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하나. 도시의 새로운 청년층을 이르는 말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공딩.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이르는 말이다. 중딩, 고딩, 대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모종의 심리적 충격을 느낀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3년 전 대학에 입학한 조카는 대학생활의 첫 번째 계획을 공무원 시험 준비로 세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덩치 큰 사내아이에게서 장래희망이 공무원이라는 대답이 스스럼없이 나오고, 그것을 듣는 어른들이 대견하다며 한 마디씩 거드는 것도 이제 너무 흔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어른들의 부추김과 청년들의 두려움이 만나는 지점에서 ‘공딩’은 이제 현명한 선택에 이어 ‘큰 꿈’의 자격까지도 갖게 되었다.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경쟁률. 이런 사태 속에서 홀로서기와 함께 살기 어느 곳 어느 시대에든 청년에게 주어진 두 가지 숙제라는 따위의 꼰대스러운 이야기는 쏙 들어간다. 사실 등골에서 쪼르륵 진땀이 흐른다. 나는 공무원의 꿈을 부추기는 부류는 아니지만, 분명 무책임하며 무기력한 부류에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둘.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오는 세대에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도시와 농촌의 관계는 분절적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도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부지런히 경제력을 일구고, 이후에는 농촌에서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방식으로.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도시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면서, 30~40대는 “나의 아이들을 흙과 나무가 있는 곳에서 키우겠다”는 이유로 20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내일을 살고 싶다”는 이유로 도시 아닌 곳으로 찾는다고 한다. 이를 테면, 작은 시골마을에서 작은 책방을 열거나 커피를 만들어 팔고, 텃밭을 일구고, 일군 것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식의 작은 삶을 자기의 구체적인 일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땅에서 삶을 짓다』에는 도시가 아닌 곳에서 자기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의 사례가 담겨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꾸려지는 20대 청년 모임 작은자유, 전남 해남의 마을공동체 미세마을, 농촌 재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북 청송 창조지역사업단, 충남 홍성의 젊은협업농장 등등. 그러나 나는 이 책을 귀농 혹은 귀촌에 대한 사례집으로 권하고 싶지 않다. 책의 부제 ‘자립과 공존을 꿈꾸는 청년들의 함께 살기 실험’을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읽어 보도록 하자. 태어난 곳이 이미 도시인 이들에게 농촌은 ‘귀향’의 의미 혹은 ‘돌아감’의 의미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로의 탐험이고 도전이다. 경쟁하는 세상 저 너머, 채점이 이뤄지는 세상 저 너머에서 벌어지는 탐험과 도전은 때로 이런 식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 게스트하우스 한편에는 열댓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고 오래된 건물이 한 채 있다. 최근까지 사무실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현재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고향을 떠나 이주하여, 자신의 문화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공간에서는 ‘모여라 땡땡땡’이라는 이름으로 기타 강좌, 로컬 푸드 요리 동아리, 대안(면) 생리대 워크숍, 소이 캔들 만들기 등 각자의 재능을 살린 다양한 배움과 나눔이 이뤄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런 공간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크고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작고 아늑한 공간 말이다. 외지인,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음식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눔으로써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번듯한 건물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편하게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다울 수 있는 공간, 나의 작은 재능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나의 부족함이 부끄럽지 않은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것은 결국 돈이 아니고 사람이다.”
p.s. 아르바이트와 전공 시험 준비에 치여 밤을 꼴딱 샌, 그리고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해야 하는 나의 여러 조카들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책을 꽂아두겠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잡지 『텍스트』 기자
이야기 하나. 도시의 새로운 청년층을 이르는 말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공딩.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이르는 말이다. 중딩, 고딩, 대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모종의 심리적 충격을 느낀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3년 전 대학에 입학한 조카는 대학생활의 첫 번째 계획을 공무원 시험 준비로 세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덩치 큰 사내아이에게서 장래희망이 공무원이라는 대답이 스스럼없이 나오고, 그것을 듣는 어른들이 대견하다며 한 마디씩 거드는 것도 이제 너무 흔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어른들의 부추김과 청년들의 두려움이 만나는 지점에서 ‘공딩’은 이제 현명한 선택에 이어 ‘큰 꿈’의 자격까지도 갖게 되었다.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경쟁률. 이런 사태 속에서 홀로서기와 함께 살기 어느 곳 어느 시대에든 청년에게 주어진 두 가지 숙제라는 따위의 꼰대스러운 이야기는 쏙 들어간다. 사실 등골에서 쪼르륵 진땀이 흐른다. 나는 공무원의 꿈을 부추기는 부류는 아니지만, 분명 무책임하며 무기력한 부류에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둘.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오는 세대에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도시와 농촌의 관계는 분절적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도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부지런히 경제력을 일구고, 이후에는 농촌에서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방식으로.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도시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면서, 30~40대는 “나의 아이들을 흙과 나무가 있는 곳에서 키우겠다”는 이유로 20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내일을 살고 싶다”는 이유로 도시 아닌 곳으로 찾는다고 한다. 이를 테면, 작은 시골마을에서 작은 책방을 열거나 커피를 만들어 팔고, 텃밭을 일구고, 일군 것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식의 작은 삶을 자기의 구체적인 일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땅에서 삶을 짓다』에는 도시가 아닌 곳에서 자기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의 사례가 담겨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꾸려지는 20대 청년 모임 작은자유, 전남 해남의 마을공동체 미세마을, 농촌 재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북 청송 창조지역사업단, 충남 홍성의 젊은협업농장 등등. 그러나 나는 이 책을 귀농 혹은 귀촌에 대한 사례집으로 권하고 싶지 않다. 책의 부제 ‘자립과 공존을 꿈꾸는 청년들의 함께 살기 실험’을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읽어 보도록 하자. 태어난 곳이 이미 도시인 이들에게 농촌은 ‘귀향’의 의미 혹은 ‘돌아감’의 의미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로의 탐험이고 도전이다. 경쟁하는 세상 저 너머, 채점이 이뤄지는 세상 저 너머에서 벌어지는 탐험과 도전은 때로 이런 식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 게스트하우스 한편에는 열댓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고 오래된 건물이 한 채 있다. 최근까지 사무실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현재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고향을 떠나 이주하여, 자신의 문화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공간에서는 ‘모여라 땡땡땡’이라는 이름으로 기타 강좌, 로컬 푸드 요리 동아리, 대안(면) 생리대 워크숍, 소이 캔들 만들기 등 각자의 재능을 살린 다양한 배움과 나눔이 이뤄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런 공간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크고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작고 아늑한 공간 말이다. 외지인,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음식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눔으로써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번듯한 건물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편하게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다울 수 있는 공간, 나의 작은 재능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나의 부족함이 부끄럽지 않은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것은 결국 돈이 아니고 사람이다.”
p.s. 아르바이트와 전공 시험 준비에 치여 밤을 꼴딱 샌, 그리고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해야 하는 나의 여러 조카들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책을 꽂아두겠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