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환경좋은 환경영화를 찾아온 꽃들에게 _ 강윤주

영화제의 꽃은 절대적으로 관객이다. 그 꽃이 남녀노소, 형형색색으로 필 때 영화제는 영롱하게 만개한다. 그 꽃들에게 서울환경영화제의 첫걸음에 대한 반성과 내년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에 대한 사무국의 결의를 알려드리고 싶다.

개막작 『1.3.6』의 장진, 이영재, 송일곤 감독의 작품들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영화가 왜 환경영화인가요?”“환경영화건 아니건 참 좋네요.” 극단적으로 나뉘는 반응을 보며 제작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실무진은 예상했던 바지만 당혹스럽기도 했다. ‘좋은 영화’이면서 ‘환경영화’이기는 어려운 것인가. 내년에는 어떤 ‘좋은 환경영화’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서울환경영화제는 이미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도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면, 관객들의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영화를 제작하려 한다.

프로그래머로서 프로그래밍에 대한 평가가 가장 신경 쓰였다. 상영작들에 대한 반응은 대개 긍정적이었으나 이른바 작가주의 영화에 대한 반응은 개막작처럼 대단히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특히 작가주의 영화를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대중들에게는 몇몇 영화의 실험적 형식이 대단히 낯설었음에 틀림없다. 작가주의 영화니, 정통 다큐멘터리니 하는 것들은 꼭꼭 씹을수록 맛이 난다. 다만 기존 상업영화의 문법과 다르기 때문에 소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 영화들에 대한 좀더 친절한 소개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반성이 깊다. 내년 영화제 때에는 더 친절한 설명서를 준비하려 한다.

중단편 영화 중에 좋은 것들이 많았다. 특히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좋은 영화들이 많았는데 미리 서두르기만 했다면 더 많은 초중고교 학생들이 들러 환경에 대해 부드럽게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문의해 오는 선생님들 많았다. 홍보 부족으로 한정된 수의 관객들만이 교육적 차원의 영화를 보게 된 점은 매우 아쉽다.

반면에 홍보가 너무 잘 되어(!) 객석이 부족할 지경이었던 영화도 있었다. 『슈퍼 사이즈 미』가 그 대표적인 경우인데 기존 언론에 많이 알려진 탓인지 예매율도 높았고 입석으로라도 좋으니 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관객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관객으로 초청된 ‘간디학교’, ‘이우학교’ 학생 등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마임 공연단 <기막힌 놀이터>의 『패스트푸드』라는 공연이 이어졌다. 영화와 공연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재미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이런 방식의 프로그래밍이 더 많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환경영화 경선은 뿌듯했다. 감독 본인들이 “제 영화가 환경영화 맞나요?”라고 묻곤 했지만, 그 답은 관객들이 해주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들이 감독들에게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환경적 의미를 도리어 해석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대상은 정통 환경 다큐멘터리물인, 성미산 지키기 주민운동을 기록한 『우리 산이야』가 수상했다. 이제까지 환경운동에 기여하며 꾸준히 환경 다큐를 만들어온 감독들을 볼 때 환경 다큐물에 우수한 영화가 더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궁극적으로는 다큐와 픽션 모든 분야에서 환경을 다루는 영상물이 골고루 나와주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경선 참가 감독들은 환경영화제의 역할에 높은 기대를 보였다. 앞으로의 배급 문제, 상시적인 상영 등 환경영화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독립환경영화의 영원한 난제인 배급과 상시적 상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환경영화제는 장기적으로 환경미디어센터 건립을 고민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제의 꽃은 관객이다. 내년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얼마나 많은 꽃들이 얼마나 다채롭게 필어날까.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 준비는 이미 시작되었다!


강윤주 jedoch@greenfestival.or.kr
그린페스티벌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