황 성분이 연소 과정이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 휘발성유기화합물(VOC)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이들 물질들이 햇빛에 의한 광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오존, 그리고 식물에서 발생하는 꽃가루나 각종 공사장이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등이 있다. 다음으로 주로 실내가 주요 발생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에는 높은 연소 온도에 의한 질소산화물, 동·식물의 호흡에 의한 이산화탄소, 환경흡연물질(ETS)과 실내에 비치하여 사용하는 살충제, 살균제 등의 각종 유기합성물 등에 의한 휘발성유기화합물, 그리고 세균이나 곰팡이의 포자 등이 있다. 또한 방사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지하수나 토양에서 유입되는 라돈, 가구나 마감재, 흡연 등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 불연재에 의한 석면이나 접착제, 유기용제, 요리, 심지어 화장품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집먼지나 동물 배설물에 의한 알레르기원 등도 있다.

이와 같이 실내공기 유해물질은 그 종류나 그 발생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대책도 어느 한 가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우선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생원에서의 대책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발생원 대책은 실내공기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발생원 자체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과 그것이 불가능할 때 오염이 적은 물질로 대체하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실내공기 유해물질의 발생원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최근 우리나라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작년부터 대폭 강화한 금연지역의 확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배출하는 신나 등의 유기용제나 석유 정제에 의해 만들어진 비닐이나 플라스틱 제품, 염소계의 살충제, 살균제 등의 농약 등을 우리 주변에서 멀리 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한편 실내공기 유해물질의 발생원을 대체하여 저감하는 방법으로는 공업용 벽지나 접착제,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페인트나 벽지, 장판 등의 건축마감재 등을 저공해 또는 무공해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새집증후군과 관련해 신축 아파트나 건물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오염물질을 환기시킨 뒤 입주하거나, 강제로 보일러 등을 이용하여 오염물질의 발생을 단기간에 집중시켜 배출시키는 이른바 베이킹아웃(baking-out)과 같은 방법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정부에서는 인증이나 규제 등을 통해 건축자재로부터의 유해물질 발생을 차단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무실이나 작업 공간, 지하공간 등에서 실내공기를 환기시설에 의해 강제로 순환시키는 것으로 최근 일반 가정에서도 대부분의 에어컨에 이러한 기능이 첨가되기 시작한 것도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는 자연환기를 이용한 외부 공기의 유입이야말로 실내공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취사시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냄새나 유해물질의 환기는 주부의 건강과 직접 연관성이 있으며, 침실의 경우도 밤중에 잠을 자는 동안 문을 약간씩 열어 두는 것이 습도조절 및 호흡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환기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옛날 우리의 방에는 방문 위쪽에 환기창을 따로 설치한 것이 있는데, 이는 실내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실내의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 밖으로 나가는 원리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 것이라 하겠다. 최근 미관상 창문 전체를 하나로 만들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자연환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연환기에 의존할 수 없고 그 효과를 저감시키고 있는 것으로, 실외 공기질의 문제가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실외 대기오염 문제가 자연환기에만 의존하기에는 미덥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동차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나 미세먼지, 오존,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의 물질과 봄철의 황사, 꽃가루, 곰팡이나 세균류 등은 실내보다 실외가 더욱 높은 오염도를 보이고 있어 자연환기에 대한 기대감을 감소시키고 있다. 결국 실내 공기질에 의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 공기질 관리뿐만 아니라 실외의 대기오염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환기보다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실내의 공기를 직접 처리하거나 깨끗한 공기로 재공급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공기청정기라 하겠다. 최근 황사 현상과 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공기청정기의 기술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방법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며, 결국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지 못하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환경의 이중 피해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라는 역기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빛을 받아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광촉매를 이용한 전구나 벽지, 코팅지, 심지어 조화(造花)까지 등장하고 있는데, 식물이나 물고기를 가꾸거나 기르면서 자주 물을 주는 방법도 이와 못지 않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근본 해결책은 자연 파괴 줄이는 것
최근 중국 동북부 지역의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황사의 발생 빈도나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황사현상은 단순히 모래 성분뿐만 아니라 중국의 공업지대 등을 거치면서 다량의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을 흡착하고 있으며, 이전부터 벼 도열병을 비롯하여 각종 세균의 이동 매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황사가 발생하는 경우의 상황을 분석해 보면 중국 동북부에서 돌풍에 의해 모래바람이 상공으로 올라가 이것이 편서풍을 타고 유입되는 것으로 바람은 황사 성분보다 빨리 이동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강한 돌풍을 경험한 후 1∼2일 후에 황사가 유입된다. 강한 황사시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후에는 손과 피부 세척이 필수적이고 물을 많이 마셔 호흡기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황사와 더불어 비가 내릴 경우에는 더욱 많은 오염물질이 집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게 되므로 반드시 우산으로 직접 비를 맞는 것을 피해야 한다. 황사 발생시 비가 오기 전에는 하늘에서 흙 냄새를 맡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전지식을 이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내나 실외 공기질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이제 우리는 마시는 물부터 숨쉬는 공기까지 환경파괴와 개발 만능주의의 위해의 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경험한다고 하겠다. 여러 형태의 저감방안을 거론하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자연 파괴의 가속도를 줄이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겸허함을 잃지 않는 것뿐이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김선태 envsys@dju.ac.kr
대전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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