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텍스트덕질이 세상을 구한다고!

글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a62fd516b312b.jpg

아침 설거지를 마쳤다. 다 마신 페트 음료병의 비닐 포장을 뜯어야 했다. 나란한 두 점선을 따라 벗겨내면 되지만, 한 번도 한 번에 그걸 성공해 본 적은 없다. 신경질적으로 비닐포장을 뜯어내면서, 입으로는 제품을 만들어낸 회사 욕을 중얼거린다. 대체 이런 걸 왜 이 따위로 만드는 거야? 비닐 포장을 없앨 방법은 없는 거야? 이런 거 개선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물릴 수는 없는 거야? 아니, 이런 걸 안 사먹을 수 없는 걸까? 매일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는 오늘을 이럴 때 느낀다. 

비닐 쓰레기통과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방금 전의 잔해들을 버리려고 보니, 이미 비닐도 수북하게 쌓여있고, 페트병과 포장용기도 꽉 차 있다. 5인 가족의 생활 쓰레기라서 이렇게 한도 끝도 없는 걸까. 조금 전에 아침식사로 먹은 메뉴와 그 메뉴를 만들 때 배출된 쓰레기를 떠올려 보았는데, 그 쓰레기가 아침상보다 더 푸짐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고개를 흔든다. 종이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통도 비어 있지 않다. 집 앞의 클린하우스라고 별반 다를까 싶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도의 바다 풍경은 신비하고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는 바다 근처에 살지 않으므로, 그런 날의 바다보다는 그런 날의 클린하우스가 더 익숙하다. 바람에 날린 스티로폼과 종이 상자 같은 것들이 바람에 날려 골목 한 가운데에서 비를 흠뻑 맞고 있는 그런 풍경 말이다. 사실 다들 잘 몰라서 그렇지 제주 바닷가에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컵들은 오름처럼 쌓여 있긴 하다. 돌담 사이사이에 꽂아둔 경우들도 허다하다. 쓰레기 없이 못 사는 건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당신도 그런 듯하다. 

아무튼 쓰레기를 벗기면서 시작하는 매일 아침의 기분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첫 장은 순환경제를 다루고, 이후의 장들은 부문별 쓰레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나처럼 플라스틱 음료병을 뜯다가 대체 누가 먼저 이걸 해결해야 하는 건지 심술이 났거나, 식사 준비를 하다가 음식을 차리기도 전에 우리가 토해내는 비닐과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때문에 한숨이 났다면, 순환경제 부분은 스킵하지 않는 게 좋겠다. 순환경제란 말 그대로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에 이르기까지 물질의 흐름이 선형적이지 않도록, 폐기 그 다음 과정, 그러니까 경제계 내에서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하는 경제 시스템 구축에 관한 이야기다. 재활용경제(Recycling Economy) 또한 궁극적으로는 폐기 그 다음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순환경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순환 경제에는 의도적으로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개념에 방향전환을 대놓고 요구한다. 이를 테면,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제품 유통과 소비단계에서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복합 플라스틱 재질이나 오염 제거가 어려운 경우에는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서 원료를 회수하여 신재생 에너지에 준하는 수준으로 재생원료의 가치를 높여 반복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순환 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 단계에서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화는 데 동의를 해야만 한다.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개인 단위의 실천은 언제나 중요하게 다뤄진다. 어째서 시스템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개인단위의 실천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환원하는지, 비판적인 관점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가 투표와 선거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듯이, 개인이 시스템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걸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의 우리는 기꺼이 활력 넘치는 소비 주체로 경제 시스템 안에서 살았다. 이제 우리 앞에 새로운 판이 열렸다. 순환 경제의 판 말이다. 

책의 부록에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을 펼치는 14인을 초대하여 나눈 경험담이 실려 있다. 이른바 쓰레기 덕질의 사회적 연대로 표현된다. 제법 힙한 연대다. 덕후가 세상을 바꾸는 법이니까. 덕질이 생을 추동하는 힘이니까. 쓰레기 덕질이 곧 지구 덕질이니까.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