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음력생일이다. 나는 양력이 편해 대충 넘어간다. 그래도 음력을 중시하는 부모님에게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전화 드렸다. 보청기 끼는 연습 중인 아버지가 큰 소리로,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내가 보청기를 사드렸는데, 세상 모든 소리가 울려서 머리가 아프다 하시면서도 내가 사준 걸 아시고 부지런히 연습 중이라고, 엄마가 전해주셨다. 지난 봄, 비루하게 지는 목련 잎을 밟으며, 가는 봄을 아쉬워했다. 아쉬운 것은 봄이 아니라 나와 아버지 사이에 흐르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전화로 돈도 좋지만, 너무 일만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자 곁에 계신 아버지는 “걔가 어디 돈 때문에 일하는 얘냐, 지 좋은 일 하는데 그냥 둬라.”라고 큰 소리로 엄마를 나무라신다. 언제부터 나는 우리 아버지에게 돈 욕심 없는 예술가가 되었을꼬. ‘아버지, 막내딸 돈 많이 좋아하고 돈 때문에 일해요.’ 속으로만 말했다. 보청기 끼는 연습하다가 두통 때문에 결국 포기하신 아버지. 어쩜 막내딸 말만 나오면 귀신처럼 알아들으실까. 이제 청력 말고 다른 기능이 발달하신 거 같다.
나는 의식주에 관심이 많다. 사고 모으는 쪽으로 관심이 많다기보다는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쪽으로 관심이 많다. 오랜 시간 옷을 사지 않는 딸내미에게 아버지가 당신 입던 옷을 주셨다. 지난겨울 가장 추운 날, 꺼내 입고 놀랐다. 내 몸에 딱 맞았다. 부피감은 이미 오래전에 줄어 놀라울 것도 없는데, 아버지의 몸을 체감한 기분이다. 옷 안 가득 아버지 냄새가 났다.
오늘은 내 음력생일이다. 나는 양력이 편해 대충 넘어간다. 그래도 음력을 중시하는 부모님에게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전화 드렸다. 보청기 끼는 연습 중인 아버지가 큰 소리로,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내가 보청기를 사드렸는데, 세상 모든 소리가 울려서 머리가 아프다 하시면서도 내가 사준 걸 아시고 부지런히 연습 중이라고, 엄마가 전해주셨다. 지난 봄, 비루하게 지는 목련 잎을 밟으며, 가는 봄을 아쉬워했다. 아쉬운 것은 봄이 아니라 나와 아버지 사이에 흐르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전화로 돈도 좋지만, 너무 일만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자 곁에 계신 아버지는 “걔가 어디 돈 때문에 일하는 얘냐, 지 좋은 일 하는데 그냥 둬라.”라고 큰 소리로 엄마를 나무라신다. 언제부터 나는 우리 아버지에게 돈 욕심 없는 예술가가 되었을꼬. ‘아버지, 막내딸 돈 많이 좋아하고 돈 때문에 일해요.’ 속으로만 말했다. 보청기 끼는 연습하다가 두통 때문에 결국 포기하신 아버지. 어쩜 막내딸 말만 나오면 귀신처럼 알아들으실까. 이제 청력 말고 다른 기능이 발달하신 거 같다.
나는 의식주에 관심이 많다. 사고 모으는 쪽으로 관심이 많다기보다는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쪽으로 관심이 많다. 오랜 시간 옷을 사지 않는 딸내미에게 아버지가 당신 입던 옷을 주셨다. 지난겨울 가장 추운 날, 꺼내 입고 놀랐다. 내 몸에 딱 맞았다. 부피감은 이미 오래전에 줄어 놀라울 것도 없는데, 아버지의 몸을 체감한 기분이다. 옷 안 가득 아버지 냄새가 났다.
| 고정순 어린이그림책 작가이자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